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지 5년이 지난 가운데, 현지 기독교인들이 체포와 고문, 처형 위협 등에 노출돼 있으며 기독교 공동체 전체가 제거될 가능성까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 종교 자유 관련 기관들도 탈레반의 법·제도 강화에 따라 기독교인을 비롯한 종교적 소수자들의 종교 자유가 심각하게 제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린디스판 기독교 박해연구센터(Lindisfarne Centre for the Study of Christian Persecution)는 최근 '아프가니스탄의 기독교인: 탈레반 통치 5년'이라는 제목의 125쪽 분량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아프가니스탄 기독교인들이 탈레반 정권 아래 체포와 고문, 살해 위협 등 심각한 박해에 직면해 있으며, 일부 사례는 국제법상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아프가니스탄 내 기독교인 규모를 보수적으로 수천 명으로 추산했다. 탈레반이 2021년 8월 정권을 장악한 이후 공개적으로 운영되는 교회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으며, 기독교인들은 신앙을 숨긴 채 지하 형태로 공동체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보고서는 기독교인들이 탈레반에 의해 체포되는 과정에서 구타와 전기충격, 질식, 불고문, 물고문, 성폭력, 모의 처형 등의 피해를 입었다는 증언을 제시했다. 일부 기독교인이 재판을 거치지 않고 살해됐다는 보고도 포함됐다. 다만 이 같은 사례들은 아프가니스탄의 언론 및 정보 접근이 제한된 상황에서 나온 증언에 기반한 것으로, 모든 사례를 독립적으로 확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탈레반의 법체계와 종교적 이념도 기독교인들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탈레반이 사용하는 샤리아 법학 관련 교재인 '헤다야'(Hedaya)의 내용을 분석하면서, 이슬람을 떠나는 행위에 대해 극단적인 처벌을 규정한 법적·종교적 관점이 탈레반 통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특히 기독교인들이 휴대전화와 디지털 정보로 인해 체포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탈레반이 검문 과정에서 휴대전화를 검사하고 데이터를 확보하면서, 기독교인이나 기독교 공동체와 관련된 정보가 당국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지 기독교인들은 신앙생활뿐 아니라 가족 및 지인과의 연락에서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린디스판 센터는 이러한 상황을 바탕으로 아프가니스탄의 기독교 공동체가 장기적으로 사라질 가능성까지 우려했다. 보고서는 "기독교인에 대한 박해가 개별적인 사건에 그치지 않고 종교적 소수자를 사회에서 제거하는 구조와 연결될 경우 '집단살해'(genocide)의 위험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다른 국제기관들의 조사에서도 탈레반 통치 아래 종교 자유가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는 지난 9월 23일 '탈레반 통치 5년과 아프가니스탄의 종교 자유'를 주제로 청문회를 열었다. USCIRF는 "탈레반의 새로운 형법과 통치체계가 수니파 이슬람을 중심으로 구축되고 있으며, 기독교인과 힌두교도 등 종교적 소수자들이 심각한 종교 자유 제한에 직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앰네스티도 최근 "아프가니스탄의 법·사법체계와 관련해 탈레반이 고문과 체벌, 사형을 허용하는 제도를 강화하고 있으며, 수니파 이슬람과 다른 신념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차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린디스판 센터가 제기한 종교적 소수자에 대한 구조적 위험과도 맞닿아 있다.

오픈도어 역시 탈레반 재집권 이후 아프가니스탄의 기독교인들이 공개적으로 신앙을 표현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보고 있다. 공개적인 교회가 존재하기 어려운 가운데, 기독교인들은 신앙을 숨기고 극도의 보안 조치 속에서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가니스탄의 기독교인 박해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현지의 정보 통제다. 탈레반은 언론과 시민사회를 강하게 통제하고 있으며, 해외 언론과 인권단체의 현지 접근에도 제약이 있다. 이 때문에 기독교인에 대한 체포와 고문, 살해 등의 구체적인 규모를 독립적으로 집계하는 데 한계가 있다.

탈레반은 2021년 8월 미군과 국제동맹군의 철수 과정에서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후, 이슬람 율법에 기반한 통치를 강화해 왔다. 여성의 교육과 취업, 이동의 자유를 비롯해 시민사회와 언론에 대한 통제도 확대됐다. 종교적 소수자들은 이러한 통제 속에서 더욱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다.

특히 기독교인들에게는 '배교'에 대한 사회적·법적 위험이 겹쳐 있다. 이슬람 국가인 아프가니스탄에서 기독교로 개종했다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가족과 지역사회에서 배척당할 수 있으며, 탈레반의 통치 아래에서는 체포와 신변 위협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보고서는 아프가니스탄 기독교인들의 박해를 단순히 종교적 갈등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점도 보여준다.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체계와 국가의 감시, 사회적 압력, 언론 통제 등이 서로 맞물리면서 기독교인들이 자신의 신앙을 공개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탈레반 집권 5년을 맞아 발표된 이번 보고서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기독교인들이 처한 상황이 외부에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감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현지 기독교인들의 증언을 보호하면서도 박해 사례를 독립적으로 검증하고 기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