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복음전도자 프랭클린 그래함(Franklin Graham) 목사가 수단 다르푸르 지역 엘파셰르(El-Fasher)에서 민간인 학살을 자행한 무장단체 '신속지원군'(RSF·Rapid Support Forces)을 강력히 규탄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그래함 목사는 최근 SNS에 "급진 이슬람의 민낯이 드러났다"며 "이 나라를 위해 마음이 찢어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들이 학살당하고 있다. 이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RSF 대원들이 민간인을 머리에 총을 쏘아 처형하고, 시신이 쌓여 있는 영상들을 입수했다고 밝히며 "너무 잔혹해 공개할 수조차 없다"고 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RSF는 지난 10월 27일 엘파셰르를 완전히 장악하며 다르푸르 내 마지막 정부 통제 지역을 점령했다. 이번 공격으로 인해 약 4만 명이 숨지고, 1,400만 명 이상이 집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단 정부는 RSF가 도시를 점령한 이후 불과 이틀 만에 민간인 2,000명 이상이 살해됐다고 발표했다. 

그래함 목사는 "RSF 전투원들은 단지 죽이기 위해 사람을 죽이고 있다"며 "수단에서 학살이 벌어지고 있지만 세계는 거의 무관심하다"고 지적했다. 

BBC는 RSF가 엘파셰르 점령 직후 민간인을 공개 처형하는 영상을 검증했다고 보도했다. 

한 영상에서는 RSF 복장을 한 무장병이 대학 건물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비무장 남성을 향해 총을 발사하는 장면이 담겼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아부 룰루'로 알려진 전투원이 구금된 남성 9명을 향해 총격을 가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위성사진 분석 결과, 예일대학교 인도주의연구소(Yale Humanitarian Research Lab)는 도시 외곽에서 집단 매장지로 추정되는 대규모 시신 더미를 확인했다. 

수단 주재 유엔 인도주의 조정관 데니스 브라운(Denise Brown)은 "엘파셰르 내에서 비무장 남성의 즉결 처형이 있었다는 신뢰할 만한 보고를 받았다"고 BBC에 밝혔다. 

국제법에 따르면 비무장 민간인 또는 항복한 병사를 살해하는 행위는 제네바협정 위반이며 전쟁범죄에 해당한다.  

영국의 인권단체 세계기독연대(CSW)는 성명을 통해 "엘파셰르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학살에 국제사회가 즉각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CSW 설립자 머빈 토머스(Mervyn Thomas)는 "RSF 대원들이 민간인을 조롱하고 고문하며 살해하는 영상은 지난 18개월 동안 이 지역에서 계속되어 온 폭력의 단면"이라며 "특히 아이 병사들이 끔찍한 폭력을 저지르는 모습이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타윌라(Tawila) 지역으로 피신한 수많은 사람들을 보호하고, 인도적 지원이 방해받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RSF는 2000년대 초 다르푸르 대학살 당시 비아랍계 민간인을 학살한 악명 높은 잔자위드(Janjaweed) 민병대에서 비롯됐다. 

지도자 무함마드 함단 다갈로(일명 헤메디·Hemedti)는 낙타 상인 출신으로, 금광과 가축 거래를 통해 막대한 자금을 확보하며 세력을 확장했다. 그의 병력은 약 10만 명으로 추정되며, 예멘·리비아 내전에도 개입한 바 있다. 

수단 군부는 최근 아랍에미리트(UAE)가 RSF를 지원함으로써 집단학살방지협약(Genocide Convention)을 위반했다며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했다. 그러나 UAE는 이를 "정치적 쇼"라고 일축했다. 

수단 내전은 2023년 다갈로가 이끄는 RSF와 압델 파타흐 부르한(Abdel-Fattah Burhan) 장군이 이끄는 수단군 간의 연합이 붕괴되면서 시작됐다. 

현재 수단군은 북부와 수도 하르툼을, RSF는 다르푸르와 코르도판 일부를 장악하고 있다. RSF는 점령지에 '병행 정부'를 세우겠다고 발표하며 사실상 분리 통치를 예고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RSF가 과거 다르푸르 대학살을 저질렀던 세력과 동일하다고 지적하며, "또 한 번의 대량 학살이 진행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