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과 지옥에 관한 잘 아는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어느 사람에게 천국과 지옥을 동시에 방문할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먼저 천국에 가보니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포동포동하니 윤기가 났고, 지옥에 가보니 예상한대로 사람들의 얼굴이 바짝 말라있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천국과 지옥의 식탁 메뉴가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단지 특이한 점 하나는 양쪽 다 음식을 먹는 숟가락이 무척 길었습니다. 의문을 두고 다른 점을 찾다가 결국 식사 시간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똑같은 식탁을 두고 식사를 하는데 천국 사람들은 얼굴에 윤기가 나고 지옥 사람들은 헬쓱할 수 밖에 없던 원인은, 지옥 사람들은 식사 시간이 되자 긴 숫가락으로 다른 사람은 안중에 없고 오직 자기만 먹으려고 하다보니 자신의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은 하나도 없고 모두 바닥으로 흘려버렸습니다. 하지만 천국 사람들은 자신의 긴 숟가락을 사용하여 먼저 앞의 사람을 먹여 주고 맞은편 사람은 또 그렇게 자신의 숫가락으로 그 앞의 사람을 먹여주어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식사를 모두 마칠 수 있어 얼굴이 윤택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설교시간에 자주 들어 식상할 정도의 이야기지만 극단적 이기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다시 한번 생각해 볼만한 교훈적인 이야기입니다.

예수님께서 산에서 가르친 교훈을 산상수훈이라고 합니다. 거기에는 지금까지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교훈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심령이 가난하고 애통하고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가 복이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밖으로 드러나는 죄만 죄가 아니라 마음 속에 숨어 있는 죄가 더 크다고 가르쳤습니다. 오른편 뺨을 치면 왼편도 돌려 대고 속옷을 원하면 겉옷까지 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원수를 미워하거나 보복하지 말고 오히려 사랑하라는 말씀까지 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의를 구하면 나머지 것들은 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있어야 할 줄을 아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한 마디로 우리의 생각과 우선순위를 뒤집는 가르침입니다.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것을 뒤집어야 새롭게 깨달을 수 있는 진리의 말씀입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도저히 순종할 수 없는 말씀으로 가득찬 가르침처럼 보이지만 다시 한번 깊이 묵상해보면 생각의 방향을 바꾸어야 사람이 사람답게 이 땅을 살아갈 수 있다는 고귀한 교훈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요즘의 한국 상황은 근심을 넘어 절망에 이르게 할 정도입니다. 지금의 이런 현상들이 전혀 새로운 양상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상황은 바뀌지 않았는데 사람이 바뀌었을 뿐입니다. 똑같은 상황을 두고 전에 찬성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반대하는 편에 섰고, 전에 반대하던 사람들이 이제 찬성하는 편에 섰다는 것 뿐이지 어렵고 힘든 한국의 상황은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한국의 이런 상황에 편승하여 이민사회에까지 분열과 불신의 벽이 생겨나려고 하는 것입니다. 한 번 냉정하게 양쪽의 이야기를 들어 보세요. 들어보면 모두 다 일리있는 말입니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 병든 쇠고기를 수입하지 말라고 촛불을 든 국민들과, 쇠고기 문제 하나로 인해 다른 수출입에 영향을 받아 나라의 경제살림에 여려움이 생길까 노심초사하는 정부의 방책중 어느 것이 크게 틀렸습니까? 어느 한쪽의 말이 틀린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에 문제가 있습니다. 닥친 현안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당리당략에 치중하거나 자기 편의 의견을 밀어 붙이려는 방법으로는 어느 편도 그런 결과에 승복하지 않습니다. 단지 굴복할 뿐입니다. 승복이 아닌 굴복은 또 다른 갈등의 불씨로 여전히 사람들 마음 속에 남아 언젠가 기회가 되면 다시 타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과거사를 통해서 익히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어떤 방법이 가장 현명한 방법일까요? 아주 단순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입장을 비꾸어 놓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국민은 정부를 먼저 생각하는 것입니다. 정부가 국민의 건강을 위해 촛불을 들고, 국민은 정부를 신뢰하는 촛불을 들 각오를 할 때 비로소 문제의 해결점이 보일 것입니다. 지금처럼 끝도 없이 서로의 입장만 주장하거나,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여유를 잃어버리고 서로를 비난하는 일에 힘을 다 허비한다면 그것을 통해 유익을 얻을 상대는 미안하지만 우리 안에 있지 않고 우리 밖에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우리의 갈등을 통해 얻어질 유익만 기다리고 있는 그들은 우리가 보이는 분열의 조짐을 교묘하게 이용하려 할뿐이지 결코 우리에게 어떤 유리한 방안도 제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은 서로를 향해 목소리를 높일 것이 아니라 입장을 바꾸어서 서로를 깊이 생각해보는 아량과 관용이 절실히 요청되는 때입니다.

입장 바꾸어서 생각해보아야 할 일이 어디 밖에만 있겠습니까? 우리 삶 속 어디에나 있습니다. 요즘 가정에서 관계의 어려움으로 갈등합니까? 한 번 정도는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보세요. 남편은 아내의 입장에서, 아내는 남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세요. 그러면 험한 세상에 나가 가족을 위해 생존경쟁을 하는 남편의 고통이 보이고, 계산될 수 없게 희생하는 아내의 눈물이 보입니다. 부모와 자녀관계 역시 입장을 바꾸어 바라다보면 다른 시대와 상황을 살아가는 자녀의 갈등이 보이고, 시대를 이해하려 애쓰는 부모의 힘겨운 노력이 느껴집니다. 종업원과 주인의 갈등 역시 입장을 바꾸어 보면 서로가 필요에 의해서만 만난 단순한 관계적 실리의 대상이 아닌 동반적 협력자임을 발견하게 됩니다. 정부와 국민 역시 서로의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면 얼마든지 서로를 위해 기꺼이 촛불을 들어줄 수 있습니다. 건강한 국민 없이 건강한 정부가 있을 수 없고, 안에서 국민에게 믿음을 얻는 정부 없이, 밖에서 신뢰받는 국민으로 살 수 없습니다. 정부와 국민은 서로의 투쟁 상대가 아니라 생명 공동체로 보는 시각을 회복하면 비록 작은 나라에 살지만 큰 나라가 부럽지 않은 민족 자긍심으로 살 수 있습니다.

지금은 내 주장만 펼칠 때가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할 때입니다. 내 입장에서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생각할 때입니다. 그래야만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입장을 바꾸어 놓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세요. 우리는 내적 분쟁과 지탄속에 함께 쇠퇴할 민족이 아니라 화해와 신뢰속에 널리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유익을 끼치도록 부름받은 민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