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에 미국에 가장 큰 충격을 준 사건은 조승희의 버지니아 공대 총격 사건입니다.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인질로 삼고 온 국민의 긴장을 몰고 온 사건은 김경준의 BBK 사건입니다. 한국과 미국에서 2007년도 십대 뉴스를 뽑자면 1등을 할 만한 사건들입니다.

이 두 사건에는 놀랄 만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조승희와 김경준 모두 한인 1.5세라는 것입니다. 조승희는 8살, 김경준은 6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왔습니다. 조승희의 누나는 프린스턴 대학을 진학하고 비영리 계통에서 활동하려다가 동생의 충격적인 사건을 수습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김경준의 누나는 코넬대학교와 UCLA 법대를 거쳐 변호사가 되었습니다. "나는 언제나 한국인"이라는 책을 써서 한인 1.5세의 성공담을 한국에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조승희는 성격적인 장애를 가졌지만 좋은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김경준은 미국에서 코넬대학교을 나오고 명문 와튼경영대학원을 나온 인물입니다. 조승희 가족은 그다지 깊이 있게 교회 생활을 하지 않았지만 김경준 가족은 그 부모가 교회 장로 권사로 알려 지듯이 교회에 깊이 연결되었습니다.

조승희는 미국의 조용한 대학촌에 위치한 좋은 학교에 진학해서 공부하다가 통제되지 않는 병적인 충동에 이끌려 많은 미국을 충격에 몰아넣었습니다. 김경준은 미국의 주요 증권회사 중의 하나인 모건 스탠리에서 일하다가 한국에 진출했습니다. 미국의 증권 회사 직원이 한국에 진출하자 곧 금융과 투자의 천재로 인정받았습니다. 회사를 설립하고 회사들 사이에 자금을 돌리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꾸미는 가장 기본적인 기법에 한국 최고 경영인들과 사업가들이 쉽게 넘어갔습니다. 누나와 함께 불법적인 행태로 돈을 빼서 베벌리힐스에 수천만달러 짜리 주택들을 구입하고 은행에 수천만달러를 예치해 두었습니다.

조승희는 실패의 길을 외길로 파고들다가 막다른 골목에서 미국에 큰 충격을 안겨 주었습니다. 김경준은 세상에서 인정해 주는 성공의 길을 따라 가다가 누나와 함께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면서 한국에 국가적인 충격을 안겨 주었습니다.

미국의 1.5세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재조정해야 합니다.
부모세대는 능력 있는 학생들은 영어를 잘한다는 진리를 체험적으로 배운 세대입니다. 종종 1.5세들이 영어를 잘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실력이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고등학교 졸업을 최종학력으로 기본임금 받고 일하는 미국사람들도 영어 하나는 잘합니다. 미국에서 조금 잘 나가는 1.5세들이 한국에서 훨씬 더 크게 인정받기도 합니다. 미국 정부의 중간 관리가 한국의 장관들을 상대하고 미국의 증권회사 중간 관리가 한국 행장들을 요리하고 미국 대학의 평교수가 한국 대학 총장들과 상대합니다. 한국계라는 이유 하나로 1.5세들이 한국인과 조국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한국계 미국인의 성공의 의미를 곱씹어 보며 좋은 대학가서 부자 되는 것을 넘어서 몇 세대를 지나도 변함없이 후 세대에게 롤모델이 되고 표상이 될 수 있는 성공을 그려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조승희와 김경준이 교회를 떠나 성장할 수 없었던 것처럼 교회가 감당해야 할 역할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신앙 지도의 영역이 더욱 더 넓어져야 합니다. 우리의 자녀들에게 이 세상의 성공이 천국의 성공과 연결되는 고귀한 성공의 비전과 모델을 제시해야 할 숙제가 더욱 더 커지고 있습니다.

<위 칼럼은 지혜와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임인 '연우포럼'(www.younwooforum.com)과 합의하에 전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