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인 가운데 종교를 일상생활에서 중요하다고 여기는 비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음에도, 미국은 여전히 영국·독일 등 다른 경제 선진국들에 비해 비교적 높은 종교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기관 갤럽(Gallup)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종교가 일상에서 중요하다고 답한 미국 성인은 2015년 66%에서 현재 49%로 하락했다. 17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갤럽이 2007년 이후 국가별 10년 단위 종교성 변화를 추적해온 가운데 가장 큰 폭의 감소 중 하나로 꼽힌다.
갤럽은 미국을 '중고(中高) 수준의 기독교 정체성'을 가진 국가이지만, 종교 실천은 '중간 수준'으로 규정했다.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기독교 정체성 비율은 영국, 독일, 핀란드, 덴마크 등 전통적으로 개신교 영향력이 강한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종교가 일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르헨티나, 아일랜드, 폴란드, 이탈리아 등 가톨릭 영향력이 큰 국가들과 유사한 수준에서 여전히 높게 나타났다.
갤럽이 2007년 이후 조사한 160여 개국 가운데 10년 동안 종교 중요성이 15포인트 이상 감소한 국가는 14개국뿐이다. 미국보다 더 큰 폭으로 종교성이 하락한 국가는 그리스(2013~2023년 28포인트 감소), 이탈리아(2012~2022년 23포인트 감소), 폴란드(22포인트 감소) 등이 있다. 칠레, 터키, 포르투갈도 미국과 유사한 감소세를 보였다.
갤럽의 2021년 분석에서는 미국인이 여전히 10명 중 7명꼴로 종교에 소속감을 갖고 있지만, 특정 종교 기관의 공식 회원이라고 답한 비율은 80년 만에 처음으로 절반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경제학자이자 연구자인 라임언 스톤(Lyman Stone)은 "신앙 공동체 내 출산율이 높아지지 않을 경우 미국의 종교 공동체는 '종말적 감소(terminal decline)'의 길을 계속 걸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미국에서 종교성이 줄어드는 주요 원인은 성인이 종교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13~16세 미성년층에서 종교적 이탈이 집중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스톤은 전 세대를 통틀어 종교성은 중·고등학교 시기에 일시적으로 낮아지는 경향이 있지만, 나이가 많은 세대는 기본적으로 종교적 성향이 강해 세대 간 차이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종교에 우호적인 교육 환경과 같은 종교를 가진 부모가 함께 있는 가정환경이 종교성 유지에 중요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스톤은 "모든 종교 공동체의 성장에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출산율"이라며 "한 종교 전통에서 태어나는 사람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그 공동체의 규모도 축소된다"고 말했다. 이어 "종교 공동체가 작아질수록 가정에서 신앙을 전수하는 환경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결국 강력한 가정 신앙 전승 규범을 가진 소규모 종교만이 생존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