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를 낳으시고 길러주신 어머님을 기억하며 감사하는 어머니 주일(Mother's Day)입니다. 어머니 주일(날)이 시작된 연유를 알아보니, 오래전 버지니아 주에 홀어머니와 살던 어느 소녀가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어머니의 묘 주위에 어머니가 좋아하던 카네이션을 심어 드리고. 자신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고 다니며 생전에 다하지 못한 어머니에 대한 사랑에 아쉬움과 어머니의 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표시하면서 어머님을 평소에 잘 모시자는 운동을 벌였는데 그 운동이 사람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어 이웃에서 이웃으로 확산되어 미국 전역에서 일어나게 되었답니다.

그러다가 1914년 5월 7일. 제28대 윌슨 대통령이 5월 둘째 주일을 '어머니날'(Mother's Day)로 선포하고 모든 국민들에게 각자의 어머니와 모든 어머니들의 사랑에 감사하는 날로 지킬 것을 선포하게 되므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시작된 '어머니의 날'을 우리나라에서는 1956년부터 5월 8일을 '어머니날'로 지정하여 지켜오다가 1974년부터 그 명칭을 '어버이날'로 변경해 기념하고 있습니다.

또한 오늘은 교회력으로 성령강림주일(Pentecost)이기도 합니다. 성령강림주일은 이름 그대로 신약성경 사도행전에 나타난 오순절에 성령님께서 강림하신 사건을 기념하는 주일인데 이렇게 두 개의 소중한 신앙적 의미를 담고 있는 특별 주일이 겹친 것은 교회력을 정하는 기준 때문입니다. 해마다 교회력은 그해의 부활절이 언제이냐에 따라 그 시기가 당겨지기도 하고 늦춰지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성탄절과 달리 부활절은 해마다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오래전부터 부활절을 춘분(오랫동안 3월 21일이었다가 1992년부터는 3월 20일이었고, 올해, 2008년부터는 3월 19일이고 2100년이 되면 다시 3월 21일로 돌아간다)이 지난 첫 만월(보름)후 주일로 정하고 지켜왔습니다. 그러니까 해마다 춘분이 지난 후 만월(보름)이 언제이냐에 따라 크게는 한 달 정도의 시차가 생기게 됩니다. 예를 들어 춘분이 지난 직후 곧 바로 만월(보름)이 되고, 다시 바로 주일이 되면 그해의 부활절은 일찍 오게 되는데 올해가 바로 그런 해입니다. 아시는 대로 올해 부활주일은 지난 3월 23일이었는데 춘분(3/19)이지난 사흘 후인 3월 22일(토)이 만월(보름)이어서 다음 날인 3월 23일(주일)을 부활주일로 지키게 된 것입니다. 만약 춘분 바로 직전에 만월이 되면 다시 그다음 만월이 될 때까지 거의 한 달이 지나야 하며 그렇게 되면 늦게는 4월말에 부활절을 지키기도 합니다.

성령강림절은 주님께서 부활하신 후 제자들과 40일 동안 함께 하시다가 승천하시고, 주께서 승천하신 후 10일이 지난, 그러니까 유대인의 절기로는 유월절이 지난 50일이 되는 오순절(또는 칠칠절)이고, 기독교 절기로는 부활절후 50일째 되는 날에 성령님께서 주님의 약속을 믿고 기다린 이들에게 강림하시게 되는데 바로 그 날을 성령강림절이라고 부르며 그후부터 그날을 성령 강림을 기념하는 절기로 지키고 있습니다. 흔히 성령강림절을 오순절이라고 표기(영어 표기로 Pentecost도 오순 또는 50이라는 의미)하는 이유도 바로 오순절에 성령께서 강림하셨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오늘이 교회력으로는 성령강림주일이면서 동시에 특별한 의미를 담고 지내는 주일로서는 어머니 주일로 겹치게 된 것입니다. 어머니 주일과 성령강림주일, 어찌 보면 어울리지 않는 의미를 지닌 두 개의 주일이라서 이 두 가지 의미를 지닌 주일을 같은 주일에 기념하는 것이 왠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어머니주일과 성령강림주일이 담고 있는 의미에도 공통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즉, 성령강림절이 담고 있는 여러 의미중 가장 큰 의미는 바로 성령강림절, 그 날로부터 신앙의 공동체인 교회가 시작된 이른바 “교회 생일”이라는 것입니다. 즉, 성령강림절은 교회가 태어난 날이고, 그런 의미에서 성령님을 “교회의 어머니”라고 일컫기도 합니다. 그렇게 보니 성령강림주일과 어머니 주일은 아주 비슷한 의미를 공유하는 절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를 낳으신 어머니, 우리를 길러주신 어머니, 그리고 지금 우리로 우리되게 해 주신 어머니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어머니 주일, 그리고 교회를 낳으신 성령님, 교회를 길러주신 성령님, 그리고 지금 교회로 교회되게 하시는 성령님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성령강림주일, 이 두 절기가 담고 있는 의미가 서로 상충되지 않고 오히려 서로 보완하고 보충하는 듯합니다.

오늘은 우리에게 생명을 주신 어머니, 우리를 자신보다 더 사랑하신 어머니, 우리를 위해 희생하신 어머니를 기억하고 감사하면서 동시에 교회에게 생명을 주신 성령님, 교회를 사랑하시는 성령님, 교회를 교회되게 하시기 위해 지금도 역사하시는 성령님을 기억하며 감사하는 귀하고 복된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