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성, 신속성, 경제성 때문에 각광받고 있는 인스턴트 라면은 라티노 노동자들에게 최고 사랑받는 식품으로 자리 잡아간다. 매콤한 맛을 선호하는 라티노의 입맛을 순식간에 사로잡은 한국산 컵 라면은 라티노 밀집지역 세븐 일레븐, 개스 스테이션, 컨비니언스 스토어에 진열되기 무섭게 불티나게 팔린다. 음식 한류(韓流)의 한몫을 톡톡히 차지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맛 저맛도 아닌 닝닝한 일본산 니신(日淸, nissin ramen) 라면은 분명 뒷전이다 . 매콤하면서도 국물맛이 진한 일품 한국산 라면으로 한끼 식사를 대신하며 좋아하는 도시빈민들. 한국 라면 마니아가 돼가고 있는 것은 비단 애난데일 거주 라티노 뿐만아니다 . 컬모, 셜링턴 등 라티노 밀집지역이면 어디서든지 흔하게 목격된다. 특별히 겨울철 일거리가 끊어져 주머니에 먼지만 가득한 라티노 노동자에겐 햄버거와 비교할 수 없으리만치 최고의 먹거리로 호평을 받는다.

3.03 oz(86 g)의 농심 컵라면엔 길이 약 65cm의 면발 75가닥이 있다 . 한줄로 이으면 대략 50m 정도된다. 몇 년전 통계에 의하면 한해 한인 한사람이 먹은 라면은 84개, 총 38억개가 소비되었다고 한다. 38억개의 라면을 차곡차곡 쌓으면 에베레스트(8,848m) 높이와 비슷하고, 38억개의 라면 면발을 일렬종대로 엮으면 지구와 달의 거리인 384,800 Km의 563 배에 해당하는 불가사의한 길이가 된다.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 일본의 1958년 . 모든 생산시설이 파괴되어 심각한 식량기근에 시달렸다. 전승국 미국의 잉여 농산물 밀가루가 무상 원조되자 안도 시로후쿠라는 사람이 보관이 용이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가격 또한 저렴한 먹거리를 찾던 중 개발했다. 국수를 기름에 튀겨 국수 속의 수분을 증발시킨 후 건조시키고 , 다시 끓는 물에 익히면 원래 모습을 갖게 되는 원리였다. 소맥분이 가지고 있는 후라보노이드(Flavonoid) 색소와 영양강화를 위해 첨가된 비타민 B2 때문에 노랗게 보이는 면발은 많은 부피를 좁은 용기에 담기 위해 꼬불꼬불하게 만들어졌다 .

이렇게 제2의 쌀로 태어난 일청 라면은 1963년 9월 삼양식품의 전중윤씨 소개로 한국에도 상륙하여 6.25 전쟁이후 절대빈곤 해소에 크게 기여했다. 라면 종류의 다양함과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한국 라면은 종주국 일본, 전시 비상식량 건면을 즐겨 먹던 중국, 그리고 아시안 뿐만아니라 이젠 전 세계에서 통하는 국제 인스턴트 음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인들 못지 않게 라면에 환장하는 마니아들은 젓가락을 포크보다 더 편하게 사용하는 동양 국수문화권 뿐만아니라 서양에서, 중남미에서 올라온 라티노들에게서 활발하게 신장되어 매해 8,000억원 상당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한해 420억개의 라면이 생산되면 중국에서 150억개, 일본에서 54억개, 인도네시아 62억개, 미국이 20억개를 각각 소비한다고 한다.

팔팔 끓는 뜨거운 물을 붓고 3분을 기다리면 얼큰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컵라면이 라티노 도시빈민들을 위해 매주 화, 금요일 오전 애난데일 웬디스 햄버거 앞에서 무료로 나눠진다. 동트기전 새벽 찬 바람을 맞으며 길거리에 나와 있던 노동자들의 추위를 녹이는 월동식품으로 사랑 받는다. 매번 준비하는 다섯 상자의 컵라면이 순식간에 동이나고 나면 늦게 도착한 라티노 노동자는 쓴 커피와 단빵을 먹고 다음을 기약해야 한다 . 노동자들의 시장기를 달래주는 길모퉁이 까페에 한인들의 따뜻한 정이 담긴 컵라면의 고소한 냄새가 피어 오른다.

( 도시빈민선교 & 재활용품 기증문의 703-622-2559 / 256-0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