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시간은 너무나 당연해서 그 본질을 깊이 생각해 볼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과학과 철학, 그리고 신학이 만나는 지점에서 시간은 단순한 시계 바늘의 흐름이 아니라, 창조주의 섭리를 드러내는 ‘지문’과도 같습니다.
1. 과학이 말하는 시간
고전 물리학에서 뉴턴은 시간을 절대적인 것으로 보았습니다. 우주 어디서나 동일한 속도로 흐르며, 변하지 않는 독립적인 배경과 같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이 전제를 뒤흔들었습니다. 시간은 관측자의 속도와 중력 조건에 따라 흐름이 달라집니다. 빠르게 움직이거나 강한 중력 속에 있을수록 시간은 느리게 흐릅니다. 양자역학은 시간을 더 복잡하게 만듭니다. 시간은 단순히 계속 흐르는 것이 아니라, 관측 행위에 의해 그 성질이 정의되기도 합니다. 어떤 해석에서는 과거, 현재, 미래가 동시에 존재하며, 우리가 인식하는 ‘흐름’은 관측자가 경험하는 한 형태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2. 『시간의 지문』이 말하는 시간
이주형 교수의 『시간의 지문』은 현대 물리학의 이러한 통찰을 신학적 관점과 연결합니다. 저자는 “시간은 과거·현재·미래가 동시에 존재하며, 실제로는 정지해 있다”고 주장합니다. 만약 하나님이 전지(全知)하신 분이라면, 그분의 시선에는 모든 시간이 동시에 펼쳐져 있을 것입니다. 인간이 과거와 미래를 분리하여 인식하는 것은, 유한한 존재가 시간이라는 틀 안에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3. 플랑크 시간과 ‘디지털 우주’
물리학에서 가장 짧은 시간 단위는 플랑크 시간(10^-43초)입니다. 이보다 더 작은 시간 구간에서는 물리 법칙이 의미를 잃습니다. 다시 말해, 우주는 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최소 단위’로 나뉘어 있는, 일종의 디지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디지털은 스스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설계자와 프로그램이 있어야만 작동합니다. 최소 시간 단위와 정교한 물리 상수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우주가 우연히 생긴 것이 아니라 지적 설계에 의해 만들어졌음을 강하게 시사합니다. 신앙의 눈으로 보면, 이 설계자는 바로 성경이 증언하는 창조주 하나님입니다.
4. 성경적 조명
성경은 이미 시간에 대한 하나님의 주권을 선포합니다. “나는 알파와 오메가요 처음과 마지막이라 처음이요 마지막이라”(계 22:13) 이 구절은 하나님이 시간의 시작과 끝을 동시에 아우르시는 분임을 말합니다. 또 시편 90편 4절은 “주의 목전에는 천 년이 지나간 어제 같으며 밤의 한 순간 같을 뿐”이라고 기록합니다. 이는 하나님께 시간의 흐름이 우리와 전혀 다르게 작용함을 보여줍니다.
5. 결론 – 시간은 창조주의 지문
과학은 시간의 본질을 완전히 해명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 플랑크 시간 개념은 한 방향을 가리킵니다. 시간은 단순한 물리량이 아니라, 정교하게 설계된 우주의 한 축입니다. 디지털처럼 최소 단위를 가진 시간은 우연히 생길 수 없으며, 이는 마치 창조주의 ‘지문’처럼 우주 속에 새겨져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시간을 측정하고 사용하는 것을 넘어서, 시간을 주관하시는 분을 기억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모든 시간 속에 계시며, 동시에 시간 바깥에 계신 분입니다. 우리가 그분 안에서 시간을 이해할 때, 비로소 현재의 순간이 영원의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