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호주 동성애자 축제에서 예수를 게이로 묘사한 연극이 상연될 예정으로 알려지면서 호주 교계와 보수단체가 이를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로버트 포시드(Forsyth) 사우스 시드니 성공회 주교는 지난 주 현지 일간 선헤럴드와 인터뷰에서 연극 ‘코퍼스 크리스티(Corpus Christi)’는 ‘역사적 넌센스’라며 분노했다. 그는 “이 연극은 무지에서가 아니라 고의에서 기독교를 공격하고 있고 비웃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극은 시드니에서 매년 봄 개최되는 게이·레즈비언 축제 ‘마디 그라(Mardi Gras)’ 기간인 내달 7일 상연될 예정이다. 예수님과 그 제자를 게이로 묘사하고 있는 이 연극은 예수님이 유다에게 성적 유혹을 받고, 두 제자의 ‘결혼식’을 주재하는 장면을 포함하고 있다. 복음서 공간을 현대 미국 코퍼스 크리스티로 옮겨온 이 연극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현재 호주 보수단체 역시 연극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호주가족협회(Australian Family Association) 대변인 안젤라 콘웨이(Conway)는 “이같은 발상은 기독교에 대한 공격이라고밖에 할 수 없으며, 신성 모독 또는 망상에 가깝다”고 충격을 드러냈다. 그녀는 “연극 제작자는 기독교와 기독교인을 존중하지 않고 있으며, 큰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고 경고했다.

연극 ‘코퍼스 크리스티’는 미국인 극작가 테렌스 맥낼리(Terrence McNally)가 썼고, 1997년 미국에서 초연됐다. 맥낼리는 자신이 게이로서 주위로부터 겪어야 했던 차별과 냉대를 그리스도 ‘고난’으로 묘사했으며, 이 연극은 강한 반발에 부딪혀 그는 폭탄 공격 등 수 차례 죽음 위협을 받아 왔다. 1999년 영국 런던에서 상연 당시 영국 한 이슬람 단체는 이를 신성모독으로 선언하고 맥낼리에 사형 선고까지 내렸다.

그러나 이번 축제에서 이 연극 디렉터를 맡게 된 레이 롬니(Romney)는 연극이 기독교를 우롱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며 “나는 이 연극이 예수님을 인간적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본다. 물론 기독교인은 이러한 방식의 묘사를 힘들어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 거룩하고 신성한 존재로 믿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밝혔다.

유다역을 맡은 스테판 빌링턴(Billington) 역시 “이 연극은 관용에 대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 오늘날 교회가 생각해 볼만한 주제다”고 주장했다.

문학에서 예수님을 게이로 묘사해 처음 논란이 된 것은 1977년 제임스 커컵(Kirkup)이 예수님에 대한 로마 백부장의 사랑을 동성애적으로 묘사한 시를 동성애 신문 ‘게이 뉴스(Gay News)’에 발표한 사건이다. 당시 윤리운동가 메리 화이트하우스(Whitehouse) 고소로 신문은 신성모독 판결을 받고 벌금형에 처해졌다.

한편 2005년에는 게이인 미국 성공회 뉴햄프셔 진 로빈슨 주교가 예수님은 자신과 같은 게이였으며, 제자를 비롯해 많은 남성과 ‘가까운 관계’였다고 주장,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