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미국 생활이 어떻게 변해가는 지를 보여 주는 작은 뉴스들이 있습니다.
몇 달 전만 해도 네비게이션 도둑들이 차량의 창문을 깨고 길 안내용 네비게이션을 훔쳐 간다는 뉴스와 함께 도난 방지를 위한 안내가 뉴스를 타고는 했습니다. 인터넷이 생활을 바꾸고, 휴대전화가 일상을 바꾸면서 이제 네비게이션이 미국 시민들의 일상에 자리 잡아 운전 문화가 지배하는 미국 생활을 바꾸고 있습니다. 네비게이션은 고가에 훔쳐 가기 쉽고 팔기 쉬운 이유로 주차장 마다 빈번하게 네비게이션 도둑이 극성을 부렸습니다.

지난 며칠에는 휘발유 도둑이 출몰한다는 뉴스가 퍼졌습니다. 집 앞에 세워둔 차량에서 밤새 개스를 빼가기도 합니다. 본격적으로 휴대용 펌프를 들고 개스를 훔쳐가기도 합니다. 개스가 고가의 상품이 되면서 훔쳐가기 쉽고 팔기 쉬워서 곳곳에서 개스 도둑들이 출몰합니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금융 경색이 경제에 충격을 주고 식품과 에너지 가격이 멈출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점점 더 어려워지는 미국 생활의 단편을 보여 주는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에 발표 된 노동 시장 뉴스는 스타벅스에서 만 여명의 종업원들을 해고할 것이라는 소식과 함께 크게 달라지지 않은 실업율을 함께 보도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아침 뉴스에는 뉴욕의 증권 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았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제 금융 위기와 석유 가격 급등이 가져온 충격이 어느 정도 흡수되어 안정을 찾아가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작년 말부터 벌어진 경제 위기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수천만 달러에서 수억 달러를 벌어들이던 금융 회사들이 큰 손실을 봤다는 것입니다. 부를 창출하는 산업에 투자해서 손해를 본 것이 아니라 "돈놀이" 하다가 손실을 본 것입니다.

큰 돈 만질 기회가 없는 일반 시민들에게는 매일 조금씩 오르는 연료비와 식품비용이 증가하여 생계비가 늘어 났습니다. 모기지를 물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어도 길에 나 앉는 선택보다는 크레딧 망가지고 아파트로 옮기는 선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경기가 나쁘고 생활이 힘들다고 해도 오도 가도 못할 벼랑 끝에 선 것은 아닙니다. 그 동안 걸어오던 길이 좁아지고 거칠어지고 때로는 아예 사라지기는 했어도 사방이 아주 막힌 것은 아닙니다. 이제는 새로운 길을 찾고 거친 길을 뚫고 나가야 할 때입니다. 변화를 시도해야 합니다. 사업의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생활의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한인 사회가 서로 주고받고 돌려 먹는 경제에서 탈피해서 주류 사회에서 더 큰 시장을 개척해야 합니다.

20년대에 경제 공황을 거치면서 단련되었던 세대가 근검과 절약, 저금과 투자, 성실과 인내를 배웠기에 두 번의 세계 대전을 치르고 나서 50년대와 60년대에 미국을 군사, 경제적으로 세계를 주도하는 나라로 만드는 주역이 되었습니다.

2000년대에 어려움을 겪은 세대가 앞으로 30년 동안 단단한 기초를 놓고 건실한 기둥이 되는 날을 바라보면서 변화를 위한 용기와 능력을 허락하시기를 주님께 빌어 봅니다.

<위 칼럼은 지혜와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임인 '연우포럼'(www.younwooforum.com)과 합의하에 전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