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최빈국 볼리비아 공화국은 사면이 육지로 둘러 쌓인 산악국가이다. 남미 대륙의 백두대간 같은 안데스 산맥을 중심으로 북쪽으론 페루, 서쪽으론 칠레, 저지대 싼따 꾸르스와 맞닿은 아마존의 브라질, 죽음의 지옥으로 불려지는 그란 짜꼬와 연결된 파라과이, 아르헨티나와 국경을 이룬 남미의 충청북도 같다.

볼리비아는 남한 면적의 10배가 넘는 거대한 땅에 920만의 인구가 살고 있고, 안데스 서부 고산지대의 아메리카 인디오와 메스티소, 동남부 저지대의 부유한 백인 지역으로 나눠지는데, 스페인어와 께추아어, 아이마라(Aymara)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

장생포에서 돈 자랑하지 말라는 말처럼 볼리비아에서 높다는 말을 함부로 해선 안 된다. 웬만큼 높아선 깜도 안되기 때문이다. 안데스 산맥을 경계로 칠레와 국경을 이루는 곳에 있는 사하마(Sajama)는 남미 최고봉으로 6,542m 높이에 만년설(몬떼 블랑꼬)을 얹고 있다.

수도 라 파스(La Paz)가 해발 4천 미터, 페루와 국경을 이룬 곳에 있는 육지 속의 바다 띠띠까까 호수도 아찔한 고도에 있다. 라 빠스 남서쪽으로 100 Km 떨어진 곳에 있는 지상최대의 소금호수 쌀라르 데 우유니(Salar de Uyuni)는 3,650 m 높이에 벨기에 사이즈만한 크기로 무려 백억 톤 이상의 천연 미네랄 소금을 간직하고 있는 백색사막 같은 곳이다.

바다 물보다 8배나 짠 천연 소금호수 우유니는 우주에서도 관측될만한 장관을 펼쳐 보인다. 매년 12월에서 다음해 3월까지는 우기철인데, 소금 호수 위에 내린 비는 코발트 빛 하늘과 뭉게구름을 그대로 투영하는 신비한 자연거울로 반짝거린다. 안데스 깊은 산골에 어둠이 깃들면 소금호수엔 태고적 신비를 머금은 깨알 같은 별들을 하늘과 땅에 촘촘히 뿌려놓은 듯 거대한 천체 쇼를 이룬다.

뻬스까도(물고기) 섬에 있는 소금호텔은 백색 소금 벽돌을 잘라 만들었다. 두께 30cm
넘는 소금 널판지를 톱으로 썰어서 호텔 뼈대를 만들고, 침대와 화장실, 식탁과 의자 모두를 소금 조형물로 꾸며 놓았다. 수도 라 빠스에서 출발하여, 오루로(oruro) 찍고, 뽀또씨(potosi)를 경유하는 산악 지대를 4륜 구동 지프로 가뿐 숨을 몰아내며 오른 끝에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환~따스띠꼬 한 지상 유일의 소금 호텔에서 맛 볼 수 있는 기가 막힌 음식은 수천 년 잉카 인디오의 숨결이 담겨있는 토속 막걸리 ‘치차’(Chicha)와 고기에 양념을 버무린 볼리비아 만두 ‘엠빠나다’ 다. 잉카 인디오말로 ‘영원한 물’을 뜻하는 치차는 잉카 제국에 종교적 행사와 축제에 사용했던 전통주다. 보라색 옥수수에 파인애플, 계피, 정향, 레몬, 매운 소스와 설탕을 배합하여 끓인 후 숙성시키면 치차 모라다(보라색)가 되는데 맛과 향기는 산행의 고통을 한 순간에 앗아간다.

매년 사순절 직전 벌이는 띵꾸(Tinku)의 주먹싸움 페스티벌에도 빼놓을 수 없는 술이 치차다. 띵꾸와 오루로 인디오들은 길거리 패싸움 축제를 위해 세겹으로 만든 쇠가죽 모자와 털모자를 쓰고 치차에 거나하게 취한다. 비틀거리며 길거리 한복판에 글러브없이 서면 정복을 입은 경찰이 레퍼리로 결투를 주관한다. 두 눈 질끈감고 휘둘러 막둘러 내려치는 원 투 펀치에 콧대가 내려앉고 피가 튀긴다. 모든 참가자의 눈이 밤텡이처럼 되어서야 싸움은 끝나지만 쓰러진 자를 잔인하게 짓밟진 않는다. 마구잡이 싸움은 피를 부르고, 매년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낸다.

지난 5월 4일 볼리비아 부자 주 싼따 꾸루스는 87% 주민들의 찬성을 빌미로 자치분리를 요구하고 있다. 석유와 천연개스를 독차지 하고 싶어서다. 꼬까 농부 출신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의 빈민우대, 자원 국유화와 균등한 분배 정책에 반감을 품은 기득권자들의 반란은 남미의 코소보처럼 분열위기로 치닫고 있다. 치차 한잔 걸치고 최빈국 딱지 뗄 부강한나라 만들 방안이나 숙의했으면 좋겠다.

(도시빈민선교, 재활용품, 중고차량 기증: 703-622-2559 / 256-0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