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교는 한인 2세들에게 한글 뿐 아니라 전통 문화와 예절을 가르친다. 미국에 사는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길러내는 숨은 공로자다.

재미한국학교협의회 부회장이자 서북미한국학교협의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민노 장로는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서북미협의회 회장직을 맡았다. 타코마한국학교 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살리고, 부모 세대와의 갈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한글교육'을 꼽았다.

높아진 한국어의 위상과 한국학교의 발전

80년대 초창기만 하더라도 교회에서 주일에 아이들을 가르치는 정도였다. 수도 적었다. 하지만 80년대 후반부터는 정식으로 등록하고 한국학교를 운영했으며 수도 늘어났다. 현재는 워싱턴주에만 1백여개 이상의 한국학교가 있다.

더불어 한국어의 위상도 크게 올라갔다. SAT II 시험 외국어 과목 중 하나로 채택됐으며 미 국방부 8개 전략 외국어 중 하나가 됐다. 이렇게 한국어와 한국학교의 위상이 올라간 것은 모든 한국 학교들의 공이다.

또한 한국 정부에서도 많은 도움을 줬다. 재외동포에 대한 위상이 올라가고, 재외 동포가 해외 인력 자산으로 인식되면서 재외동포 교육에 대해 관심이 늘어났다. 지낸 해 서북미협의회는 한국 정부로부터 12만불의 재정적 도움을 받았다. 한국학교마다 지원금을 받는데, 초창기에는 1년에 6-700불을 지원받았다. 지금은 이 액수가 1,500-2,500불로 늘어났다.

한글 교육은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다문화, 국제화 시대를 사는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기업이 인재를 등용할 때도 이중 언어에 능통한 자를 뽑는다. 이제 한글을 모르는 한국인은 미국에서도 성공하기 어렵다.

더불어, 부모 세대와 갈등이 야기되는 것은 서로 언어 소통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말을 통해 사상과 문화가 전달되지 못하니 상호 조화가 되지 않고 깊은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

한국학교는 한글 뿐 아니라 한국어를 통해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한다. 궁극적으로는 자녀들이 미주 한인으로서 확실히 자기 역할을 감당할 수 있게 해준다.

예전과 비교할 때 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졌지만, 더 높아져야 한다.

한국학교 운영의 아쉬운 점

미 전역에 1500개의 한국학교가 있다. 본국으로부터 지원받는 공통 교과서는 있지만 공통 교과 과정이 없다. 그래서 공통 교과서는 이용하지만 부교재를 쓰는 등 학교마다 운영방법에 차이가 있다. 게다가 2세들에게 한국어는 '외국어'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 개개인의 나이나 수준에 따라 배워야 하는 내용이 다르다. 교육 단계가 세분화되어야 하는데, 각 학교별 운영 방식마다 다른 것이 아쉽다.

주로 교회부설로 운영되고 있는 한국학교. 그렇다보니 교회마다 운영방법이 다르다. 또한 운영이 잘 되는 곳도 있지만 열악한 환경 가운데 있는 학교들도 있다. 한국학교를 통합해 양질의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도 있다.

학교가 운영되려면 학생, 선생님, 교과 과정이 필수적으로 갖춰져 있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 환경이 조성되어 있어야 한다.

통합학교는 질적으로 우수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통합되면 기존의 학생 수에 비해 30%정도만 수용한다.

교회마다 한국학교가 있었을 때는 집과 가깝고, 때로는 교회 내 이웃을 통해 아이들 라이드 문제를 해결하는 등 통학이 쉬웠다. 하지만 통합학교는 인근 한국학교보다 멀어 통학 문제가 생긴다. 통합학교가 생기면 통상 50-70%의 학생들이 부득이하게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하게 된다.

아이들이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것은 대학 입학 후다. 대학에 가면 한국어를 하는 한국 아이들과 영어만 구사하는 아이들이 확연히 나눠진다. 영어만 구사하는 아이들은 타인종과 쉽게 동화되지 못한다. 이제까지 미국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고, 한국인인것 같은데 한국어를 못하니 어느 쪽에도 끼어들지 못한다.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보다 많은 2세들이 뿌리 교육의 맥을 이어받을 수 있기 위해서는 한국학교가 많아야 한다. 소규모라도 교회 내 한국학교에 다닌 아이들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살아있다. 통합학교에서 5-7년 내에 배울 내용을 10년에 걸쳐 배운다 해도 한국어 교육의 맥을 이어간다는 측면에서 볼 때 교회 내 한국학교는 필요하다.

조선시대를 보더라도, 동네 서당 교육을 통해 정승이 나온 것 아닌가? 학생이 소수일지라도 올바른 가치관을 세워주고 정체성을 확립시켜줄 수 있다는데 소규모 한국학교의 의의가 있는 것이다.

교회 목회자들의 한국 학교에 대한 인식이 중요할 것 같다.

한국학교를 위해 배려해주시는 목회자들과 교회 리더들에게 감사하다.

유대인들이 지금까지 존재하는 것은 히브리어 교육 때문이다. 언어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민족의 정신과 혼을 담고 있다. 한국학교가 한국어를 가르치는데 있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아무래도 교회 내 한국학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담임 목회자다. 목회자들이 더욱 열린 시각으로 한국 학교를 바라보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교회 내 리더들도 열린 시각을 갖고 한국 학교 사역에 참여했으면 좋겠다.

덧붙여 부모님들의 조언과 관심이 가장 필요하다. 꼭 재정적인 도움이 아니더라도 학교 운영 방법 등에 관심을 갖고 조언해주는 것이 한국 학교의 발전을 가져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