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서 벌어지는 미국 쇠고기 관련 사태를 보면서 착잡한 마음뿐입니다. 지금의 상황은 쇠고기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도약하지 못하게 만드는 뿌리 깊은 증세를 반복해서 보여 주는 만성적인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에 반응한 모습과 지금 쇠고기 사태가 너무도 흡사합니다.

첫째, 사실의 왜곡에서 시작합니다. 한국 교회 해외 선교의 역사와 실태를 알지 못한 채 인질 사태가 한국 선교의 공격적 선교의 결과라고 결론지었습니다. 한국 교회에서 공격적 선교를 지양하고 박애의 실천을 앞세웠던 대표적인 교회임에도 불구하고 무식한 선교를 자행한 교회로 지탄받았습니다.

둘째, 국제적인 상황에 대한 지식 없이 국내용 시각으로만 모든 것을 보았습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보다 더 잘 사는 나라에서 종교를 포함한 민간 분야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고 어떤 희생을 하고 있는 지, 구호와 선교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세계적인 상황을 알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셋째, 진실 공방은 사라지고 감정이 지배합니다. 작은 자동차 접촉 사고가 "너 몇 살이야?"로 번지는 것이 한국 사회의 병리 현상입니다. 피해의 원인과 피해의 규모를 따져서 받을 것을 받고 줄 것을 주는 것은 완전히 잊어버립니다. 버릇없다. 건방지다, 무시했다 등등 감정 싸움으로 옯겨 갑니다. 한국 사회가 국제 사회에서 감당해야 할 도덕적인 의무의 실천, 그 구체적인 제도와 방안 등의 관심거리가 되지 못하고 국민을 걱정하게 만들었다는 노여움이 노도 광풍을 만들었습니다.

넷째, 정부와 여론 주도층의 수준 낮은 대응입니다. 한국 교회의 지도자들은 봇물처럼 터지는 여론의 물결 앞에서 어쩔 줄 몰라 절절 매고 있었습니다. 선교 전문가들과 선교 학자들은 모두 꿀 먹은 벙어리였습니다. 언론사에는 한국 교회 역사와 해외 선교 역사에 대해서 정통한 전문 기자 한 사람 없었습니다. 국가의 대응은 인질범과 테러범을 상대하는 국제 사회의 규범을 완전히 역행하는 방법을 채택했습니다. 국민을 인도해야 할 여론 주도층의 무능과 비겁함이 한 몫을 했으며 국내 사정만 고려한 정부의 대응으로 인해 한국은 대 테러 전선에서 다시는 신뢰할 수 없는 국가로 낙인되었습니다.

다섯째로 그런 일이 언제 있었냐는 듯 잊어버립니다. 인류 전체가 보다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구호하고 인권 향상을 위해서 노력하는 책임을 다 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 새로운 제도를 만들고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과정이 뒤따르지 못합니다. 그저 다 잊어 버리고 세계가 관심 갖지 않는 국내판 이슈에 사로 잡혀 버립니다.

쇠고기 사태도 사실의 왜곡에서 터졌습니다. 국제적인 기준과 국제적인 현실에 비교하는 능력이 없이 절대적인 판단 만으로 극단적인 결론만을 내면서 제동기 없는 열차처럼 달려갑니다. 먹거리의 안전이라는 사실 규명에 대한 관심보다는 대통령이 오만하다, 국민을 무시했다는 등의 감정싸움이 자리잡습니다. 전문가들은 무능하고 비겁하며 정부는 국제 규범상 어처구니없는 방법을 써서 국민을 달랩니다. 국민의 정서를 달래는 동안 미국민과 세계인의 정서를 돌이킬 수 없게 망가뜨립니다. 그러나 새로운 감정 자극하는 일이 터지면 또 다시 뜨거워진 머리 속에서 지워 질 것입니다.

성경은 사랑의 실천도 "진리 안에서" 하라고 명령합니다. 감정이 배제된 진리의 차가운 기초 위에 사랑의 불을 피우지 못하면 결코 성숙한 공동체가 되지 못합니다.

<위 칼럼은 지혜와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임인 '연우포럼'(www.younwooforum.com)과 합의하에 전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