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된 평신도 리더들 지역 교회 찾아가 말씀 사역 지원
사람·경험·공간 지역에 내어놓는 ‘허브’ 역할의 한 단면 보여

지난달 20일부터 22일까지 뉴저지 필그림선교교회(담임 양춘길 목사)에서는 미동부 지역 커피브레이크 사역의 새로운 이정표가 된 행사가 열렸다. ‘복음이 삶이 되다’를 주제로 제1회 커피브레이크 미동부 컨퍼런스가 사흘간 진행된 것이다.

필그림선교교회와 더바인교회, 베다니교회, 은혜의강교회, 커피브레이크미니스트리(CBM) 본부가 함께 마련한 이번 컨퍼런스에는 200여 명이 등록했다. 참석자들은 예배와 특강, 선택 강좌, 소그룹 성경공부와 간증 등을 통해 말씀을 삶으로 이어가는 커피브레이크 사역의 비전과 실제를 함께 나눴다. 미동부 지역에서 커피브레이크 컨퍼런스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특히 폐회예배에서는 뉴저지 버겐카운티에 새로운 커피브레이크 센터가 세워지는 것을 감사하며 사역의 확장을 위해 함께 기도했다. 그리고 한 달 뒤인 오는 19일 필그림미션센터에서는 ‘뉴저지 버겐카운티 커브센터 출범 감사예배’가 열린다. 지난달 컨퍼런스에서 확인된 미동부 커피브레이크의 연합과 확산이 지역센터라는 보다 구체적인 형태로 이어지는 셈이다.

필그림선교교회와 커피브레이크의 인연은 이번 컨퍼런스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필그림은 개척 초기부터 커피브레이크를 평신도 말씀훈련과 리더 양성에 적극 활용해 왔고, 양춘길 목사 부부와 교회 리더들은 오랜 기간 미동부 지역의 인도자 훈련과 다른 교회들의 커피브레이크 정착을 돕는 데 참여해 왔다.

이번 버겐카운티 센터 출범은 그동안 축적해 온 경험과 리더십을 필그림이라는 한 교회 안에 머물게 하지 않고 지역 교회들과 나누는 또 하나의 과정이다. 교회가 모든 사역의 종착점이 되기보다 사람을 세우고 연결하며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는 ‘허브’가 된다는 점에서, 필그림이 추구해 온 선교적 교회의 모습도 이 사역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커브’는 한인 커피브레이크 사역에서 커피브레이크를 줄여 부르는 명칭이다. 커피브레이크는 인도자가 일방적으로 성경 지식을 가르치기보다 질문을 통해 참여자들이 직접 본문을 관찰하고 의미를 발견하며 삶에 적용하도록 돕는 소그룹 성경공부다.

커피브레이크는 필그림선교교회가 자체적으로 만든 프로그램은 아니다. 1970년 미국 시카고 교외의 한 북미기독개혁교회(CRC)에서 시작돼 이후 교단과 여러 교회로 확산됐으며, 1990년 첫 한인 트레이너가 세워진 이후 한국어 교재와 리더훈련을 통해 남가주 한인교회와 한국 등으로 사역이 넓어졌다. 필그림선교교회는 이 사역을 오랫동안 목회 현장에 적용하며 평신도 인도자들을 세워온 교회 가운데 하나다.

지역 교회 성도들을 돕는 버겐카운티 지역센터로

버겐카운티 커브센터 이전에도 파라무스를 중심으로 센터가 있었지만 실제 운영은 필그림선교교회가 중심이 되는 성격이 강했다. 때문에 양춘길 목사는 이번 센터 출범의 의미를 ‘개교회 중심에서 지역 중심으로의 확대’에서 찾았다. 양 목사는 “전에도 파라무스 센터가 있었지만 그것은 우리 교회 중심이었다”며 “이제 여러 교회들이 커피브레이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개교회 센터가 아니라 지역사회를 위한 센터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새 센터는 필그림선교교회의 한 부서가 아닌 독립적인 지역센터로 운영된다. 센터장은 필그림선교교회에서 양육을 담당하고 있는 강인규 목사가 맡고, 박숙현 권사가 부센터장으로 섬긴다. 현재는 필그림에서 오랫동안 커피브레이크를 경험하고 훈련받은 평신도 리더들이 사역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지만, 앞으로는 버겐카운티의 여러 교회와 성도들이 연결되는 초교파적 지역 그룹으로 넓혀 간다는 방향이다.

양 목사는 “우리 교회 커피브레이크에서 경험하고 훈련받은 사람들이 초교파적으로 지역 그룹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필그림을 중심으로 운영돼 온 기존 센터가 이제 지역의 여러 교회가 함께 참여하고 서로를 섬기는 지역센터로 성격을 넓히는 것이다.

커피브레이크 소그룹 성경공부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참가자들이 성경 본문을 함께 읽고 질문과 나눔을 통해 말씀의 의미를 살펴보고 있다.
(Photo : 커피브레이크) 커피브레이크 소그룹 성경공부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참가자들이 성경 본문을 함께 읽고 질문과 나눔을 통해 말씀의 의미를 살펴보고 있다.

양 목사가 커피브레이크를 처음 접한 것은 1992년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에서 목회할 당시였다. 당시 오렌지한인교회에서 진행되던 커피브레이크를 접한 뒤 자신의 목회에 적용하기 시작했고, 1997년 필그림교회를 개척한 이후에도 새가정반과 일대일 제자양육 등과 함께 말씀 중심의 공동체와 평신도 리더를 세우는 중요한 통로로 활용해 왔다.

참여자가 말씀을 배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과 말씀을 나누는 인도자로 성장하도록 돕는 커피브레이크의 방식은 개척 초기부터 평신도를 사역의 주체로 세워온 필그림의 목회 방향과도 잘 맞았다. 목회자에게 사역을 집중시키기보다 성도를 훈련해 사역자로 세우는 흐름은 필그림선교교회 안에서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이러한 평신도 사역의 외연도 일찍부터 교회 밖을 향하고 있었다. 양 목사는 2007년 ‘생동하는 신앙공동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병원사역과 문서선교, 할렘 노숙자사역, 재소자사역, 해외선교와 함께 커피브레이크 성경공부를 교회 밖에서 이뤄지는 평신도 사역으로 언급했다. 당시에도 성도들이 각자의 은사를 따라 이러한 사역에 참여하며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 나간다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오늘 필그림이 추구하는 선교적 교회의 모습은 이전 목회와 전혀 단절된 새로운 형태라기보다, 오랫동안 이어온 평신도 중심의 사역이 보다 분명한 선교적 방향 속에서 지역과 다른 교회로 확장되고 있는 흐름에 가깝다.

지역 교회는 세우고, 사람과 교회를 잇는 네트워크로

필그림에서 훈련받은 리더들이 다른 교회를 직접 찾아가 커피브레이크 사역을 지원하는 일도 꾸준히 이어져 왔다. 다른 교회에서 커피브레이크에 관심을 보이면 필그림의 인도자들이 해당 교회를 방문해 직접 소그룹을 진행하고, 그 교회의 리더들이 커피브레이크를 실제로 경험하며 자체적인 사역을 세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최근 한인동산장로교회(담임 이홍길 목사)도 커피브레이크 도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필그림선교교회와 연결됐다. 이후 필그림에서 훈련받은 커피브레이크 리더 약 10명이 직접 한인동산장로교회를 찾아 당회원과 구역리더, 권사회 등 약 60명을 대상으로 소그룹을 진행했다.

필그림의 모임으로 초청해 교육한 것이 아니라 훈련된 리더들이 직접 해당 교회를 찾아가 커피브레이크를 경험하게 하고, 그 교회 안에서 자체적인 리더와 사역이 세워질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필그림은 그동안 더바인교회, 아콜라연합감리교회, 뉴브런스윅 올네이션스교회, 필라영생교회 등 여러 교회의 요청에 따라 커피브레이크 사역을 지원해 왔다.

이 과정의 초점은 필그림의 커피브레이크 규모를 키우는 데 있지 않았다. 필그림에서 축적한 경험과 인력을 나눠 해당 교회 안에 자체적인 말씀 공동체와 리더가 세워질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었다.

버겐카운티 커브센터는 특정 건물이나 한 교회를 중심으로 사역을 모으기보다 커피브레이크를 통해 세워진 인도자들과 지역 교회들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형태로 운영된다.

이미 여러 교회에서 커피브레이크가 진행되고 있고 이를 섬길 리더들도 세워진 만큼, 새 센터는 이들을 지역 단위로 연결하고 필요한 훈련과 지원을 제공하는 역할에 무게를 둔다.

양 목사는 “아직 센터 건물이나 사무실은 없지만 사람 관계로 연결돼 있다”며 “센터에서 공간이 필요할 경우 우리 교회가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19일 출범 감사예배가 열리는 필그림미션센터도 이 같은 지역 사역을 위해 활용될 수 있다. 버겐카운티 센터는 필그림선교교회의 산하기관이 아닌 독립적인 지역센터로 운영되며, 필그림은 그동안 축적한 인력과 경험을 나누는 데 더해 필요할 경우 공간도 제공하게 된다.

이 같은 구조는 필그림이 선교적 교회를 통해 지향해 온 ‘허브’ 역할과도 맞닿아 있다. 교회가 모든 사역을 직접 운영하기보다 사람과 교회를 연결하고, 필요한 곳에 훈련과 경험, 공간과 같은 자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지난달 20일부터 22일까지 필그림선교교회에서 개최된 제1회 미주동부 커피브레이크 컨퍼런스
(Photo : 교회 제공) 지난달 20일부터 22일까지 필그림선교교회에서 개최된 제1회 미주동부 커피브레이크 컨퍼런스

커피브레이크가 확산돼 온 방식 역시 관계 중심이다. 대규모 광고를 통해 참가자를 모집하기보다 말씀을 경험한 사람이 주변 사람을 초청하고, 그 관계를 통해 새로운 소그룹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인도자 워크숍과 같은 공개 훈련이 있을 때는 지역 교회들에 알리지만 실제 모임은 사람과 사람의 연결을 따라 자연스럽게 확산돼 왔다.

양 목사는 “커피브레이크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광고하지는 않는다”며 “은혜를 받은 사람이 계속 사람을 초청하면서 퍼져 왔다. 그래서 커피브레이크가 이뤄지지 않는 지역에서는 잘 모를 수도 있지만 꾸준히 성장해 왔다”고 말했다.

버겐카운티 센터 역시 이러한 흐름을 지역 차원에서 이어가는 역할을 하게 된다. 각 교회와 삶의 자리에서 형성되는 말씀 공동체를 연결하고, 새로운 리더와 그룹이 세워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양 목사 부부는 오랫동안 커피브레이크의 리더 양성과 사역 확산에 직접 참여해 왔다. 양 목사는 2017년 한인 커피브레이크 컨퍼런스에서 디도서와 빌레몬서를 중심으로 주제강의를 맡았으며, 2018년 미동부 소그룹 인도자 워크숍에서는 양진희 사모가 ‘커피브레이크 동부지역 디렉터’로 양 목사와 함께 리더훈련을 진행했다.

이 같은 역할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들 부부는 올해 3월 뉴저지 은혜의강교회에서 열린 커피브레이크 성경공부 워크숍에서도 뉴욕·뉴저지 지역 목회자와 성도들을 대상으로 소그룹 인도와 말씀 나눔을 교육했다.

사역이 확장되면서 새로운 리더들도 꾸준히 세워졌다. 현재 양 목사는 커피브레이크 고문으로 참여하며 인도자 워크숍 등을 통해 후속 리더들을 훈련하고 사역을 지원하고 있다.

초기에는 양 목사 부부가 직접 사역을 이끌었다면 이제는 훈련받은 리더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사역을 맡고, 기존 리더들은 이들을 훈련하고 지원하는 구조로 넓어지고 있다.

필그림 안에서 성장한 커피브레이크 리더들이 다른 교회들을 돕고, 이제 버겐카운티를 중심으로 초교파적인 지역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는 것도 이러한 리더 양성의 토대 위에서 가능해졌다.

모든 길이 필그림으로 향하지 않는 교회

버겐카운티 커브센터는 필그림선교교회의 선교적 교회 모델 전체를 설명하는 사역은 아니다. 그러나 필그림이 지향하는 교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한 단면으로는 충분하다.

교회 안에서 사람을 훈련하고 오랫동안 쌓아온 사역의 경험을 다른 교회가 필요로 할 때 나누며, 공간과 인력, 훈련을 통해 그 사역이 각자의 자리에서 뿌리내리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커피브레이크는 양 목사가 1992년 처음 접한 이후 30년 넘게 이어온 사역이다. 새롭게 만들어진 선교적 교회 프로그램이 아니라, 오랫동안 평신도를 세우고 교회 밖 사역으로 이어져 온 흐름이 이제 버겐카운티라는 지역 단위에서 교회와 교회를 잇는 구조로 한 단계 더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필그림 자체를 더 크게 만드는 데 모든 자원을 모으기보다 교회가 가진 사람과 경험을 지역과 나누고, 다른 교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사역을 세워갈 수 있도록 돕는 것. 버겐카운티 커브센터의 출범은 필그림선교교회가 말하는 ‘허브로서의 교회’가 실제 사역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