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오늘은 아주 오랜만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신없이 바빴던 날이다. 그저 바쁘기만 했던 것이 아니라 머리를 많이 사용해야 했기에 상당히 피곤한 하루였다.
오전 10시부터 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있는 날이어서 줌으로 참석하다가 11시에 차를 운전하면서 줌 미팅에 참석했다. 12시에 제자들과 하남에서 식사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식당에 도착하니 네 명의 제자들이 벌써 다 모여 있었다.
[2] 문제는 저녁 6시 구리에서 40여 년 만에 만나는 목사님과의 식사 약속이 잡혀 있는 점이었다. 제자들과 식사 후 차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어도 저녁 5시 반까지는 나와 함께 기다리게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황을 얘기해 보니 4시 이전엔 약속이 있어서 다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1시간 반은 나 혼자 카페에서 기다려야 했다.
카페에서 구리 약속의 장소까진 20분이 채 걸리지 않는 짧은 거리였다.
[3] 그런데 그 와중에 더 복잡한 일이 하나 생겼다. 미국 달라스에서 한국을 방문한 아우 목사가 만나자고 어제 연락이 와서 내일 금요일 12시 서울역에서 만나기로 했었다. 그런데 그 목사가 내일 어머님과의 급한 만남이 있어서 오늘 중으로 만나면 좋겠다고 전화한 것이다. 저녁까지 약속이 다 잡혀 있어서, 마침 제자들과 헤어지고 구리 식당으로 가는 그 빈 시간에 만나면 되겠다 싶어 얘길 했더니 3-5시까지는 잠실에서 미팅이 잡혔다는 것이었다.
[4] 대학부 시절 교회를 섬기던 목사님과의 40여년 만의 만남을 미룰 수도 없고, 그렇다고 미국에서 잠시 와서 오늘 밖에 시간이 없기에 밤 늦게라도 기다리겠다는 목사도 외면할 수 없어서, 어떻게 하면 무리 없이 두 개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를 고심하느라 신경을 많이 썼다. 구리 목사님과의 만남을 두 시간 정도 앞당길 수도 있었으나, 같이 방문하기로 한 동생 목사의 스케줄과 맞지 않아서 낭패였다.
[5] 하필이면 내가 비는 시간이 병원에 예약이 되어 있는 시간이라는 것이었다. 결국은 5시 반쯤 구리에서 동생과 만나서 선배 목사님을 찾아뵐 수 있었다. 젊은 시절, 모교회에서 교육전도사로 사역하시면서 나와 선후배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존경을 많이 받던 분이셨다. 공부는 많이 못 하셨지만 믿음 하나만큼은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셨다. 대학부 시절 어느 여름, 선후배들을 이끌고 시골 교회에 여름 성경학교를 개최하러 간 적이 있다.
[6] 당시는 영상 시스템이 없던 시절인지라 환등기가 사진이나 만화를 보여주는 유일한 도구였다. 시골이었기에 불을 꺼놓은 캄캄한 상태에서 “찰칵 찰칵!” 소리 내면서 한 장씩 바뀌는 희한한 광경을 구경하러 동네 남녀노소가 다 교회에 왔다. 그렇게 모두가 집중되어 화면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예기치 못한 문제가 하나 일어나고 말았다. 오랜 시간 많은 화면을 보여주다 보니 전기선이 합선이 되어 연기가 나면서 전기가 가버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7] 그 순간 실망한 동네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소리 지르며 난리가 났다. 그 모습을 본 그 목사님은 끊어진 두 선을 손으로 움켜쥐고선 이렇게 기도하시는 것이었다. “하나님, 끊어진 이 선이 다시 연결되어서 전기가 켜지게 해주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그때 아멘을 따라 한 사람은 그 목사님 혼자밖에 없었던 거 같다. 왜 그런 반응이 나왔을까? 합선되어 끊어진 선이 자동으로 연결되어 전기가 들어올 가능성이 제로였기 때문이다.
[8] 그분의 기도가 끝나자마자 누구도 예상치 못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환등기가 켜져버린 것이었다. 그래서 거기 참석한 모두가 은혜받고 감격하는 그런 신기한 일이 있었다. 그 사건 이후로 당시 전도사님이셨던 그분을 대하는 모두의 자세가 확연히 달라졌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그랬던 분이 지금은 뇌출혈로 인해 한쪽 다리를 잘 못 쓰는 상태가 되어 있으시기에 마음이 많이 아팠다. 정말 그분은 보기 드문 참 목회자셨다.
[9] 오늘 만나 뵙고 나니 너무 기쁘고 반가웠다. 식사가 마쳐지는 시간을 틈타서 바로 떠나야 할 이유를 말씀드린 후 동생을 전철역에 내려다 주고선 서울 청담동 골목길 카페를 향해 차를 운전했다. 몇 시간이나 나 오기만을 카페에서 기다린 그 목사와의 만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달라스에서 모범적으로 목회를 잘하고 설교도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카톡으로 문자를 주고받고 보이스톡으로도 가끔씩 소통했던 자랑스런 후배이다.
[10] 그 전임 목사 역시 한국에 부임하여 탁월한 설교와 인간미 넘치는 인격으로 목회를 아주 잘하고 있다. 최근 두 사람이 신학생과 목회자들을 위한 유익한 세미나를 개최해서 선한 영향을 많이 끼치고 있다. 전임과 후임이 미국과 한국을 오가면서 이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교회와 목회자들을 돕는 일은 너무 귀한 일이다. 이런 훌륭한 후배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선배의 마음은 한없이 뿌듯하고 행복하다.
[11] 아우 목사와의 아쉬운 이별을 뒤로 한 채 집에 돌아오니 11시가 다 된 늦은 시간이다. 무지 바쁘고 정신없는 피곤한 하루였지만, 4명의 제자들과의 반가운 만남과 대화, 그리고 미국에서 찾아온 아우 목사와의 첫 대면과 교제로 인해 기차게 기쁜 날이다.
내일 또 어떤 만남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크다. 이런 만남들을 계속 허락하시는 하나님께 깊은 감사로 영광 돌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