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8일에 개막하여 중국 베이징에서 계속된 제29회 여름 올림픽이 오늘로 폐막됩니다. 우리나라는 이번 올림픽에 10-10(금메달 10개 획득과 국가별 종합순위 10위)를 목표로 참가했는데 올림픽 출전사상 가장 많은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전체 순위도 200여 참가국중 종합성적 7위를 기록하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고 합니다. 또한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최다 금메달 획득과 최고의 종합성적을 올린 것만이 아니라 여러 종목에서 여러 선수들의 우리들의 가슴을 벅차게 하는 감동을 주었습니다.

다섯 판을 연속 엎어치기로 우승해 우리나라 선수로는 첫 금메달을 차지한 유도의 최민호 선수를 필두로, 아시아권에서는 메달 불모지라고 평가받은 수영 자유형에서 박태환 선수가 금과 은메달을 차지함으로 일찌감치 우리를 흥분시켰으며, 세계 신기록을 수립하며 우승한 역도의 장미란 선수의 소식과 올림픽 6연패를 달성한 양궁팀의 승리는 우리를 뿌듯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한 흥분은 야구 경기에서 그 절정을 이루었습니다. 예선 전게임을 모두 승리한 후 우리의 영원한 라이벌인 일본을 준결승전에서 통쾌하게 누르고 어제 아침(미동부시간) 거행된 결승전에서 세계 아마야구의 최강인 쿠바마저 따돌리고 극적으로 우승한 소식은 늦여름을 지내는 온 국민들의 마음에 시원함을 더해주었습니다. 또한 야구 승리소식에 가려서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했지만 출전한 전 체급에서 우승한 태권도의 승리도 오랜만에 종주국의 면모를 새롭게 해주면서 4개의 금메달을 보태주었습니다.

그 외에도 준결승전에서 심판의 오심으로 결승 진출이 좌절된 우생순(우리생애 최고의 순간) 여자 핸드볼 팀이 금빛 같은 동메달을 획득하기까지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한편의 영화와 같았습니다. 또한 비록 다리 경련으로 발목이 꺾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바벨을 놓지 않고 쓰러진 역도의 이배영 선수의 모습은 여느 우승자의 모습보다도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진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우리나라 선수들만이 아니라 이번 올림픽에서는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가 탄생하였는데 그 첫 번째 주인공은 올림픽 역대 최다 개인 금메달 획득과 단일대회 최다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출전한 모든 종목 세계 신기록을 동시에 세운 여기 메릴랜드 주 출신 수영 선수인 마이클 펠프스일 것이고, 육상 단거리 달리기 3종목에서 남들은 기를 쓰고 달리는데 비해 여유 있게 달리면서도 3종목 모두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3관왕이 된 자마이카의 우사인 볼트 선수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두 선수의 실력이 너무나 뛰어나다보니 부러움을 넘어 은근히 얄미운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번 올림픽을 주최한 중국이 역사상 처음으로 금메달 경쟁에서 미국을 이긴 것도 역사적인 기록으로 평가될 것입니다. 다만 지나친 우승 일념으로 선수들을 나 어린 때부터 혹독한 훈련을 시켜온 것 때문인지 왠지 시상대위에 선 중국 선수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좀 무거웠습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게임을 관전하면서 약소국가 선수들이 강대국 선수들과 대결하게 되면 은근히 약속국가 선수가 이겨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저도 모르게 들었는데 이번에도 그리 많지는 않지만 몇 명의 선수들이 자기 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메달을 획득해서 온 나라에 커다란 즐거움을 주었다는 보도를 들으면서 내 일처럼 마음이 흐뭇했습니다.

이러한 마음의 감동은 비단 경기에서 이긴 선수들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비록 경기에서 이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많은 이들의 마음에 커다란 감동을 준 패자들의 이야기는 승자의 그것과는 다른 감동을 주었습니다. 7년전 당한 교통사고로 다리 한쪽을 절단한 장애인으로 이번 올림픽에 여자 10키로 수영 마라톤 종목에 출전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나탈리 뒤 투아 선수는 출전선수 23명중 16위를 한 성적도 놀랍지만 그녀의 말대로 그녀가 다른 정상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게 충분한 감동을 주었는데 이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러시아의 라리사 일첸코가 “내 메달을 대신 걸어주고 싶다”고 할 만큼 그녀의 경기하는 모습은 우리 모두에게 삶의 진한 감동과 도전을 주었습니다.

중국이 우승을 휩쓸어 버린 다이빙 종목에서 결승 참가자중 가장 저조한 성적을 얻은 미국 여자 다이빙 선수의 모습은 정말 신선했습니다. 참가한 선수들이 아무런 표정 없이 다이빙대에 올라가서 마치 기계처럼 뛰어 내리는데 비해 매번 다이빙대에 올라설 적마다 다이빙하기 전에 맑은 웃음을 짓는 그녀의 모습에서 다이빙을 잘하는 기계가 아닌 다이빙을 즐기는 한 사람의 아름다움을 보았습니다. 시합을 마친 후 인터뷰에서 그녀는 “이번 올림픽으로 선수생활은 마치지만 그러나 다이빙은 자기의 삶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에 커다란 기쁨을 주기에 계속할 것이라고 하는 그녀의 모습은 경쟁에서 이기려고 거의 일생을 운동하는 기계처럼 살아가는 이들이 신기록을 세우는 장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삶을 넉넉하게 살아가는 이의 즐거움을 볼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