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인권 칼럼]청바지

컴퓨터회사 애플에서 세계 최초의 극소형 노트북(맥북 에어)(Mac Book Air)을 개발하여 시판에 들어가면서 매스컴 앞에 신제품을 소개하는 내용이 보도 되었습니다. 이 뉴스에서 화제가 된 것은 세계 최초의 신제품(맥북 에어)도 신제품이지만 제품을 소개하는 CEO의 옷에 있었습니다. 애플의 CEO인 스티브잡스가 입고 나온 청바지가 화제가 된 것입니다. 생존의 3요소(의식주)의 하나인 옷 문제가 특별히 뉴스가 된 것은 옷이 갖고 있는 상징성 때문입니다.

청바지가 뉴스의 초점이 된 것은 정치인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부시 대통령의 별장에 초대받은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이 청바지를 입고 나타나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적이 있습니다. [테러와의 전쟁]이후 중동지역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위한 경쟁관계 때문에 미국에 대하여 사사건건 걸고넘어지던 프랑스의 대통령이 청바지를 입었다는 것은 보통사건이 아닌 것입니다.

미국의 상징인 블루진(청바지)을 사르코지 대통령이 입은 의도를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청바지를 통해 프랑스가 반미성향에서 친미성향으로 궤도수정을 하겠다는 상징적 메시지를 보낸 것입니다. 프랑스국민들도 대통령이 입은 청바지에 시비를 걸지 않고 특별한 반응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청바지에 담긴 국제정치의 역학관계의 변화와 기업문화의 변화와 혁신의 바람을 읽을 수 있습니다.

청바지는 태생자체가 벤처기업입니다. 1849년 캘리포니아에서 금광이 발견되자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캘리포니아로 몰려든 ‘포티나이너스(49ers)' 가운데 최대 성공 자는 금을 캔 사람들이 아니라 청바지를 만든 리바이 스트로스였습니다.

금광촌 인부들이 항상 헤어진 바지 꿰매기에 정신이 없는 것을 보고 텐트용 천으로 쉽게 닳지 않는 작업복을 만들었습니다. 뒷주머니는 떨어지지 않도록 구리 못 리벳(rivet)을 박았습니다. 청바지의 원조‘리바이스’는 이렇게 세상에 나왔습니다. 리바이 스트로스의 아이디어와 기업가 정신이 세상을 뒤바꿔 놓은 것입니다.

노동자의 거칠고 힘든 삶을 담았던 ①. 블루진(청바지)이 1950년 대에는 반항과 젊음의 상징에 있습니다. 당시의 젊은이의 우상이었던 말론브란도, 제임스딘은 영화 속에서 청바지를 입고 출연해 도전과 젊음과 자유의 상징이 되게 했고, 엘비스 프레스리도 청바지혁명에 불을 붙여 그의 인기와 청바지인기를 함께 폭발시켰습니다. 60-70년대 베트남전 당시 히피들이 입었던 청바지는 자유와 평화(반전), 그리고 사랑의 심볼이었습니다. 같은 시대에 한국에서는 유신정권에 항거한 젊은이들도 청바지를 즐겨 입었습니다. 통제와 획일성을 강요한 독재체제에 대한 저항의 상징이 청바지였습니다.

청바지는 미국에서만 시간당 6만 벌이 팔립니다. 사시사철 어디서나 누구나 가장 흔하게 입는 옷이어서 제2의 피부(The Second Skin)로 불립니다. 청바지의 150년 역사가 주는 교훈은 ② 끊임없는 모험과 도전, 꾸준한 자기 혁신입니다. 청바지 차림으로 ‘맥북 에어’의 탄생을 알린 스티브 잡스에게서 미국인들의 개척자 정신과 벤처열기가 여전히 식지 않았음을 알게 됩니다. 스티브잡스는 그의 개인 생에 전체가 모험과 도전의 연속이었던 인물입니다.

끊임없는 모험과 도전이 있는 한 그 기업과 그 나라는 성공과 승리의 주인공이 될 것입니다.

천국은 침노하는 자의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2008년도 중단 없는 모험과 도전의 한해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