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의 한인교회 강단이 텅텅 비었다.”

농담처럼 들리지만 그리 틀린 말은 아니었다. 순수하게 목사 부부로 구성된 ‘시카고목사부부합창단(단장 박인혁, 전성진 지휘자)’의 한국 방문 순회공연이 지난 열흘간 여덟교회의 숨 쉴 틈 없는 빽빽한 일정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공연 일정의 마지막이었던 화곡동교회(김의식 목사)의 분위기는 그래서인지 남달랐다. 전문 합창단에 비견될 만한 수준 높은 찬양도 물론이었지만 무언가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은혜가 있었다. 찬양에서 전달되는 가사 한 소절 한 소절이 여느 찬양대의 메시지와는 깊이가 달랐다. 아마도 날마다 무릎으로 기도하며 눈물 흘렸던 이들 안에 묵상이 입술을 통해 성도들안에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목회자와 사모들로 구성된 시카고목사부부합창단은, 올해도 이민교회 목회자 부부라는 특이성과 이민 목회자의 눈물과 한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점에서 한국교회로부터 큰 환영을 받았다. 지난 1일 입국해 인천 산돌교회를 시작으로 모든 일정, 어느 교회를 제외할 것 없이 은혜의 물결을 선사했다.

단원 60여명. 지난 2004년 창단된 시카고목사부부합창단은 전 미주 한인사회에서 지휘자부터 반주자까지 구성원 모두 목사와 사모로 구성된 유일한 찬양단이다. 하지만 창단 이후 4회 정기 연주회와 미주 및 본국 곳곳에서 순회공연을 이어갈 정도로 교민사회 남부럽지 않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합창단의 찬양에 화곡동교회 성도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송경호 기자

단원 백성진 목사(트리니티 교회, 사모 백유진)는 합창단 활동에 대해 “행복하다”고 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표현할 수 없는 은혜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바로 전 교회의 공연에서는 목회자와 사모, 교인들까지 합창단의 찬양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일반적으론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감동이다.

늘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목회자라는 직분 때문에 평소 생활은 다소 경직될 수밖에 없지만, 이들이 함께 모일 땐 “형님” “동생”하며 딱딱한 경계는 찾아볼 수 없다. 마음 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목회 활동 가운데의 고충도 서로에게 더없는 위로와 격려로 새 힘을 얻곤 한다. 박인혁 단장은 “교파를 초월하여 목회자 가정들이 서로 섬기고 하나되는 모습 자체가 하나의 화음이 되어 감동이 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함께 할 수 있어 힘이 되는 건 사모들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희생하고 섬겨왔던 사모들이 함께 예배에 동참할 수 있어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기쁨을 맛본다고 한다.

하지만 백성진 목사는 오히려 목회자들과 함께하는 찬양을 통해 ‘겸손’을 배운다고 했다. “앞에서 성도들을 이끄는 담임목사의 역할만을 하다가 지휘자의 ‘명령’에 순종해 자신의 욕심을 꺾어야 하는 점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 그의 솔직한 고백이다. 한국 공연을 준비하면서 지휘자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도 “교만하지 말라”는 말이었다고 웃음지었다.

아무래도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교회에서 목회를 책임지고 있어 활동의 제약이 있다. 때문에 목회자들에게 휴일인 매주 월요일마다 함께 모여 5시간 가까이 연습을 한다. 특히 이번 한국 공연의 경우는 단원 목사들의 각자 교회 일정과 한국에서 초청을 요청한 8개 교회 양 쪽의 일정을 맞추느라 1년 전부터 계획을 세워야 했다. 하지만 이번 일정으로 37년만에 고국 땅을 밟은 목회자도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감격의 하루하루가 아닐 수 없었다.

시카고연합장로교회에서 7년간 목회경힘이 있는 화곡동교회 김의식 목사는 부부 합창단을 맞이하는 메시지에서 “처음 목회시절 고통속에 밑바닥 삶을 살며 눈물흘리면서 목회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었다”며 이민 목회자들의 애환을 표현했다. 또 그는 “미국에서 종노릇하다 한국에 오니 왕노릇하더라”라는 한 목사님의 푸념을 들으며 “이름없이 희생하고 섬기는 이민교회 목회자들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목회자들의 각 교회 사정이 있는 만큼 명확하게 이야기할 순 없지만 매년 고국에서의 공연이 연례적으로 진행될 수 있으면 하는 것이 합창단의 바람 중 하나다. 이젠 그 명성이 높아져 이탈리아 로마 교민사회에서까지 ‘러브콜’을 보내올 정도니 매년 목소리를 들을수 있는 것도 한국교회의 축복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