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 성경요? 못 읽거나 안 읽히거나, 둘 중 하나 아니예요?”

평양사범대를 수석졸업하고 김형직사범대 러시아어 교수로 재직하는 등 북한 내에 엘리트 코스를 거치다 탈북해 기독교인이 된 김현식 교수가 북한 동포를 위한 성경 편찬에 나섰다. 그는 탈북 후 예일대 초빙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조지메이슨 대학에서 초빙교수를 맡으면서 북한인권 문제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 교수는 현재 북한에 반입되는 성경에 대해 두 가지를 지적한다. 하나는 꼭두각시용 성경이라는 것이다.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이 대한성서공회의 해설판 공동번역을 그대로 옮겨 북한 현실에 맞게 고친 것은 거짓 선전용일 뿐만 아니라 교회 밖으로 가지고 나갈 수도 없는 불온문서에 해당한다. 따라서 일반 북한 주민은 이 성경을 볼 수도 읽을 수도 없다.

또 하나는 북한 구원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 북한에 보내는 한국어 성경인데, 이 성경은 읽어도 북한 주민으로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저는 러시아에서 캐나다 선교사를 통해 처음 성경을 읽었는데 평생을 언어학자로 살아온 저도 같은 한국말로 된 성경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그는 북한 주민이 읽을 수 있는 평양말 성경을 편찬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물론 현재도 기독인 탈북자 도움을 받아 만들어진 성경이 일부 북한에 반입되고는 있지만 아쉽게도 언어학적인 문제와 단어 선택에 있어서 혼란이 있었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올해 76세인 김 교수는 80세까지 성경전체를 평양말로 바꾸는 작업을 끝낼 계획이다. 현재 사복음서까지 편찬이 끝났으며 5월경에는 요한복음을 샘플로 2천권 인쇄할 예정이다.

“구약, 신약하면 아마 오래된 약(藥)이나 새로나온 약 정도로만 이해됩니다. 창세기나 사도행전도 이해가 안됩니다. 성경을 구약은 예수이전편, 신약은 예수이후편, 마태복음은 마태가 전한 기쁜 소식, 십계명은 십대 생활 원칙, 요한계시록은 요한을 통해 드러난 마지막 계시, 사도행전은 핵심 제자들의 선교활동으로 바꿔야 비로서 북한 사람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이 일을 위해 김 교수는 뜻있는 사람들과 지난 25일 시카고한인교회에서 평양문서선교회를 창립했다. 이사장은 서창권 목사가 맡았다. 이들은 '남북통일이 이뤄지고 북녘 땅에도 신앙이 가능할 때를 대비해 북녘 동포가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평양말투로 된 성경책을 편찬하자'는 비전을 내 걸었다.

서창권 목사는 “당연히 북한말로 나온 성경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 일은 북한선교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작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평양문서선교회는 오는 7월 시카고에서 열릴 세계선교대회에 부스를 설치하고 평양말 성경을 선보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