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의대를 나온 의사였지만 의사의 가운을 벗어 버리고 안철수연구소를 세워 세계적인 컴퓨터 백신 회사를 일으켰습니다. 지난해 5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안철수연구소는 한국 컴퓨터 백신 기술의 자존심입니다.

안철수라는 이름은 종종 도전과 창조, 모험 (벤처)의 대명사이기도 했습니다. 의사라는 직업을 벗어버린 것도 그렇고 당시 생소한 분야였던 컴퓨터 백신이라는 미답지에 뛰어든 것도 그랬습니다. 손꼽히는 한국의 성공 벤처 1세대 창업자 중의 하나입니다.
안철수씨는 미국의 와튼스쿨 캘리포니아 캠퍼스에서 EMBA를 마치고 KAIST 교수로 임용되었습니다. 컴퓨터 분야의 정상급 기술 개발자에서 성공한 CEO로 인정받은 후 대학 교수가 된 것입니다. 안철수씨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게 된 동기를 묻는 질문에 "벤처 정신"을 젊은이들에게 불어넣기 위해서라고 답했습니다. "내 인생의 경험에 선진 경영지식을 가미하면 학생들은 매력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안철수 박사같은 분이 대학 강단에 서는 것을 보면 한국의 미래가 어두워지는 것 같아서 슬퍼집니다.

벤처 정신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벤처 정신은 0.0001%의 성공 가능성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미친 사람들이 전염시키는 것입니다. 0.0001%의 성공 가능성에 걸었던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극히 일부가 천배, 만배의 보상을 받는 것을 보면서 젊은이들의 마음속에서 불끈 솟아오르는 것이 벤처 정신입니다.

한국의 벤처 정신이 사라진 것은 좋은 교수가 없어서가 아닙니다. 모험 (벤처)으로 시작한 선배들이 더 이상 모험할 필요가 없는 일에 안주하면서 사리진 것입니다. 기술력 하나 믿고 큰 소리 치는 것은 사실 무모한 것입니다. 벤처는 자신의 기술력에 안전한 의사 생활을 걸고, 아파트를 걸고 숨겨둔 아내의 저금통장까지 거는 것입니다. 벤처 기업으로 성공한 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모험을 피하는 삶을 선택하지만 벤처의 피가 흐르는 사람들은 불나방이 불에 꼬이듯 벤처에 뛰어듭니다. 그들은 벤처로 번 돈을 안전한 곳에 두고 안전한 길을 가는 대신에 엔젤 투자자가 됩니다. 기술력에 모든 것을 걸고 벤처의 성공을 일으키듯이 백만분의 일의 성공 확률에 자신의 재산을 걸고 투자의 모험을 즐깁니다.

교수 생활처럼 모험 없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20살 먹은 "어린" 학생들에게 성공의 배경을 들려주면 당연히 모두 "뿅" 갈 것입니다. 최고경영자 MBA 과정에서 배운 내용을 선진 경영지식으로 소개하면 초롱초롱한 눈망을이 쏙쏙 빨아들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결코 모험을 보여주지는 못합니다. 안철수 사장님이 500억원 매출에 머물지 않고 500억 달러에 도전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거는 모습이 벤처 정신입니다. 대주주로 물러나 앉았어도 패기만만한 젊은 공학도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에 1억을 투자해서 수년 안에 100억을 버는 성공을 보여 주는 것이 벤처 정신입니다.

한국사회에서 사농공상은 계급의 굴레일 뿐 아니라 성공의 보상이기도 합니다. 상인에서 기술인으로, 기술인에서 기업인으로, 결국은 기업인에서 선비로 옮겨 가는 것이 성공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기독교에서도 선교사가 목사로, 목사가 담임목회자로, 담임목회자가 신학교 교수가 되는 것이 더 좋아 보입니다. 근본을 알고 근본에서 벗어나지 않기를 원합니다.

<위 칼럼은 지혜와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임인 '연우포럼'(www.younwooforum.com)과 합의하에 전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