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연합과 신흥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브릭스(Brics)의 맹렬한 추격을 받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미국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고 부자나라 반열 선두에 있다. 일인당 GNP 4만달러, 포브스가 선정하는 억대 부자의 절반이 세계 부의 거반을 여전히 소유하고 있다.

그런 부자나라에 난마처럼 얽혀있는 의료보험제도는 분명 문제다. 돈 없으면 아플 권리도 없는 나라. 3억 인구의 33%가 무보험자다. 백인 무보험자가 11%, 아시안 18%, 히스패닉 20%, 흑인 32%로 의료보험에도 엄연히 인종차별이 존재한다. 일억명 이상은 치과 무보험자고 또 다른 일억명은 직장관리 의료보험(managed care)에 속해 보험회사가 지정하는 특정병원, 특정의사에게 가서 치료를 받는 정도다.

환자에게 주치의를 할당하는 HMO 제도는 제한이 너무 많고 의료서비스 질이 떨어져 원성이 자자하다. 미국 제약회사의 1/3 가격대의 값싼 약을 찾아서 캐나다와 멕시코 국경을 넘어 방황하는 의료빈민 얘기는 더 이상 주목을 끌지 못한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P)의 통계에 의하면 충치를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어린이는 27%, 성인은 29%에 해당한다고 한다. 빈곤층 의료보장제도인 메디케이드 환자들이 제때에, 제대로 치료받으려면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 그 결과 매년 2만 명 이상이 병원 문고리를 잡아보지 못한 채 죽고 있고, 미시시피, 메릴랜드 등에선 충치에 의한 감염으로 어린이가 사망한 경우도 있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시코’(sicko)는 미국의 엉터리 의료보험 체계를 병원 응급실을 통해 보여주는데 자못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타 연주자 릭, 전기톱으로 나무를 자르다가 왼손 인지와 중지 손가락을 잘리고 말았다. 완전히 잘린 중지를 연결하는데 6만 달러, 인지를 연결하는데 12,000 달러, 고민하다 인지만 연결하고, 중지 손가락은 쓰레기통에 던지는 모습도 담았다.

80세가 되어도 쉴 수 없는 노인들. 일 해야만 그나마 무료 제공약을 구입할 수 있다. 죽지 않기 위해 약을 먹어야 하지만 그 약을 구하기 위해 죽을때까지 일하는 모습이 고달퍼 보인다. 아스피린으로 다스릴 수 없는 왠만한 통증은 꿀꺽 삼켜야 하고, 고통이 엄습하면 독주에 취해 씁쓸히 웃을 수 밖에 없는 노약자들이 부지기수다. 국민보건이 유명 제약회사와 민간 의료기관, 보험회사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순간부터 미국의 의료재앙은 끝 모르게 추락하고 있다. 서구 유럽이나 가난한 사회주의국가 쿠바보다 못한 의료체계는 우선적으로 손 봐야 할 주요 사회문제다.

매주 금요일 오후 2시부터 4시 사이, 페어팩스에 위치한 치과병원은 도시빈민들을 진료하기 위해 외래 환자의 스케줄을 잡지 않는다. 중남미에서 올라와 거리에서 일자리를 찾는 라티노 도시빈민들을 위해 점심끼니도 거른채 치아를 돌본다.

되는대로 일하고, 주는 대로 먹고, 뒷 손질할 여가 없이 쓰러져 자는 빈민들의 구강위생은 낙제점 이하다. 대부분 잇몸 질환을 앓고 있는데, 뿌리까지 치석이 침범하여 지지대 뼈를 녹이고 신경을 손상한 다음에야 통증을 호소한다. 풍치 때문에 치아를 송두리째 뽑아내야 한다. “치실 사용을 꾸준히 계몽만 해도 아까운 치아를 살릴 수 있다”며 예방 교육을 신신당부 한다.

그 동안 한차례 있는 휴가를 중남미 선교지에서 보냈던 닥터 리는 금년에 캄보디아로 가려던 계획을 접었다. 적지 않은 왕복 여비와 길에서 보낼 많은 시간을 주변에 있는 이방인 환자들을 보살피려고 병원문을 활짝 열었다. 말보다는 묵묵히 실천함으로 빈민을 섬기는 그에게서 행복한 미소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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