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의원 11명이 실종된 뒤 이슬람교로 개종한 상태로 발견된 파키스탄의 18세 기독교 여성 네하 파키르(Neha Faqir)의 신변을 보호하고, 외부의 압력 없이 자신의 의사를 밝힐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파키스탄 정부에 촉구했다.
크리스천포스트(The Christian Post)가 28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의원들은 지난 20일 아잠 나지르 타라르(Azam Nazeer Tarar) 파키스탄 법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파키르의 실종 이후 진행된 수사와 재판 절차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국제기독교연대(Christian Solidarity International·CSI)는 현재 파키르의 가족을 지원하고 있다.
파키르는 지난 3월 24일 펀자브주 카수르 지역 코트 라다 키샨에 있는 집을 나서 인근 재봉 교육센터로 향한 뒤 돌아오지 않았다. 이후 가족을 돕던 변호사가 라호르의 한 이슬람 신학교에서 그의 소재를 확인했으며, 가족은 파키르가 실종된 지 불과 며칠 만에 강제로 이슬람교로 개종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족은 파키르가 이전까지 종교를 바꾸겠다는 뜻을 밝힌 적이 없다며 이번 개종이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가족은 딸의 귀가를 요구하며 법원에 청원했지만, 라호르 고등법원은 지난 6월 9일 이를 기각했다. 당시 파키르는 이슬람 성직자들과 함께 법정에 출석했으며, 가족은 재판 전이나 재판 과정에서 그와 따로 대화할 기회를 얻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의원들은 이 같은 정황에 대해 “그가 왜 실종됐는지, 또 자신의 의사를 독립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는지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특히 의원들은 “재판 전이나 진행 과정에서 가족이 그와 대화할 수 없었다는 보도에 깊이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서한에는 크리스 스미스(공화·뉴저지) 의원을 비롯해 제임스 맥거번(민주·매사추세츠), 프렌치 힐(공화·아칸소), 거스 빌리라키스(공화·플로리다), 앤디 해리스(공화·메릴랜드), 마리아 엘비라 살라자르(공화·플로리다) 의원 등 모두 11명이 서명했다.
의원들은 파키스탄 정부에 파키르의 안전과 신변을 보장하고, 독립적인 변호인과 비공개로 상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가족과 자유롭게 연락할 수 있도록 하고, 향후 사법 절차에서도 협박이나 부당한 영향 없이 자신의 뜻을 밝힐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파키르의 부모는 벽돌공장에서 일하는 기독교인 부부로, 네 자녀 가운데 셋째인 파키르가 기술을 익혀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실종 약 두 달 전부터 현지 무슬림 가정이 운영하는 재봉 교육센터에 보내기 시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은 파키르가 실종된 뒤 경찰에 신고했지만 수사가 신속하게 진행되지 않았으며, 신고를 취하하라는 압박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국제기독교연대 측 변호인은 이후 라호르 고등법원에 인신보호 청원을 제기했다. 법원은 지난 5월 경찰에 파키르의 소재를 파악하라고 명령했고, 경찰은 그가 라호르의 정부 보호시설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다시 인신보호 청원이 제기되면서 가족은 지난 6월 9일 재판에서 두 달여 만에 처음으로 파키르를 볼 수 있었다. 당시 파키르는 이슬람식 복장을 하고 무슬림 여성과 이슬람 관계자들과 함께 법정에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어머니와 자매는 파키르와 직접 대화하지 못했고, 법원도 가족과의 대화를 허용하지 않은 채 귀가 청원을 기각했다. 이에 인권단체들은 파키르가 실종과 개종,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미국 의원들의 개입에 앞서 영국에서도 파키르 사건에 대한 관심이 이어졌다. 국제기독교연대는 지난 6월 16일 영국 상원에서 열린 회의에서 이 사건을 소개했으며, 데이비드 알턴(David Alton) 의원은 이후 영국 정부의 중동·파키스탄 담당 관계자에게 서한을 보내 개입을 요청했다.
국제기독교연대의 조엘 벨드캠프(Joel Veldkamp) 대외정책 담당자는 “네하와 파키스탄에서 박해받는 모든 기독교인을 위해 목소리를 내준 의원들에게 감사한다”며 “파키스탄 정부가 폭력과 극단주의를 부추기는 불처벌 관행을 끝내고 기독교인과 다른 종교적 소수자에 대한 공격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점을 보여줄 기회”라고 밝혔다. 이어 “이제 네하를 집으로 돌려보내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파키스탄에서는 기독교인과 다른 종교적 소수자 여성과 소녀를 대상으로 한 납치와 강제개종, 강제결혼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인권변호단체 주빌리 캠페인(Jubilee Campaign)이 지난 7월 유럽의회에 제출한 ‘도난당한 소녀들(Stolen Girls)’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기독교인과 다른 종교적 소수자 소녀들을 대상으로 제기된 납치·강제개종·조혼·성폭력 의혹 사례는 210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186건인 88.6%가 펀자브주에서 발생했다. 피해자의 83% 이상은 18세 미만이었으며, 보고서에 나타난 피해자 평균 연령은 12.8세였다.
오픈도어스(Open Doors)는 올해 ‘세계 기독교 감시 목록(World Watch List)’에서 파키스탄을 기독교 박해가 가장 심각한 50개국 가운데 8위로 분류했다. 오픈도어스는 구조적 차별과 군중 폭력, 강제개종, 강제노동, 성별에 따른 학대와 함께 미흡한 법 집행과 광범위한 불처벌이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한 폭력이 계속되는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