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제 새 건물로 이사를 합니다. 지난 수년간 여러 차례 고비를 넘었습니다. 펜더 캠퍼스를 인수하고, 조닝을 바꾸고, 건축 허가를 받고, 융자를 해결하고, 이제 몇 개월에 걸친 내부 공사를 마치고 입주하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기적으로 인도하지 않으셨다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입니다. 이사를 앞두고 감사와 감격과 함께 앞으로 거치게 될 파도와 우리가 올라타게 될 급류를 생각하면 갑자기 긴장이 엄습하기도 합니다.

그동안 좁은 공간에서, 좁은 주차장에서, 뚝 떨어진 청소년 예배공간 때문에 여러 가지로 불편했지만 또 한편 잠잠한 바다를 지나듯이 평온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감사와 기쁨으로 새로운 예배 처소에 들어가면서 여러 가지 불편이 해소 되는 동시에 새로운 장소, 새로운 시간, 새로운 길에 적응하느라 여러 모로 정신없는 기간이 오게 될 것입니다. 급류를 타는 일은 즐거운 일이지만 또 한편 새로운 긴장이 따르는 일이기도 합니다.

평안한 바다를 항해 할 때는 방향 잡는 일이 오히려 쉬울 수도 있습니다. 배의 뒤쪽을 보면 배가 지난 온 자국이 고요한 받위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격량이 일 때, 급류를 타게 될 때 오히려 방향을 잃기 쉽습니다. 나침반에서 눈을 떼지 않고 지켜 봐야 할 때입니다.

나침반은 다음에 디딜 곳을 가리키지 않습니다. 평소에 늘 조금씩 떨거나 움직이는 나침반의 바늘은 먼 방향을 가리킵니다. 나침반은 지구의 끝인 북극점을 가리킵니다. 지구의 자장에 대한 지식이 없었을 때 사람들은 나침반의 바늘이 하늘의 북극성을 향한다고 믿었습니다.

이사를 준비하고, 이사를 진행하는 가장 분주한 주간에 일년에 한번 열리는 국제구호단체 연례 회의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교회가 가장 분주한 때 자리를 비켜 주는 것이 방해하지 않는 길이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며칠간 워싱턴 디씨의 호텔 회의장 주변에서 지내면서 급류를 타는 듯한 교회의 상황에서 하나님께서 보여 주시는 나침반의 바늘을 보는 듯한 경험을 했습니다.

첫날 이사회가 끝나고 몇몇 이사들이 비공개로 모여 미국 대외원조청의 디렉터와 한 시간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그 자리에서 포어 디렉터는 방금 백악관에서 전해 준 대통령의 결정을 알려 주었습니다. 싸이클론으로 수만명이 죽은 미얀마에 현장 파악 비용으로 25만 달러, 현지에서 이미 활동하고 있는 기관들에게 긴급 지원 형태로 300만 달러를 급히 지출하도록 결재했다는 것입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수만명이 희생당하고 지구 이편에서는 긴급하게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급류를 타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일랜드 대통령과 유엔인권위원회 책임자로 있었던 매리 라빈슨을 헤드테이블에서 만났습니다. 인권과 경제 개발에 연결을 위해서 제의하는 강의를 듣고 인권이라는 단어 조차 없는 북한 실정에 대해서 질문도 하고 대화도 나누었습니다.

인도에서 가난한 가정 주부들을 대상으로 소액 사업 융자를 시작해서 지금은 100만명이 넘는 여성들에게 마이크로 파이낸싱을 하고 있는 엘라 바트라는 인도 할머니와 식사를 했습니다. 작은 체구의 연약해 보이는 인도 여성이 수백만 가정에 희망을 만들어 주고 있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개혁교회에서 세운 구호단체의 책임자와 차를 나누면서 홍콩계 캐토릭 단체와 화란계 구호단체와 미얀마 현지의 선교사들을 연결해서 지금 현재 싸이클론 희생자들을 돕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머시코 대표를 만나 반가이 인사를 나누고 그 전날 북한 식량 지원을 위해서 머시코 임원들이 평양에 도착했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복도에서 만난 어떤 로비 전문가는 요즘 북한 식량 사정이 아주 나쁘다면서 미국 의회의 사정 이야기도 해 주었습니다. 영국의 구호 단체 연합체의 대표와 함께 앉아 대화를 나누면서 영국과 유럽에서 벌어지는 인권 향상과 가난 퇴치 운동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기적으로 이끌어 표적과 기사의 격량을 겪으면서 또 한편 멀리 땅끝을 가리키는 나침반을 보고 그 넘어 하나님의 마음과 뜻을 살피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새로운 건물에 들어가는 감사와 감격 속에서 우리를 이끌어 가시는 하나님의 실수 없는 인도하심을 신뢰합니다. 기적을 여러 차례 경험한 하나님의 백성이 찬양과 노래 속에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누릴 때 땅끝을 가리키시는 하나님의 손가락을 볼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위 칼럼은 지혜와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임인 '연우포럼'(www.younwooforum.com)과 합의하에 전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