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매년 기독교로 개종하는 무슬림의 수는 2백여 명 수준이다. 매년 개종하는 무슬림의 수는 해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일정선 이상을 넘지 않는다. 개종 후 겪어야 하는 무슬림 사회에서의 차별과 냉대, 그에 따른 고독이 원인이다.

프랑스 유력 일간 르몽드(Le Monde)는 최근 ‘모스크에서 교회로의 고독한 길(De la mosquée à l'église: une route solitaire)’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무슬림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스스로 기독교를 선택한 사람들의 삶을 조명했다. 현재는 가톨릭 또는 개신교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은 한결같이 개종 후의 삶을 “고독하다”고 말했다.

올해 26살인 깔레드(Khaled)는 지난달 30일 가톨릭교회에서 영세를 받았다. 가족들과 무슬림 친구들은 그의 영세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의 대모가 되어 준 가톨릭교인인 친구만이 자리를 지켰다. 프랑스에서 태어났지만 그는 무슬림인 부모님 아래서 이슬람 교육을 받고 자랐다. 17세가 됐을 때 그는 무슬림 사회의 엄격함에 “질렸고”, 이슬람이 답해 주지 못하는 “근원적인 질문들”에 대한 갈급함을 느꼈다. 그는 가톨릭교인이었던 철학 교수와 대화하면서 처음으로 “기독교의 하나님과 비슷한 무엇인가”를 발견했다.

처음 개종 결심을 알렸을 때 깔레드의 아버지와 형, 누나들은 그가 “전통을 부정했다”고 비난했다. 어머니는 그를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의 무슬림 친구들은 더 이상 그에게 말을 걸지 않게 됐다.

파티마(Fatima)는 알제리에서 태어나 13세 때 프랑스 북부로 이민을 왔다. 청소년기에 처음 성경을 접하게 된 그녀는 이윽고 기독교인이 되기로 결심하게 된다. 그러나 그 결심을 실행하는 데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3년 전 그녀는 52살의 나이에 가톨릭교인이 됐다. 아직도 그녀의 개종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8남매 가운데 몇 명뿐이다. “아직도 공격 당하거나 조롱을 받는 것이 두렵다”고 그녀는 말했다. 신앙을 이유로, 파티마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 “자유의 나라 프랑스에서도 이 곳 무슬림들은 종교를 바꾸는 건 배교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내 가족들은 아마 교회에 발조차 들이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개종 후에 느끼는 감정은 고독 외에도 이슬람에 대한 “분노”라고 깔레드와 파티마는 말했다. “지금은 진정이 됐지만 처음에는 이슬람에 대해 적대적이 됐다”고 깔레드는 말했다. 파티마 역시 “무슬림 사회에서 여성들이 겪어야 하는 차별을 생각하면 역겨워진다”고 밝혔다.

무슬림 출신으로 개신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싸이드 우지부(Oujibou) 목사는 “이슬람에 맞서는 데 목적을 둔다면 그것은 잘못된 개종”이라고 말했다. 올해 39세인 그 역시 개종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이슬람에 대한 반발심에 가득 차 있었지만 “그리스도의 무기는 적대시하고 부정하는 데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이들은 모두 무슬림 사회에서의 ‘관용(la tolérance)’의 부족을 아쉬워했다. 물론 일부 이슬람 국가들에서 개종을 선택한 무슬림들이 맞이해야 하는 상황에 비하면 그들이 겪어야 하는 고독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들은 자신이 선택한 종교에 따라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요구했다.

매년 프랑스에서 일정 수의 무슬림들이 종교를 바꾸고 있지만, 다른 지역들과 마찬가지로 프랑스에서도 개종에 대한 무슬림 사회의 반감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는 개종은 그들의 전통과 문화를 떠나는 것을 의미한다는 인식 때문이기도 하다.

우지부 목사는 “이슬람을 떠나는 것이 반드시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배신하는 것이 될 수는 없다”며 자신을 “모로코인이자 기독교인”이라고 표현했다.

자신의 이름인 ‘싸이드(Saïd)’를 결코 바꿀 생각이 없다는 그는 “‘무함마드(Mohammed)’가 ‘무슬림’을 의미하지 않는 그날이 프랑스에 올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손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