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12월 19일에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는 노사모 회원들과 함께 "리멤버 1219"라는 행사를 가졌습니다. 12월 19일은 한국의 대통령 선거일이었습니다. 대통령 당선을 기념하는 행사를 한 것입니다. 이번에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명박 당선자에게 "리멤버 1219"는 더 큰 의미를 가질 것입니다. 12월 19일은 이명박 당선자에게 아주 특별한 날이 되었습니다. 12월 19일에 태어나서 12월 19일에 결혼을 하고 12월 19일 선거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입니다.

이명박 당선자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된 것을 보고 많은 분석이 일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정권교체 열망이 컸다는 것도 지적합니다. 현 정권의 실정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컸다고 합니다. 경제를 살리자는 시대정신이 지배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최초로 기업가 출신이 (자꾸 CEO 출신이라고 하는 데 사실 대통령도 국가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CEO일 뿐입니다)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도 지적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제 대한민국 국민이 국가 통치자를 선택하는 기본 훈련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직선으로 대통령을 뽑는 것은 이제 5번째 입니다. 첫 번째는 선택다운 선택을 하지 못했습니다. 두 번째는 사실상 처음으로 원하는 대통령을 선택할 수 있다는 기대로 뽑았습니다. 세 번째는 빚 갚는 심정으로 뽑았습니다. 네 번째는 변화를 원하여 뽑았습니다. 이번에는 당면한 실질적인 과제를 기준으로 뽑았습니다.

민주화는 선택의 능력을 의미합니다. 유학 시절 후배들의 정착을 돕는 일이 많았습니다. 갓 유학 온 학생들을 데리고 마켓에 가면 당황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치약에서 시작해서 쌀과 고기와 커피에 이르기까지 너무도 많은 종류의 상품이 가득 찬 진열대에서 무엇을 고를지를 모르는 것입니다. 식당에 가면 한국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무엇을 시키는지를 알고 싶어 합니다. 남이 시키는 것을 시키는 비율이 무척 높습니다. 먼저 선택한 음식도 남이 시킨 음식으로 바꾸기도 합니다.

민주화는 다양한 선택 속에서 자신의 가치 기준을 적용해서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정책을 선택합니다. 사람의 스타일을 선택합니다. 리더십을 선택합니다. 남이 한다고 우르르 따라하는 현상이 줄어들수록 민주적인 의식이 성장합니다.

민주화된 시민의 의식이 성장하면서 선택을 명확하게 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처럼 12명의 후보가 난립하여 선택의 의지를 늘려주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하는 후보가 아니라 이미 오랜 기간의 검증 과정을 국민들에게 보여 주고 선택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번 선거는 처음으로 한국 사회의 두 가지 대립하는 가치관을 대변하는 권력 집단 사이에서 선택이 이루어졌습니다. 깜짝 놀랄 인물 대신에 각 진영에서 정치 현장에서 노출된 인물들이 대통령 후보로 만들어져 가는 과정을 보여 주었습니다. 선거 막판에 찍고 싶은 인물이 없다는 정서가 지적되었지만 인물보고 찍기보다 권력 집단의 선택이고 이념의 선택이며 이미 입증된 성향 중에서의 선택이었습니다.

12월25일은 예수 그리스도라는 지도자가 나신 날을 기념합니다. 종교 중에서도 특히 기독교는 성인이 된 후의 선택에 의한 개종을 강조합니다. 특정 종교인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에 의한 종교입니다. 다가오는 성탄절을 기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성숙한 선택을 하여 이미 입증된 인생의 통치자를 발견할 수 있게 되늘 기원합니다.

<위 칼럼은 지혜와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임인 '연우포럼'(www.younwooforum.com)과 합의하에 전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