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이 4년 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복음주의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모여 전쟁 종식과 정의로운 평화를 위해 기도했다. 참석자들은 장기화된 전쟁으로 국제사회의 관심이 약화돼서는 안 된다며 우크라이나 국민과 교회를 향한 지속적인 연대를 호소했다.
크리스천 데일리 인터내셔널(Christian Daily International)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독립 35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23일 키이우에서 열린 제3회 우크라이나 국가조찬기도회에는 17개국에서 1,500명 이상이 참석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후원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세계복음주의연맹(WEA)을 비롯한 국제 기독교 지도자들과 각국 정치인, 군종 목사, 전사자 가족, 자선단체 관계자 등이 함께했다.
WEA 사무총장 보트루스 만수르(Botrus Mansour) 목사는 전 세계 복음주의 공동체를 대표해 기도하며,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이들이 전쟁의 장기화 속에서도 지치지 않고 평화를 위해 계속 기도하고 힘써 줄 것을 간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국제사회가 전쟁에 익숙해지는 상황을 가장 큰 위험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금 가장 큰 위험은 전선의 피로가 아니라 세계가 이 상황에 익숙해지는 것”이라며 장기화된 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연대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자리에는 기타나스 나우세다(Gitanas Nausėda) 리투아니아 대통령과 크리스텐 미할(Kristen Michal) 에스토니아 총리를 비롯해 미국 상·하원 의원들도 참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로 다른 신앙과 국적, 정치적 배경을 가진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점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루브리카(Rubryka)에 따르면 그는 “오늘 한 공간에 서로 다른 신앙과 정치적 견해, 직업,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나란히 앉아 있다”며 “그러나 이런 자리는 가장 중요한 것 앞에서는 우리 사이의 차이가 중요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진리와 평화, 어려운 순간의 기도가 우리 모두를 하나로 묶는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누가 기도할 수 있는지 푸틴이 결정하게 하려는 전쟁”
우크라이나는 다음 날인 24일 독립 35주년을 맞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현재의 전쟁을 국가의 독립뿐 아니라 신앙과 종교의 자유를 지키는 싸움으로도 규정했다.
그는 “오늘은 전면전 1,642일째 되는 날”이라며 “러시아가 추구해 온 목표 중 하나는 신앙을 허가의 문제로 만드는 것이다. 누가 기도하기 위해 모일 수 있는지, 어떤 교회가 존재할 수 있고 어떤 교회가 사라져야 하는지를 푸틴이 결정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모든 싸움은 이것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1953년 미국에서 시작된 국가조찬기도회의 전통을 잇는 이날 행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세 가지 구체적인 중보기도 제목도 제시했다.
그는 “포로가 된 이들이 모두 견뎌내기를, 전투 중인 이들이 돌아오기를, 그리고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임하기를 기도하자”며 “우리 국민이 강한 만큼 강하고 지속적이며 정의로운 평화가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복음주의 대표단, 부차·이르핀 찾아 전쟁 현장 직접 목격
만수르 목사는 유럽침례교연맹(European Baptist Federation) 사무총장 앨런 도널드슨(Alan Donaldson) 목사가 조직한 10명의 복음주의 대표단과 함께 우크라이나를 찾았다. 대표단에는 유럽복음주의연맹(European Evangelical Alliance) 총무 얀 베셀스(Jan Wessels) 목사도 포함됐다.
이들은 조찬기도회에 앞서 이틀 동안 서부 도시 리비우를 찾은 데 이어, 러시아의 전면 침공 초기 참상이 벌어졌던 키이우 인근 이르핀과 부차를 방문했다.
키이우 도심에서는 공습경보가 울려 대표단이 지하철역으로 대피하는 일도 있었다.
만수르 목사는 “이것은 평범한 여행이 아니라 전쟁 중인 나라로의 여행이었다”며 “리비우와 이르핀을 방문해 전쟁의 흔적과 영향을 목격했고, 이어 러시아군에 의한 학살이 벌어졌던 부차를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 느낀 슬픔과 함께 우크라이나 교회를 통해 발견한 희망도 전했다.
만수르 목사는 “전쟁이 낳은 극심한 고통에 깊은 슬픔을 느꼈지만, 이 어두운 시기에 주님께서 우크라이나 복음주의 교회를 어떻게 사용하고 계신지 들으며 격려를 받았다”며 “무엇보다 우리는 평화와 정의가 승리하리라는 소망 안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단은 현지 복음주의 목회자들과도 만나 교회의 상황을 들었다.
만수르 목사는 “그들을 격려하러 갔지만 오히려 우리가 격려를 받고 돌아왔다”며 “그들의 인내와 그리스도를 향한 사랑, 신실함, 그리고 하나님 나라를 위해 감당하고 있는 사역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전 세계 기독교인들에게 “우크라이나 국민 전체와 특별히 교회를 위해 함께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우크라이나 교회 파괴·종교 공동체 박해”
우크라이나 지도자들도 이번 전쟁의 종교적·정신적 측면을 강조했다.
루슬란 스테판추크(Ruslan Stefanchuk) 우크라이나 최고회의 의장은 “2022년 2월에 무너지지 않았고 결코 무너지지 않을, 정복되지 않은 황금 돔의 도시 키이우에서 오늘 드리는 기도는 매우 특별한 힘과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세르히 코레츠키(Sergii Koretskyi)는 “러시아는 인간의 생명과 자유, 존엄에 대한 경멸에 뿌리를 둔 전쟁을 들고 우리 땅에 왔다”며 “러시아군은 점령지에서 우크라이나 교회를 파괴하고 문화유산을 짓밟으며 종교 공동체를 박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따라서 이 전쟁은 세계관의 전쟁이자 선과 악, 빛과 어둠, 자유와 예속 사이의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펜스 “영토 빼앗아도 신앙 꺾이지 않은 국민은 정복 못해”
마이크 펜스(Mike Pence) 전 미국 부통령도 이날 기도회에 참석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나타냈다.
펜스 전 부통령은 “주의 영이 계신 곳에는 자유가 있다”는 성경 말씀을 인용하며, 우크라이나가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점령군이 영토를 빼앗을 수는 있어도 신앙이 꺾이지 않은 국민까지 정복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펜스 전 부통령은 조찬기도회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과 비공개로 만난 뒤 뉴스네이션(NewsNation)과의 인터뷰에서 키이우에서 확인한 우크라이나 국민의 결의를 전했다.
그는 “러시아의 잔혹하고 도발 없는 침공이 있은 지 4년 반이 지났지만 자유를 지키려는 이들의 의지와 헌신은 러시아 탱크가 처음 밀고 들어온 그날보다 오늘 오히려 더 커졌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펜스 전 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드론 공격과 흑해 작전 등을 통해 현대전의 양상을 크게 바꿔놓았다고 평가하면서도,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한 방공망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겨울을 앞두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반시설을 집중 공격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패트리엇 등 요격 자산의 추가 지원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탄도미사일 공격을 막는 것이 여러 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의 손에서 마지막 전투 수단을 빼앗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이 ‘민주주의의 무기고’라는 역사적 역할을 계속 감당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유럽 동맹국들에게도 우크라이나의 방공 능력 강화를 위한 지원을 요청했다.
펜스 전 부통령은 “우리는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로 가는 길 위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며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지원과 연대를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