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은 하나님이 죄로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직접 성육신(incarnation)하심을 기념하는 날이다. 전 세계 교회가 교회력에 따라 부활절과 함께 매우 중요하게 지키는 절기인 만큼 한국교회 또한 성탄 예배 등 갖가지 축하행사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다.
오늘날 전 세계 기독교회가 12월 25일을 성탄절로 지키고 있지만, 이날이 예수님께서 실제 이 땅에 태어나신 날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성경에 주님이 태어나신 날에 대한 명확한 기록이 나와 있지 않기 때문이다.
12월 25일이 성탄절로 정해진 건 AD336년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가 기독교를 로마 제국의 종교로 공인되면서부터다. 하지만 당시 이교도들이 지키던 태양절에서 그대로 가져왔다는 점에서 아직까지도 성탄절에 대한 논란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주님이 언제 태어나셨는지는 그리 중요한 관심사가 아니다. 만약 그 날이 우리에게 특별하고도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면 성경 어딘가에 반드시 기록했을 것이다.
영국의 저명한 침례교 설교가인 스펄전 목사는 "구주가 탄생하신 날이 12월 25일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면 1년 중 어느 날이라도 구주가 나신 날로 삼아도 되리라"고 말했다. 이 말은 성탄절이 언제인가 하는 것보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의미를 되새기는 게 성도들에게 훨씬 중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성탄절에 즈음에 한국교회 주요 기관들이 발표한 기념 메시지마다 그런 부분이 강조됐다. 대부분의 성탄 메시지에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축하하고 이 땅에 오신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삶의 현장에 실천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 성탄의 본질인 겸손과 섬김, 나눔을 회복할 것을 촉구했다.
주님이 이 세상에 오신 목적과 진정한 의미는 이미 성경 곳곳에 드러나 있다. "내가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요 죄인을 부르러 왔노라"(마9:13) 하시고, 또 "인자가 온 것은 잃어버린 자를 구원하려 함이니라"(눅19:10) 하시며, "많은 사람을 위해 목숨을 대속물로 주려 한다"라고 하신 말씀 그대로다.
말씀 안에 내포된 성탄의 진정한 의미는 주님이 잃어버린 자, 즉 죄인과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구원하시기 위해 이 땅에 오셨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오늘 교회와 성도가 주님의 오심을 어떻게 기념해야 할지 분명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구약 성경에 하나님은 사회적 약자인 가난한 사람들을 조롱하거나 학대하는 자를 곧 하나님을 멸시하는 것으로 간주하셨다. "가난한 자를 조롱하는 자는 그를 지으신 주를 멸시하는 자요 사람의 재앙을 기뻐하는 자는 형벌을 면하지 못할 자니라"(잠 17:5).
이 말씀 그대로 예수님은 세상에 오셔서 가난하고 병든 자, 소외된 자와 벗 삼으시며 심지어 그들을 예수님 자신과 동일시하셨다. 예수님이 공생애 3년 동안 도처에 두루 다니시며 가난한 이들을 섬기고, 병든 자를 치유하신 내용이 4복음서에 상세히 기록돼 있다.
그런 예수님의 작은 자, 곧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극한 사랑은 마지막 심판 날까지 이어졌다. "주여 우리가 어느 때에 주께서 주리신 것을 보고 음식을 대접하였으며 목마르신 것을 보고 마시게 하였나이까. 어느 때에 나그네 되신 것을 보고 영접하였으며 헐벗으신 것을 보고 옷 입혔나이까. 어느 때에 병드신 것이나 옥에 갇히신 것을 보고 가서 뵈었나이까 하리니, (중략)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 25:37-40).
한국교회가 성탄 축하예배를 성대히 드리고 다양한 행사를 하더라도 주님이 기뻐 받으시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다. 그 말은 곧 주님이 하신 말씀에 귀 기울이고 응답하는 것이 곧 주님이 기뻐 받으시는 예배라는 뜻이다.
그런데 오늘 한국교회가 예수님이 세상에 오셔서 친히 섬기신 가난하고 병들고 소외된 자들을 돌보며 그들과 함께 아파하며 울고 있는가. 겉으로 약자를 돕는 척 시늉만 하고 속으로 부자들과 힘 있는 자, 권력을 가진 자 편에 서서 그들과 사귀는 걸 즐겨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때다.
올 성탄절에 한국교회는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나는 인애를 원하고 제사를 원하지 아니하며 번제보다 하나님을 아는 것을 원하노라"(호6:6)라고 하신 말씀을 가슴 깊이 되새겨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가 정말 전심을 다해 하나님을 아는 일에 힘을 쏟고 있는지, 아니면 하나님을 제사하는 형식과 습관에 시간과 돈과 힘을 헛되이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주님은 오늘 영적으로 깊이 잠든 교회를 흔들어 깨우시며 "내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고 명하신다. 그리고 나와 함께 낮은 곳에서 작은 자가 겪는 고난과 핍박을 기꺼이 감당하라고 말씀하신다. 이 부르심에 온 교회와 성도들이 '마라타나, 주 예수여, 어서 오시옵소서' 라고 응답하는 복된 성탄절이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