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자연 재해나 총기사건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의 표시로 자주 사용되는 문구 생각과 기도(thoughts and prayers) 에 관한 논쟁이, 이번 미니애폴리스 총격 사건 이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미네아폴리스 한 가톨릭 학교의 개학 후 첫 주, 미사 시간 총기 사건이 일어난 현장에서 진행된 기자회견 중 제이콥 프레이(Jacob Frey) 미니애폴리스 시장은, “지금은 ‘생각과 기도의 문제다’라고만 말하지 말라라. 이 아이들은 실제로 기도하고 있던 중이었다”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폭력에 대한 두려움이나 위험 없이 평화롭게 학교나 교회에 다닐 수 있어야 하며, 부모들도 같은 확신을 가져야 한다."
이 사건으로 어넌시에이션 가톨릭 스쿨(Annunciation Catholic School)'의 8세와 10세 학생 2명이 사망하고 미사 참석자 18명이 부상당했으며, 프레이 시장의 발언은 기도와 총기 규제에 관한 논쟁을 촉발했다 .
총기 규제를 지지하는 사람들(대부분 민주당원)은 적기법(가족은 자신이나 타인에게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의 총기를 일시적으로 압수할 수 있도록 법원에 요청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나 총기 구매에 대한 엄격한 신원조사를 강조한다.
가톨릭 신자인 JD 밴스 공화당 부통령은 프레이 시장의 발언과 관련해, "이렇게 많은 좌파 정치인들이 비극에 대한 대응으로 기도라는 개념을 공격하는 것이 충격적”이라며, “아무도 기도가 행동을 대체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마음이 아프고 하나님께서 들으신다고 믿기 때문에 기도한다."고 말했다.
즉, 이 논쟁은 기도에 방점이 있기 보다는 총기 규제와 관련되어 있다.
기도는 좋지만 '충분하지 않다'
프레이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기도는 좋지만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라며, “기도는 행위에 행동을 첨부할 수 있을 때만 적절하다. 우리는 해결책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3년 전, 5년 전, 15년 전에도 똑같은 해결책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밴스 부통령이 총기 규제 법안을 지지한다면 "아마도 우리는 실제로 논쟁을 벌이는 게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18년 파크랜드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으로 딸 하이메를 잃은 프레드 구텐버그Fred Guttenberg는 밴스의 글에 답글을 남겼다.
구텐버그는 X에 "저는 좌파 정치인이 아닙니다. 파크랜드 총격 사건으로 사망한 하이메의 아버지”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당신 같은 정치인들이 '생각과 기도'라는 개념을 이용해 당신의 무행동과, 제가 14살 딸을 묘지로 만나러 가는 현실을 가린다는 게 충격적다."
이는 오랫동안 논쟁거리였다. 2015년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14명이 사망한 후, 뉴욕 데일리 뉴스는 "신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라는 제목의 1면 기사를 실었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기도를 올리는 공화당 정치인들의 트윗이 이어졌다. 이 신문은 "총기 재앙을 진정으로 끝낼 수 있는 겁쟁이들이 의미 없는 진부한 말 뒤에 계속 숨어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미니애폴리스 총격 사건 이후에도 비슷한 상황 이어졌다. 뉴욕 중부 대학 교회의 재키 루이스 목사는 X에 "미국은 기도만 할 뿐 행동하지 않는다. 총기 숭배가 우리를 죽이고 있다."라고 게시했다.
이에 반해 공화당은 대량 총기 폭력을 정신 건강 위기나 종교 단체에 대한 증오 범죄로 규정하면서 헌법상 "무기를 소지하고 휴대할 권리"를 강조했다.
미니애폴리스 테러 이후의 논쟁은 빠르게 정치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현직 및 전직 백악관 대변인도 이 논란에 휩싸였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대변인이었던 젠 사키(Jen Psaki)는 X에서 "기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 기도는 이 아이들을 되살릴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캐롤라인 레빗(Karoline Leavitt)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 어린이들이 교회에서 기도를 하던 중 사망한 상황에서 이 나라에서 기도의 힘을 비웃는 것은 완전히 무례한 일이며, 수백만 명의 미국 신앙인들에 대한 무례한 짓이다."라고 반박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도가 적절하다"
미국 정치와 종교 역사가 존 피아(John Fea)는 정치인들이 미국 독립전쟁이나 남북전쟁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오랫동안 기도를 촉구해 왔다며 대부분의 종교 전통에서는 "적어도 이런 상황에서는 기도가 적절하다"고 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양측의 의견은 팽팽한 상태다.
위스콘신 주 매디슨에 있는 루멘 센터(the Lumen Center)의 펠로우인 피아는 "더 엄격한 총기 법률을 원하는 사람들은 생각과 기도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순간에 생각과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총기 규제에 반대한다."라고 말했다.
교황 레오 14세는 영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춰 "이 끔찍한 비극으로 피해를 입은 모든 사람, 특히 자녀를 잃은 슬픔에 잠긴 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애도와 영적인 친밀함을 전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주에는 최초의 미국 교황이 총기 규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서브스택(Substack) 웹사이트 '레터스 프롬 레오(Letters from Leo)'에 따르면, 2017년 로버트 프레보스트 주교였을 때는 총기 규제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이후, 프레보스트 주교 명의의 트위터 계정은 동료 의원들이 추가 총기 규제를 승인하지 않은 것을 비난하는 한 상원 의원의 게시물을 리트윗하며, "그들의 행동에 대한 비겁함은 생각과 기도로 은폐될 수 없다"고 말했다.
가톨릭 주교들 역시 이러한 분열을 반영하고 있다.
시카고 추기경 블레이즈 쿠피치(Blase Cupich)는 "우리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상처입은 사람들이 치유되고, 살해된 아이들이 천국에 들어가기를 바라는 이들의 기도에 동참해야 하지만, 이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 달라고 간절히 요청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총기 구매를 제한하는 정책을 촉구하며, 그러한 정책들이 "우리 헌법에 명시되지 않은 자유라는 명목으로 대부분 거부되어 왔다"고 개탄했다. 그는 또한 정신 건강 예산 삭감을 복원할 것을 촉구했다.
로버트 배런 주교는 폭스 뉴스 디지털 인터뷰에서 프레이 시장의 발언을 비난하며, 이를 30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다시 게시했다. 미네소타주 위노나-로체스터 교구의 배런 주교는 '워드 온 파이어 미니스트리(Word on Fire Ministries)'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기도는 마법이 아닌...우리 마음과 정신을 하나님께 향하게 하는 것"
그는 "기도는 마법처럼 우리를 고통으로부터 보호해 주지 않는다. 기도의 핵심은 마음과 정신을 하나님께로 향하게 하는 것이며, 이는 깊은 고통의 시기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성 바오로와 미니애폴리스 대주교인 버나드 에브다는 기도와 행동을 모두 강조했다.
"우리 공동체는 취약하고 무고한 사람들을 상대로 자행되는 이러한 끔찍한 폭력 행위에 마땅히 분노하고 있습니다.이러한 행위는 너무나 흔한 일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동시에 우리에게는 평화와 사랑의 하나님이 계시다는 사실과, 깊은 상처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포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그분의 사랑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