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간은 고난 주간입니다. 사순절 중에 이 주간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한 주간 예수님의 행적을 따라 매 하루 하루마다 의미를 달아 부르는 이름이 생겼습니다. 첫째 날인 주일을 ‘예루살램 입성의 날’, 둘째 날 월요일은 ‘성전 청소의 날’, 셋째 날 화요일은 ‘변론의 날’, 넷째 날 수요일은 ‘사랑과 배신의 날’, 다섯 째 날인 목요일은 ‘최후의 만찬의 날’, 여섯 째 날인 금요일을 십자가를 지신 ‘성금요일(Holy Friday)’, 마지막 일곱째 토요일을 ‘성토요일’이라 하기도 하고 ‘무덤에 머무신 날’이라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주일, 약속하신 대로 사흘 만에 부활하신 것입니다.

오늘이 그 고난주간의 시작이며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날 많은 군중들이 종려나무를 준비해 ‘호산나’를 외치며 환영했다고 해서 ‘종려주일’로도 불리는 날입니다. 많은 목회자들이 이 고난 주간의 의미를 생각하며 설교를 준비하고 성도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의미 있게 만나도록 하기 위해 애를 씁니다. 저 또한 이번 주일과 부활 주일의 설교를 준비하면서 ‘예수님께서 무엇 때문에 이 어렵고 험한 길을 가셔야 했을까?’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매 년 만나는 고난주간에 매 번 되묻는 질문이지만 이 질문이 이 한 주간을 더 깊은 의미와 가치를 가지게 한다는 생각을 갖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이 한 주간 이 질문을 놓고 함께 고민해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냥 뻔 한 질문이기에 쉽게 답을 내 놓지 마시고 말입니다.

전 새벽에 다시 한번 이 질문을 하면서 ‘사랑’이라는 두 글자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예루살렘을 입성하시기 그 이전부터 아니 주님이 이 땅에 오시는 그 순간부터 그분의 사랑을 느낄 수 있지만, 예루살렘에서의 한 주간은 그 사랑의 마지막 절정을 보여주시는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그 동안 보여주신 사랑에 반응한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보셨을 것입니다. 어떤 이는 그분의 사랑에 변화된 인생을 경험하는 가 하면, 어떤 이는 오히려 이용만 하고 떠나 버리는 경우도 경험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사랑’ 가장 가까운 것 같으면서도 멀고,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문제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요즘 같으면 ‘사랑,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하고는 받을 만한 사람만 골라 하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이런 제 생각을 부끄럽게 하시려 지 이 번 주간에 주님은 예루살렘에서 사랑의 가장 극치를 보여주십니다.

예수님은 이 한 주간 그 동안에 격으셨던 그 어떤 아픔보다 더 큰 아픔을 경험하십니다. 육체적인 고통보다 더 심각한 마음의 고통도 당하십니다. 사랑했던 제자로부터의 ‘팔리심’과 ‘배신’, 사랑한다고 외치매 따르던 청중들로부터의 ‘외면과 배척’, 주님은 말로 할 수 없는 고통의 순간들을 이 주간에 당하십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일을 주님은 이미 아셨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은 다섯 째날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나누시던 중에 제자들을 향해 ‘세족식’을 거행 하십니다. 자신을 팔 자가 그곳에 있고, 그 밤이 지나면 곧 배신해 버리고 떠 나 버릴 제자들인데 그것을 아시면서도 그들의 발을 씻기시고 ‘너희도 이와 같이 하라’고 부탁하십니다.

이것이야 말로 우리가 따라가야 할 진정한 사랑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나에게 유익이 되고 믿을 만한 신뢰감을 준 사람들만 사랑하고 섬긴 것이 아니라 자신을 배신하고 떠날 줄 알지만 그런 사람까지 섬기는 그 모습 말입니다. 우리는 너무 쉽게 ‘감정적 사랑’에 치우칠 때가 많습니다. 그러기에 사랑의 대상을 구분하고 사랑하며, 내가 좋아서 한 사랑 조차 오래 하지 못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 고난 주간에 잠시 시간을 내서 예수님의 행적들을 생각해 봅시다. 그리고 진짜 예수님의 사랑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사랑을 다 따라 할 수 없다 할 찌라도 조금이라도 따라가 봅시다.

어떤 책에서 읽은 글입니다.

"난 당신에게 세상을 구원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난 다만 당신에게, 함께 잠을 자고 함께 밥을 먹는
그 사람을 최선을 다해 사랑하라고 요구할 뿐이다."

꼭 예수님께서 이 주간에 나에게 하시는 말씀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