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인권 정책에 대한 국제적 비난과 압력이 베이징 올림픽을 5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더욱 거세지고 있다. 12일 세계적인 영화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Spielberg) 감독은 수단 다르푸르 사태에 대한 중국의 대응에 항의하는 뜻에서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원회로부터 위촉 받은 올림픽 개폐회식 예술고문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스필버그 감독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내 양심이 이 일을 계속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히고, “지금은 나의 시간과 정력을 베이징 올림픽 행사에 쏟을 게 아니라 다르푸르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인도적 범죄를 종식시키는 데 쏟을 때”라고 강조했다.

2003년 수단 정부는 이슬람화 정책을 위해 다르푸르 지역에 정부군과 민병대를 투입했으며, 이에 맞선 비이슬람계 주민들에 대한 학살이 지금까지도 계속되면서 총 20여만 명의 희생자와 250여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중국은 수단에 유전 개발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수단 정부에 차관을 지원하며 무기를 판매하는 등 학살을 조장하고 있다는 국제적 비난을 받아 왔다.

스필버그 감독은 지난 2006년 예술고문직을 위촉받은 후 인권단체들과 미아 패로우(Farrow) 등 중국의 인권 정책에 반대하는 미국 영화계 인사들로부터 사퇴를 촉구 받아 왔다. 그는 이에 작년 5월부터 11월 사이 수차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에 서한을 보내 다르푸르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응을 요청했으나 이렇다 할 답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림픽을 5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스필버그 감독의 사퇴는 중국 인권 정책에 대한 국제적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 기사에서 이번 일은 다르푸르 사태로 국제적 비난을 사고 있는 중국의 외교적 상황을 부각시키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한 스필버그 감독과 같은 유명인사의 정치적 비난 성명은 중국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이번 일이 그동안 중국의 인권 정책과 관련해 소극적이었던 각국 정부들과 참가 선수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같은 날 동티모르 카를로스 벨로(Belo) 가톨릭 주교와 이란 시린 에바디(Ebadi) 여성인권운동가를 비롯한 노벨상 수상자 8명과 미국 의원 119명, 올림픽 메달리스트 등도 “중국은 다르푸르에서 평화를 즉각 구현해야 할 책임을 갖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