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year)가 다 저물어 갑니다. 사람마다 자기를 돌아보며, 조금은 경건해지는 시간입니다. 바쁘던 지난 수개월에 없었던 감정이 생깁니다. 아무리 좋았던 한 해였어도 아쉬움은 남는 법, 대부분에게는 망년, 송년, 어떻게 표현하든지 간에 가는 한 해의 아쉬움이 남습니다. 사실 사람들은 가는 한 해(year)를 아쉬워하기보다는, 한 해 동안 살아온 자기 삶을 아쉬워합니다. 가치 중립적인 하루 하루의 날(day)이야 아쉬울 것이 없지만, 그 날들에 남긴 자신의 흔적이나 열매가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이며, 돌아가서 다르게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아쉬워합니다.

다른 해(sun) 이야기입니다. 옛 어른들이 느끼는 해(sun)는 단순히 아침에 뜨고 저녁에 지는 것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그들에게 [해]는 [기회]였습니다. 영어 공부 초기에 배우는 ‘해가 있을 때에 건초를 말리라’는 격언처럼, 우리 선조들도 해를 소중한 기회로 알았습니다. 이른 아침 창 밖의 ‘해가 떴다.’는 소리는 농경사회에서 들을 수 있는 하루의 기회가 주어졌다는 소망이었으며, 비가 내린 아침에 집에 머무르다가도, 구름 사이에 해가 반짝이기만 하면 그것이 하루 중의 어느 시간이든지 서둘러 논 밭으로 나가곤 했습니다. 해가 있는 동안만이 기회였기 때문이었습니다.

한 해(year)가 간다는 것은 또 다른 기회가 지나간다는 뜻입니다. 지난 365일 동안 우리들에게는 하나님께서 주신 많은 기회가 있었습니다. 돈을 많이 벌거나 승진이나 연애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성공 기회도 있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자신의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을 것이며, 나아가 하나님 앞에서의 신앙적인 성장과 성숙의 기회도 분명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해(기회)가 있는 동안에 [할 수 있었던] 그 일들을 다 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도 이제는 모든 것을 뒤로 넘겨야만 합니다. 해(year)가 저물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놓친 것이 무엇인지는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남이 주도하는 ‘빼앗겼다’는 말과 달리 ‘놓쳤다’는 말은 [내 안]에 원인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기회를 [놓친] 것입니다. 부모형제사랑, 용서하고 용서받음, 격려와 칭찬, 적극적 봉사와 섬김, 죄를 멀리함 등, 긍정적이고 건설적이며 창조적인 365일간의 풍부한 기회가 있었는데, 결국 자신 안에 있는 원인 때문에 자신이 실망할 만큼 놓친 것입니다. 그래서 [왜] 기회를 놓쳤는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새 해(year)를 시작한다는 것은 새로운 기회가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놓치지 않을 [내 안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해(sun)는 매일 뜰 것입니다. 우리에게 [오늘이 기회]라는 것을 상기시키며 매일 뜰 것입니다. 그리고 365일의 기회가 지나면 다시 한 해를 우리 뒤로 보낼 것입니다. 마지막 주일인 오늘, [송-구-영-신]의 마음으로, 내 안의 문제를 찾아내며 한 해를 보내고, 자신 안에 변화를 창조하는 적극적인 자세로 새 기회를 맞이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