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 글을 캐나다 해밀톤에서 쓰고 있습니다. 이 도시는 제가 30대 초반의 몇 년을 지낸 곳입니다.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웠지만, 정신적으로는 가장 자유로웠던 시기였습니다. 그 때, 작은 한인교회에서 교육전도사로 일하면서 같은 나이 또래 몇 가정과 깊은 교제를 나누었는데, 그분들을 다시 만나니 참 기뻤습니다. 이 지역에 있는 몇 개의 한인교회들이 연합하여 매년 1월에 부흥집회를 가지는데, 이번에 제가 강사로 섬기게 되었습니다. 나흘 동안의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깊은 은혜를 나누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번 기회에 부흥집회에 대한 저의 생각을 교우들에게 말씀드리려 합니다. 제가 부임한 후 2년 반 동안 우리 교회는 부흥회를 한 번 밖에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왜 우리 교회는 부흥회를 하지 않는가?”라고 궁금해 하실 분이 계실 것입니다. 저는 연례행사로 치루는 부흥회에는 반대 입장입니다. 부흥회는 나름대로의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강사를 모실 기회가 되면 부흥회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일 년에 한 번은 해야지”라고 생각으로 강사를 물색하는 식으로는 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저는 부흥회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교회 안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예배, 기도회, 성경공부 모임, 속회, 수양회 등에 전심을 다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활동을 통해 성도들의 영혼이 풍요로워질 수 있다면 굳이 부흥회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올 해에는 두 번에 걸쳐 영성훈련 수양회를 열 예정입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서 성도들의 영적 열망을 충분히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년 반 동안 부흥회에 강사로 와 달라는 초청을 끊임없이 받아왔습니다. 저는 교회 상황에 완전히 적응할 때까지는 외부 집회에 나가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사양해 왔습니다. 올 해부터는 연 2회 정도에 한해 초청에 응해 볼 생각입니다. 사정상 사양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저 자신의 개인적 활동이 아니라, 와싱톤한인교회가 다른 교회를 위해 담임목사를 잠시 빌려준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우리 교회에서 목회해야 할 시간에 집회를 인도하는 것이므로, 부흥회를 통해 받는 모든 사례비는 교회에 헌금으로 드릴 것입니다. 작은 교회에 초청을 받을 때는 사례비를 받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해야만 제가 ‘말씀을 팔아먹는 장사꾼’(고후 2:17)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일 외에도, 제가 교회의 울타리 바깥에 공헌할 방법을 조금씩 찾아보려 합니다. 그것이 와싱톤한인교회의 사명이기도 합니다. 이 일을 위해 교회의 내적 살림을 돌보는 일을 더 많이 내려놓아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올 한 해 동안의 목회적 관심사 중 하나가 두 분의 캠퍼스 담당 목회자의 지도력을 높이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 그동안 담임목사가 맡아서 하던 사순절 새벽기도회를 이번에는 두 분의 캠퍼스 담당 목사님들께 맡기고, 저는 마지막 두 주일만 맡기로 했습니다. 맥클린 캠퍼스와 매나싸스 캠퍼스의 대소사를 두 분의 담당 목회자께서 챙기신다면, 저는 더 깊이 말씀 연구를 하며, 교계 전체를 위해 공헌할 방도를 찾을 것입니다.

언젠가 말씀드린 대로, ‘큰 목회’를 위해 발돋움할 내적 준비를 해야 하겠습니다. 이 점에서 교우들의 깊은 이해와 협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