미국의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 발표에 대해 교계 각 단체들은 일제히 성명을 발표하는 등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성명서의 내용들은 조금씩 입장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은 11일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했으며, 이는 지난 1988년 대한항공 여객기 폭파사건으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지 20년만이다.

NCCK·기장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계기 되길”

NCCK(회장 임명규 목사)와 기장(총회장 서재일 목사)은 각각 환영의 논평을 발표했다. NCCK와 기장은 각각 ‘환영한다!’로 논평의 제목을 끝맺고 있으며, ‘적극 환영을 표한다(NCCK)’, ‘역사적인 사건(기장)’ 등의 표현으로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테러지원국 해제조치의 반대급부로 알려진 북한의 핵포기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논평을 하지 않았다.

NCCK는 또 “금번 조치가 북핵문제 해결과 더불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미국을 비롯한 6자회담국이 보다 실질적 적극성을 띠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바램을 전했고, 기장은 “이번 조치를 시작으로 북한이 그동안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로부터 받고 있는 여러 제재조치들이 해제되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무역과 대외원조, 국제금융거래 등에 적극 나섬으로 지금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논평했다.

한국 정부를 향해서는 NCCK가 “북측에 우선적으로 쌀과 비료 등 인도적 지원을 조속히 단행하고, 이산가족의 상봉을 비롯한 민간과 당국자 간의 교류와 협력의 활성화를 위해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의 인프라 확대 등을 시급히 실시하기를 촉구한다”고 했고, 기장은 “긍정적인 국제정세 속에서 현재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는 일에 더욱 적극적이고 열린 자세로 나서야 하며, 6·15 공동선언의 정신과 10·4 선언의 실천 과제들을 인정하고 계승하는 데까지 나아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사회책임 “북한, 사태 오판 말고 핵 포기 최선 다하라”

사회책임(공동대표 김요한 서경석 이광선 최성규 등)도 논평을 발표하고, 테러지원국 해제조치에 정치적인 논리가 앞선 것에 실망하면서도 북한이 이번 조치에 철저한 핵포기 이행으로 화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책임은 일단 답보상태에 있는 6자회담의 활성화와 추가 핵실험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는 북한 특유의 벼랑끝 전술을 저지하는 효과 면에서 이번 조치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미신고시설에 대한 사찰의 경우 북한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북한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협상이며, 다른 핵추진 국가와 테러지원국가들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테러지원국 지정의 원인이 된 지난 1987년 대한항공기 폭파사건에 대해 북한이 아무런 사과나 조치가 없었는데도 이를 해제한 것에 대해서는 “결국 정치적인 논리가 앞섰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으로,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논평했다. 이에 대해 “결국 끝까지 버티면 얻어낼 수 있다는 선례를 남김으로서 상식 이하의 떼쓰기 정책이 추가적으로 나올 가능성을 열어줬고, 향후 북핵 포기 가정도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회책임은 북한을 향해서는 “만일 테러지원국 해제 이후에도 제대로 된 핵 포기 정책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더 무거운 제재를 가할 명분이 축적된다는 점도 인식해야 할 것”이라며 “테러지원국 해제에 철저한 핵 포기 이행으로 화답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국내외적인 정치적 상황으로 차선의 선택을 한 미국에 대해 북한이 아전인수식 해석을 할 것이 아니라 민족공멸의 원인이 되는 핵무기 포기와 점진적인 개혁개방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점을 알고 지혜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