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요즘 출판계가 불황이라는 건 누구나가 다 아는 사실이다. 책을 잘 사보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신간 서적들은 계속해서 서점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 권의 책을 써서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출간되기까지는 여러 어려운 과정들을 거쳐야 한다. 우선 각고의 노력 끝에 책을 집필해야 한다. 그 후 출판사에 완성된 원고를 투고한다. 출판사가 크든 작든 매일 수십 편의 원고들이 투고된다.
[2] 그중 편집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아 출판하기로 결정되는 원고는 극히 드문 소수에 불과하다.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한 이들은 출판사로부터 긍정적인 답이 오기를 학수고대하고 기다린다. 만일 출판사가 출간하기로 결정했다면 이메일로 답을 주질 않고 전화로 직접 연락해온다. 내 경우는 다 그랬다. 그런데 원고 투고한 대부분은 다음과 같은 내용의 메일을 받게 된다. “죄송하지만, 저희 출판사와는 맞지 않습니다.”
[3] 오늘 내가 읽은 책의 제목이다. 『죄송하지만 저희 출판사와는 맞지 않습니다』(행성B, 2025)라는 여러 권의 책을 쓴 저자이자 수십 년 동안 단행본을 편집한 현직 에디터가 알려주는 “실전 출판 노하우”이다. 쉽게 말해서 ‘어떻게 하면 출판사가 목을 매고 출간하고 싶어 하는 책을 쓸 것인가’를 알려주는 실용서이다. 과거 ‘규장’이라는 메이저 출판사에 책을 출간하고 싶어서 성경 해석법에 관한 원고를 투고한 적이 있다.
[4] ‘규장’은 대부분의 기독교 저자들이 출간하고 싶어 하는 로망 출판사이다. 원고 투고 후 이틀 만에 모르는 전화가 걸려 왔다. 규장의 편집장이었던 ‘김OO’이라는 목사님이었다. 기독교 출판계의 마이더스 손이라고 하는 대단한 분이었다. 그분이 전화를 해서 “이런 원고를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교수님이 혹시 수사학을 전공하지 않으셨습니까? JOO 목사 이후 이런 글은 처음 봅니다. 이 책은 되는 책입니다.
[5] 저희 출판사에 이 원고를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그래서 출간된 책이 『성경 먹는 기술』이라는 책이다. 방금 소개한 그런 반응이 나올 정도면 정말 마음에 쏙 드는 원고였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런 반응 얻기가 어디 그리 쉬운 일이던가! 매일 수많은 사람이 출판사로 원고를 보낸다. 하지만 그 원고가 책이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우리 회사와 맞지 않다”라는 정중한 거절 메일을 보내올 뿐, 어떤 점이 부족한지 알려주는 일도 전혀 없다.
[6] 『죄송하지만 저희 출판사와는 맞지 않습니다』라는 책을 쓴 김지호 작가가 밝히는 퇴짜 맞는 원고의 4가지 이유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재미는 있는데 다 읽고 나면 남는 게 없는 원고
2. 시작은 좋은데 뒤로 갈수록 밀도가 떨어지더니 흐지부지 결말이 나는 원고
3. 앞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가 뒤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원고
[7] 4. 자기 세계에 빠져 현실 감각을 상실한 원고.
이 모두가 독자를 전혀 고려하지 못한 원고다. 이런 원고들이 편집자로부터 정중히 사양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게 된다.
글이 책이 되려면 분명한 메시지, 설득력 있는 전개, 흔들림 없는 문체가 필요하다. 김지호 작가의 책은 논리와 일관성을 가지고 긴 호흡으로 글을 쓰는 방법을 알려준다.
[8] 콘텐츠를 확보하는 노하우부터 차례 구성, 본문 쓰기와 퇴고, 투고까지 각 과정마다 필요한 작업과 마음 자세를 현실적으로 소개한다.
2025년 가을학기가 어제부터 시작됐다. 어제 3시간짜리 수업 세 번, 오늘 두 번, 합해서 이번 학기 강의는 5과목에 15학점이나 된다. 수업할 땐 모르나 마치고 나면 숨이 가쁘고 피곤이 몰려온다. 연구실 침대에 누워 쉬워야 한다.
[9] 그런데 더욱 피곤하고 지치는 것은 학생들과 목회자들이 보내주는 설교 원고를 분석하고 비평하는 일이다. 한두 편이 아니라 매주 여러 편의 설교문을 받아서 ‘띄어쓰기’와 ‘오타’까지 다 교정해 준다. 젊은 시절엔 몰랐으나 나이가 들어가니 이젠 나도 지친다.
설교문을 읽다가 보면 집어 던지고 싶을 정도로 형편없는 설교문이 있다. 설교 원고가 아니라 책 출간을 위한 원고였다면 수도 없이 퇴짜 맞았을 원고들이 적지 않다.
[10] 위에서 소개한 ‘퇴짜 맞는 원고의 4가지 이유’는 오늘 설교자들이 반드시 주의 깊게 경계해서 반면교사(半面敎師)로 삼아야 할 내용들이다.
1. 재미도 있고 감동도 되는데, 끝나고 나면 남는 게 없는 설교
2. 시작은 좋은데 뒤로 갈수록 밀도가 떨어지다가 결론이 흐지부지하게 끝나버리는 설교
3. 서론에서 결론에 이르기까지 일관성이 없는 설교
4. 설교자가 자기 개인적인 신학적 사상에 집착하여 청중과 소통이 되지 않는 설교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