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칼럼 ‘웃기는 설교’에 대해 교우들이 여러 가지의 말씀을 주셨습니다. 대부분, 지금 대로가 좋으니 웃기려고 애쓰지 말라는 식의 말씀이었습니다. 들리는 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면 안 될 것이지만, 그래도 적잖이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웃기려는 집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여 염려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얼마 전, 식당에서 어느 교우와 상담을 하고 있는데, 시중들던 분이 제가 와싱톤한인교회 목사인 줄 알고는 반가워하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주일 아침 8시에 목사님 설교를 빠지지 않고 듣고 있어요. 목사님 설교는 정말 재미있어요. 아, 재미있다고 말하면 안 되나요? 하여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듣고 있어요.” 저는 그분의 말씀을 듣고 나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웃기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데도 재미있다고 느끼는 분도 계시구나! 무엇 때문에 재미있다고 느낄까?’

‘재미있다’라는 말은 ‘흥미롭다’는 뜻일 것입니다. 설교를 들으며 깔깔대고 웃지는 않지만, 흥미로운 구석이 있어서 집중해서 듣게 된다는 뜻입니다.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다음에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또는 어떤 결론으로 가려는지 궁금하게 만든다는 뜻입니다. 때로는 전혀 예기치 않은 반전이 나오고, 때로는 듣는 사람의 허를 찌르는 말이 나옵니다. 때로는, 오래 도록 씨름해 왔던 질문을 설교자가 제기합니다. 이럴 경우, 과연 설교자는 그 질문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하려나, 귀를 쫑긋 세웁니다. 이렇게, 자신도 모르게 마음을 집중하여 듣게 될 경우, “설교가 재미있었다”라고 말하게 됩니다.

저는 설교의 도입부로부터 마지막 결론까지 듣는 사람들의 주의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잘 만들어진 이야기는 ‘기승전결’의 요소와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들 말합니다. ‘기’는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을, ‘승’은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을, ‘전’은 전개되던 이야기가 독자의 기대와 달리 반전되는 것을, 그리고 ‘결’은 독자에게 해소감을 주는 방식으로 마무리되는 것을 말합니다. 설교가 이야기는 아니지만, 설교 안에도 이 같은 요소들이 있어야 듣는 사람들이 집중하게 됩니다. 이것이 잘 되면, 재미있는 설교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지루하고 딱딱한 설교가 됩니다.

하지만 설교의 재미 역시 수단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설교를 통해 진리의 희열과 구원의 기쁨 발견하도록 돕는 도구일 뿐입니다. 재미가 없으면 그것을 발견하기도 전에 다른 생각에 빠져 버릴 것입니다. 반면, 그것을 발견하도록 도와주지 못한다면, 웃기는 설교 혹은 재미있는 설교는 한가한 재담으로 전락할 것입니다. 이것을 알기에 설교를 준비하면서 진리와 복음을 제대로 전하기 위해 더 많은 기도와 노력을 기울입니다.

설교를 듣는 분들도 재담이나 재미에 마음이 팔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설교를 들으며 배꼽 빠지도록 웃었는데, 정작 진리의 희열과 구원의 기쁨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코메디 클럽에 간 것이나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영원한 진리를 찾아야 할 설교에서 금세 잊혀 질 재미를 찾는다면 그처럼 어리석인 일도 또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설교는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모두에게 벅찬 도전임에 틀림없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