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모처럼 Grace 와 함께 영화 감상을 하였습니다. 제인 오스틴 최고의 걸작 고전으로 알려진 ' 오만과 편견, Pride and Prejudice' 은 제가 10대의 학창 시절 좋아했던 작품인데, 참으로 오랫만에 영화로 다시 대하게 되었습니다. 소녀 시절, 저는 주로 꽤 신선하다고 느꼈던 소설 중 로멘스에 매료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이제 중년의 목사가 되어 바라보는 시각은 많이 달라서, 인간성의 약점과 이로 인한 인간관계의 다양한 모습을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로멘스도 재미있었지요.)

잠깐 영화 내용을 소개합니다. 영국의 시골 하트포드시에 사는 평범한 베넷가의 두 딸, 제인과 엘리사벳, 그리고 이 둘과 로멘스를 엮어가는 영국의 부유한 귀족 신사 빙리와 다르시가 주요 등장인물이 되겠습니다. 아름답고 부드러운 여성적인 매력을 가진 제인과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는 순진한 빙리는 서로가 첫 눈에 끌리며, 약간의 장애가 있긴 했지만 결국 순조롭게 결혼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엘리사벳과 다르시입니다. 엘리사벳은 재치 있고 정직하며 세속적 부에 관심이 없고 모든 사람들을 이해하고 사랑하고자 애쓰는 아름다운 정신의 소유자로 묘사됩니다.

로라 제이콥스에 의하면 " 햄릿이 영문학의 첫 아들이라면 엘리사벳 베넷은 가장 사랑스러운 딸" 이라고 평할 정도로 사랑스러운 여인입니다. 한편 다르시는 신중하고 과묵하며 다소 거만한 인상을 주는 전형적인 영국 귀족의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이 둘이 처음 대면하였을 때에는, 서로에게 별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르시의 오만한 태도에 대하여 엘리사벳은 처음부터 거부감을 느꼈고, 그 후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편견을 가지고 바라봅니다. 다르시 또한 엘리사벳이 가진 인간적, 여성적 매력에 끌리면서도 그녀의 어머니나 동생들의 품위 없는 언행등에 실망하며 편견을 가지고 대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한 동안 이 작품은 두 아름다운 청춘 남녀 내부에서 계속 상승곡선을 타고 올라가는 서로를 향한 사랑의 마음과 한 구석에서 그들을 계속 경직시키는 오만과 편견과의 대결을 흥미있게 보여줍니다. 그러나 결국 사랑이 오만과 편견을 정복하고 승리를 거둡니다. 그리하여 오만과 편견이란 담이 무너졌을 때, 둘 안에 감추어진 채 계속하여 흐르고 있던 순수하고 정결하며 뜨거운 사랑은 극적인 모습으로 표출되며 보는 이들의 마음에 큰 감동을 자아내게 합니다.

오만과 편견이 인간의 내부에서 정복되었을 때, 인간이 그렇게 순수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작품은 흥미롭게 보여주지요. 어쩐지 딱딱하고 선뜻 다가서기 싫은 오만한 귀족 다르시가 오만과 편견을 벗어던지고 그저 사랑에 목말라하는 낭만적인 청년으로 변신하는 모습은 인상적입니다. 저 사람의 내부에 저렇게 부드럽고 낭만적인 사랑이 존재하였던가? 과연 사랑은 위대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그 옛날 사랑을 노래했던 솔로몬 왕의 고백처럼 사랑은 죽음같이 강하고 그 기세가 여호와의 불 같으며, 많은 물이 꺼치지 못하겠고 홍수라도 엄몰하지 못하며 사람이 그 온 가산을 다 주고 사랑과 바꾸려 할지라도 오히려 멸시를 받을 것입니다. (아 8:6,7)

결국 이 영화는 우리에게 두 가지를 교훈합니다. 인간성을 왜곡시키는 오만과 편견을 벗어버리자는 것입니다. 그러면 사랑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 교훈들은 다분히 영적입니다. 오만의 근원은 창세기 3장으로 거슬러 올라가, 뱀이 하와에게 불어넣어주었던 마귀의 성품입니다. 또한 마귀가 인간 관계를 파괴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대표적인 인간적 약점이 편견입니다. 우리가 오만과 편견을 벗어버리면 하나님의 사랑에 눈 뜰 수 있습니다. 또한 인간이 오만과 편견의 굴레에서 벗어날 때, 인간 누구에게나 내재하는 창조주를 닮은 아름답고 강한 사랑은 서로의 관계들을 축복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 오만과 편견의 굴레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사랑, 서로간의 사랑에 새롭게 눈 뜰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