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새로 산 차를 후임자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잘 관리하겠다고 이 칼럼에서 말씀 드렸는데, 그 대목에 대해 교우들로부터 여러 가지의 반응을 들었습니다. "왜 떠날 것을 벌써 생각하느냐?"고 묻는 분도 계셨고, "은퇴할 때까지 타고 나서도 후임자에게 물려줄 정도로 요즘 차가 좋아졌느냐?"고 말씀하는 분도 계셨습니다. 괜한 말씀을 드린 것 아닌지, 반성을 했습니다. 하지만 연합감리교회의 정신으로 보거나 저 자신의 입장으로 보거나, 떠날 때를 염두에 두고 목회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존 웨슬리 시대로부터 전해져 온 '감리교회 목사의 세 가지 준비성'이란 것이 있습니다. 감리교회 목사는 첫째 언제라도 설교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언제 어디서든 복음을 전할 기회가 생기면 즉각적으로 응답하라는 뜻입니다. 둘째, 언제든지 이사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감독이 가라 하면 혹은 자신이 교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싶으면 언제든지 떠날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뜻입니다. 이런 점에서, "교인이 한 명 남더라도 나는 떠나지 않겠다."는 식의 발언은 감리교 목회자에게는 맞지 않습니다. 셋째, 죽을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초기 감리교 설교자들은 험한 산과 골짜기를 누비며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순교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습니다.

장로교회에는 '위임목사'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이것은 일반 직장의 용어로 하자면 '종신계약'입니다. 그러므로 위임받은 장로교회 목회자들은 대개 평생 그곳에 있을 것을 전제하고 목회하게 됩니다. 반면, 파송 제도 하에 있는 감리교회 목회자들은 떠날 것을 전제하고 목회합니다. 그래서 장로교회는 장기 목회로 인해 교회가 성장하는 경우도 많지만, 또한 목회자의 문제로 교회가 오래도록 고난을 겪는 경우도 많습니다. 반면, 감리교회는 목회자로 인해서 교회가 오래 도록 고난을 겪는 경우는 적지만, 빈번한 목회자 이동으로 인해 교회 성장에 유익하지 않다는 반성도 있습니다. 이런 제도적 차이 때문에 감리교 목사는 떠날 준비를 하고 살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하고 산다는 것은 알고 보면 기독교인의 삶의 자세와 맥을 같이 합니다. 우리는 천 년을 살 것처럼 계획하고 준비하되, 또한 오늘 당장 하나님 앞에 설 것에 대해서도 준비 되어 있어야 합니다. 오늘을 마지막 날처럼 값지게 받아 살되, 또한 먼 미래를 볼 줄 알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목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에서 은퇴할 것처럼 생각하고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되, 매 년 "이번 해가 마지막이다"라고 생각하고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께서 한기총 주최 기도회에 참석해서 "임기를 마칠 5년 후를 생각하며 일하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또한 "5년 후,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에게조차 '대통령이 장로여서 참 잘 했다'라고 평가받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도 합니다. 꼭 그렇게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저 자신에게도 같은 바램을 가집니다. 하나님께서 저에게 언제까지 이곳에 있도록 허락하실지 모르지만, 그 때까지 올 해가 마지막 해라고 생각하고 정성을 다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기도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