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로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조성현 PD가 2년 만에 후속작 '나는 생존자다'로 시청자 앞에 선다. 이번 8부작 다큐멘터리는 JMS(기독교복음선교회) 성폭행 피해자 메이플,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지존파 연쇄살인 사건,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등 네 건의 비극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13일 서울 용산 CGV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조 PD는 살해 협박과 법적 압박에도 제작을 이어간 이유에 대해 "결국 약속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년간 피의자로 적시된 사건만 6건이었다. 아들이 '아빠 감옥 가?'라고 물었을 때 마음이 무너졌다"면서도 "나와 팀을 믿고 자신의 지옥 같은 삶을 증언해준 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포기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조 PD는 '나는 생존자다'라는 제목을 먼저 구상했다고 전하며, "'얼마나 바보 같았으면 그런 일을 당했느냐'는 댓글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이분들은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지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기에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만큼 취재 중 많이 울었던 적은 없었다"며, 한 명 한 명을 설득해 6~8시간에 걸친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형제복지원 박인근 원장 아들의 첫 공개 사과, JMS 피해자 메이플의 출연 등은 수개월에서 1년에 걸친 섭외 끝에 성사됐다. 조 PD는 "그분들이 카메라 앞에 선 이유는 단 하나,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30~40년간 사과를 기다렸지만 경찰·부산시·국가 누구도 사과하지 않았다"며 "국가가 진심 어린 사과를 할 용기를 갖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현재 JMS 측은 '나는 생존자다'에 대한 방송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이에 대해 조 PD는 "왜 이렇게까지 방송을 막으려 하는지 모르겠다. 시즌1과 시즌2 모두 국민이 알아야 할 이야기"라며 "대한민국 법원을 신뢰하며, 좋은 판단이 내려질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그는 JMS 피해자들의 변화를 전하며 "신도의 절반이 탈퇴했고, 과거 연애와 결혼이 금지됐던 여성들이 탈퇴 후 일상의 행복을 되찾고 새로운 생명을 품게 됐다. 메이플도 곧 딸의 엄마가 된다"며 "그들의 회복과 변화가 제작의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