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UN) 인권 전문가들이 나이지리아에서 계속되는 폭력과 치안 악화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며, 특히 기독교 여성과 소녀들이 살해와 납치, 성폭력, 강제결혼 등의 위협에 집중적으로 노출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hristian Today)가 18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5명의 유엔 인권 전문가는 나이지리아 정부에 보낸 공동 서한에서 북부와 ‘미들 벨트(Middle Belt)’ 지역의 치안 상황이 악화되면서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 공동체, 특히 여성과 소녀들에게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폭력의 상당 부분이 보코 하람(Boko Haram), 이슬람국가 서아프리카지부(ISWAP), 풀라니(Fulani) 목축민 무장세력 등 비국가 무장단체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나이지리아의 15~49세 여성 가운데 21%가 신체적 또는 성적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여성 전반이 처한 취약한 상황에도 주목했다.

서한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천 건의 공격이 발생해 수만 명의 민간인이 숨졌으며, 희생자의 대다수가 기독교인이었다.

전문가들은 기독교 여성과 소녀들에게 발생한 구체적인 피해 사례도 제시했다. 바우치주(Bauchi State) 나보르도에서는 13세 소녀가 강제로 개종당한 뒤 15세 소년과 혼인했고, 아버지가 딸을 되찾으려 했지만 샤리아 위원회와 법원에 의해 가로막힌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12일에는 보르노주(Borno State) 치복 지역에서 보코 하람 무장세력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만민을 위한 그리스도의 교회(Church of Christ in Nations)’ 목회자의 두 딸을 다른 교인들과 함께 납치했으며, 이들의 행방은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카두나주(Kaduna State)에서는 16세 기독교 소녀가 무장세력이 요구한 강제결혼을 가족이 거부한 뒤 지난해 12월 13일 한쪽 손이 절단되는 피해를 입었다. 또 한 성인 기독교 여성은 결혼 직후 납치돼 감금 중 성폭행을 당했고, 이후 발달 지연 아동을 출산한 뒤 지역사회에서 낙인까지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전문가들은 이 같은 납치와 성폭행, 강제결혼, 강제개종 사례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정부 당국자들의 무대응이나 방조 의혹과 함께 납치된 소녀들의 소재 파악을 위한 수사와 수색이 지연되고 있다는 보고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서한은 최근 기독교 공동체를 겨냥한 공격 사례들도 언급했다. 지난 3월 29일 플래토주(Plateau State) 조스 노스에서 최소 27명이 숨졌으며, 5월 초에는 같은 플래토주에서 추가 공격이 발생했다. 5월 15일에는 오요주(Oyo State)의 한 학교에서 학생과 교사가 집단 납치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약 35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국내 실향민들의 처지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실향민 캠프의 여성과 소녀들은 산모 진료를 포함한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성적 착취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일부 소녀들은 생필품을 얻기 위해 성관계를 강요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플래토주 망구 지역 출신의 한 기독교 실향민 여성은 “공격이 있는 동안 여성들이 빗속에서 출산했고 아이들 일부가 사망했다”며 “여성들에게는 음식이 없었고 일부는 남편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고 증언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기독교 여성들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종교적 정체성을 숨기거나 히잡을 착용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보고들은 나이지리아에서 기독교인들이 특히 표적이 되고 있음을 가리킨다”고 지적했다. 서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신앙 때문에 살해된 것으로 보고된 기독교인 4,849명 가운데 3,490명이 나이지리아에서 숨졌다. 이는 전체의 약 72%에 해당한다.

북부 12개 주에서 시행되는 샤리아법과 신성모독 관련 법률도 문제로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나이지리아 형법 제204조와 일부 주의 신성모독 관련 조항이 종교적 소수자, 특히 기독교인을 겨냥하는 데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허위 주장을 포함한 신성모독 혐의가 군중 폭행과 살해로 이어지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나이지리아의 치안 불안이 일부 지역에서 “사회적·제도적 공모, 묵인 또는 방치”로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나이지리아 정부에 보낸 여러 서한에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이번에는 사건 수사 현황과 납치 피해자 소재 파악 노력, 여성·소녀 대상 폭력 대응, 인도적 지원 접근, 신성모독 관련 법률 현황, 종교적 소수자 보호 등 8개 분야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국제 얼라이언스 디펜딩 프리덤(Alliance Defending Freedom International·ADF)의 유엔 옹호 책임자 조르지오 마촐리(Giorgio Mazzoli)는 이번 조치를 환영했다.

마촐리는 “5개 유엔 기구의 공동 서한은 현재 자행되고 있는 잔혹행위의 규모에 대해 절실히 필요한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킨다”며 “나이지리아 당국은 이 조사 결과에 긴급히 대응하고 기독교인과 다른 종교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거나 악화시키는 법적 틀을 개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서한 공개에 앞서 나이지리아 연방고등법원은 카노주(Kano State)에서 이슬람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22세 여성에 대한 이슬람 종교경찰인 히스바(Hisbah)의 권한을 제한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이 여성은 강제결혼을 추진하던 형제들의 학대를 피해 지난해 집을 떠난 뒤 한 기독교 가정에 머물며 기독교로 개종했다. 이후 형제들이 히스바를 개입시키면서 체포됐으며, 4일간 구금 중 신체적 학대와 결혼 동의 강요를 받았다고 전해졌다.

연방고등법원은 지난 5월 카노주와 히스바가 개종이나 결혼 거부를 이유로 이 여성을 체포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당시 처우가 인간의 존엄과 종교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한 것”이라며 배상을 명령했다.

이 여성은 “아바라(Abara) 가족은 내가 갈 곳이 없을 때 나를 안전하게 지켜줬다”며 “특히 내게 복음을 소개해 준 것에 감사한다. 예수 안에서 내 신앙을 선택하는 것은 법을 어기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ADF 종교자유 담당 선임 변호사 션 넬슨(Sean Nelson)은 “누구도 자신의 신앙을 버리도록 강요받아서는 안 되며 어떤 기독교인도 이슬람 도덕경찰의 위협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나이지리아의 종교적 소수자 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나이지리아를 종교자유와 관련한 ‘특별우려국(Country of Particular Concern)’으로 재지정했으며, 올해 초 제노사이드워치(Genocide Watch)와 반제노사이드 연합은 지하드 단체들이 2001년 이후 6만 명 이상을 살해하고 220만 명 이상을 실향시켰다며 유엔에 ‘소모전식 제노사이드(genocide by attrition)’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