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우리 교회에 정착하고 나서 처음으로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눈 교우가 있었습니다. 그분이 제게, “이제야 목사님과 저의 빙글빙글이 끝났습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난 주 설교에서 제가 휴전선 근무 시간에 대북 방송에서 들었던 노래 ‘빙글빙글’에 관해 말씀 드렸습니다. 그 교우께서는 집에 가서 인터넷에서 그 노래의 가사를 찾아보았는데, 가사의 내용이 저와의 관계를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더랍니다. 그분은 가사가 적힌 종이를 제게 전해 주셨습니다. 그 말씀을 듣고 가사를 다시 읽어보니 정말 그랬습니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지 그저 눈치만 보고 있지 늘 속삭이면서도 사랑한다는 그 말을 못해 그저 바라만 보고 있지 그저 속만 태우고 있지 늘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은 우리 두 사람 그리워지는 길목에 서서 마음만 흠뻑 젖어가네 어떻게 하나 우리 만남은 빙글빙글 돌고 여울져 가는 저 세월 속에 좋아하는 우리 사이 멀어질까 두려워.”

오해는 하지 마십시오. 여자 교우가 아니라 남자 교우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그분은 라디오 방송을 통해 제 설교를 듣고 우리 교회에 나오기 시작하셨습니다. 하지만 1년이 가깝도록 저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교인으로서 설교자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고 ‘그저 눈치만 보고’ 있었던 셈입니다. 시간이 흘러가도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은’ 상태로 머물러 있습니다. 이렇게 하다가는 결국 ‘빙글빙글 돌다가 멀어져 버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이제야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니, 빙글빙글 돌던 관계가 끝나는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하도 기가 막힌 해석에 한참을 웃었습니다. 그리고는 정신을 차리고 사과를 드렸습니다.

제 스스로도 그렇게 느낍니다. 제 목회 생활에 있어서 가장 큰 고민이요 또한 불만의 요소가 바로 이것입니다. 전반적으로 볼 때 저는 제 목회 생활에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우들 한 분 한 분을 찾아뵙고 깊은 교제를 나누기 어렵다는 점 하나가 저를 힘들게 합니다. 매나싸스 캠퍼스를 시작한 다음부터는 새로 오는 교우들을 뵐 기회마저도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두 달에 한 번씩 저희 집에 초청하여 만나려고 합니다. 기존 교우들의 경우, 저녁 시간에는 여의치 않으니 점심시간에라도 부지런히 만나려고 하는데, 턱도 없습니다.

우리 교회의 상황을 볼 때, 만족스러운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저 나름대로 부지런히 노력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하오니, 저와의 관계가 ‘빙글빙글’이라고 느끼는 교우들께서는 그 점을 용서하시고 또한 널리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동시에 한 가지 청을 드립니다. 우선, 여러 교우들과 사귀시고 관계를 심화시키는 일에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교우들과 사귀지 못하고 목사 한 사람을 바라보고 나오는 분들은 결국 떠나게 되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교회는 본질적으로 교우와 목사와의 관계로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교우와 교우의 관계로 성립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목사는 그 관계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사람일뿐입니다. 교우들과의 사귐이 든든하다면, 저와의 빙글빙글 관계가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입니다. 반면, 교우들과의 관계가 빙글빙글 돌고, 저와의 관계만 돈독하다면, 그분은 교회에 뿌리 내리기 어렵습니다. 저 자신의 부족함을 변호하려는 말씀은 아닙니다. 빙글빙글 도는 관계를 고치기 위해 저도 더욱 힘쓰겠습니다. 다만, 교회의 본질이 그러하니, 성도의 사귐이 이루어지도록 힘쓰자는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