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간 저는 오랜만에 제가 한 설교를 다시 들어보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늘 설교한 후에는 아쉬움이 남기 때문에 다시 들어보고 부족한 부분들을 고치자고 마음먹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면 이미 한 설교를 다시 들어 보기보다는 다음 것 준비에 바빴습니다. 그러나 금주에는 새 해 첫 번째 한 설교이고 또한 언약갱신 예배 때 드린 기도 제목 중의 하나가 새 해에는 말씀을 잘 전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기 때문에 큰 결심(?)을 하고 녹음된 CD를 들었습니다.

CD를 틀고 설교가 진행이 되어 갈수록 아쉬움은 점점 더 많아져갑니다. 말이 틀리고, 막히고, 분명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그리고 꼭 드려야 할 말씀을 빠뜨리고 등등... 그래도 이런 것들은 아쉬움으로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중간쯤에 가서 저는 몹시 얼굴이 뜨거워졌습니다. 목사가 자기 설교에 은혜를 받아서 성령충만하게 되어 그랬냐구요?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데 은혜를 받아서가 아니라 부끄러워서 낯을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내용이 틀린 말씀을 어쩌면 그렇게 자신이 있게 아주 확신을 갖고 외치고 있을까! 그 내용이 무엇이냐고요, '주현절을 예수님이 세례 받으신 날'로 말한 것입니다. 주현절은 예수님께서 세례 받으신 것을 기념하는 주일이 아니고 동방의 박사들이 아기 예수님께 찾아와 예물을 드린 날을 기념하는 주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신 날을 기념하는 주일은 한 주일 뒤인 13일 주일입니다. 저는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니, 설교를 준비할 때부터 1부, 2부 설교를 할 때까지 왜 이것을 몰랐을까? 아니 이런 가장 상식적인 것을 착각을 하다니...

내가 치매가 온 것이 아닌가? 평생 운전하던 사람이 자동차 키를 손에 들고 "이것을 어디에 쓰는 것이지?"하고 그것을 어디에 사용하는 것인지 생각나지 않으면 치매라고 하니 아직 분명히 제가 치매는 아닌 것 같은데... 설교를 다 들은 후에 저는 이런 기도를 했습니다. 가끔 목사님들이 설교 후에 흔히 하시는 기도인데 제가 싫어하는 기도 중에 하나였습니다. "부족한 종이 잘못 전한 것이 있으면 성령님께서 다 잊어버리게 하시고, 유익이 되는 말씀만 마음에 남게 해주세요..."

아니, 그렇게 확실하지 않으시면 전하지 말 것이지 그 책임을 회피하시는 거요 뭐요!" 그런데 제가 이제 그 기도를 드리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감사하게도 하나님께서 기도를 응답(?)해주셨습니다. 그 증거로 오늘까지 누구도 그 부분에 대해서 저에게 물어오거나 반박하시는 분이 계시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이런 깨달음이 왔습니다. 성령님께서 제 기도를 응답해 주신 것은 분명한데 성령님께서 그 잘못된 부분을 성도님들이 다 잊어버리게 한 것이 아니고 성도님들을 너그럽게 해주셔서 시비를 걸지 않고 넘어가게 해 주셨구나!

왜냐하면 그 부분을 잊어버리게 하시려다가 다른 말씀도 다 잊어버리게 하시면 안 되니까, 말씀은 다 기억하게 하시되 성도님들을 온유하고 너그럽게 만들어 주셔서 잘못을 알고도 목사를 핍박하지 않게 하셨다고 믿습니다. 아멘. 저는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왜 그 당시에 그것도 잠깐도 아니고 일주일 내내 주현절을 오해하고 있었을까? 이 기회를 통해서 제 자신이 얼마나 많은 오해와 맹점과 편견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새 해에는 이런 오류에서 벗어났으면... 그리고 남들이 주장할 때 다시 한 번 내 생각과 판단을 점검해 볼 수 있는 지혜가 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리고 편견과 오해를 가지고 있는 분들에 대한 너그러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