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대륙의 13개 영국 식민지가 "독립선언문"을 발표하고 "아메리칸 혁명"을 일으켜 나라를 세웠습니다. 새로 세워진 국가는 헌법에 기초한 근대 국가 형태의 시조가 되었습니다.

미국의 건국은 인류 역사에서 일어나고 쓰러졌던 수 많은 나라들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자유와 공공의 행복에 대한 수십 년에 걸친 토론과 저술을 거쳐서 정치사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던 나라를 세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토마스 제퍼슨, 새뮤얼 아담스, 죤 아담스, 벤자민 프랭클린, 죤 헨칵, 알렉산더 해밀튼, 죠지 워싱턴 등 그 한 사람 만 있어도 건국의 책사의 역할을 능히 감당할 만한 정치 철학의 천재들이 모여서 사상과 행동을 결집했습니다.

"상식"을 쓴 토마스 페인과 "독립선언문"을 기초한 토마스 제퍼슨을 시작으로 국가 조직을 꾸미고 헌법을 만드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탁월한 사업가, 당대의 최고 과학자, 언론인, 군사 지도자, 계몽주의 철학자 등이 함께 모여서 가장 이상적인 국가 건설을 위해서 새로운 이념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 결과 세워진 미합중국은 천재적인 사상의 결과였습니다. 무력으로 점령하고 역성혁명을 이룬 권력자의 뜻을 이루는 건국도 아니었습니다. 씨족국가, 부족국가를 거쳐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화하여 이루어진 나라도 아니었습니다. 값비싼 자원을 중심으로 탐욕과 부귀 영화를 추구하던 상인들이 세운 나라도 아니었습니다. 수백년의 시대를 앞서 보던 이상주의자들과 천재들이 세운 나라였습니다.

다시 모으기 어려울 정도로 탁월한 정치 철학자 집단이 이상과 철학을 반영한 새로운 나라를 세우려 했지만 그들은 현실을 무시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헌법과 국체를 설계할 때 가장 심각하게 논의하고 토론했던 주제 중의 하나가 바로 노예 문제입니다.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부여 받는 자유, 행복 추구권을 명기하면서도 그들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온 흑인 노예들이 미국 독립선언문과 헌법 및 권리장전의 보호와 혜택을 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이상주의적인 철학을 실현해 보려던 천재들이기는 했지만 동시에 그들은 엄연한 현실의 문제를 무시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식민지 인민이라는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국민들의 민도도 생각했습니다. 이상에 따라 철학을 실천하는 일과 국민이 오랜 세월에 걸쳐서 배워가고 깨달아 가야만 할 일을 가릴 줄 알았던 것입니다. 결국 건국 이후 반세기가 지나서야 노예 해방이 이루어 졌고 200년이 흘러서야 비로소 정치적인 자유를 얻게 된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중국이라는 거대한 정치 경제 체체에 결국이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역사와 지정학적인 조건을 살피는 모든 식자들이 깨달을 수 있는 진실입니다. 그러나 한 나라의 국력이 늘어나고 그에 어울리는 문화를 갖추기 위해서 국민 전체의 집단 학습이 반드시 필요한 분야도 있습니다.

이번에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을 두고 1만여명의 중국인들이 서울에서 난동을 부렸습니다. 이를 보고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이제 전 국민적인 집단 학습이 시작된 것입니다.

나라도 교회도 집단 학습이 아니면 결코 터득할 수 없는 일들이 많습니다.

<위 칼럼은 지혜와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임인 '연우포럼'(www.younwooforum.com)과 합의하에 전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