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간 상호관세 협상이 막바지 조율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국내 주요 재계 총수들이 잇따라 미국을 찾으며 정부의 협상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잇따라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우리 정부는 민관이 함께 미국과의 통상 갈등 해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29일 오후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전용기를 통해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했다. 그의 방미 일정은 오는 8월 1일 발효가 예정된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에 대응해, 현지에서 반도체 투자 확대와 기술 협력 카드를 꺼내며 협상에 힘을 실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 및 주요 기업들과의 면담을 통해 한미 간 경제 협력 강화를 적극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위해 2030년까지 약 370억 달러(약 54조 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며, 현재 텍사스주 테일러에 대규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해당 공장은 내년 본격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근 테슬라와 약 165억 달러(한화 약 22조7648억 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체결해 이목을 끌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SNS 플랫폼 X(구 트위터)를 통해 "삼성의 텍사스 반도체 공장은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 생산에 전념할 것"이라며 "삼성은 테슬라의 제조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나 또한 직접 생산 현장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머스크는 이번 계약 금액이 "최소 165억 달러"라고 강조하며, 실제 규모는 이보다 클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재용 회장에 앞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도 관세 협상을 지원하기 위해 전날 미국으로 출국했다. 김 부회장은 미국과의 조선 및 방위산업 협력 확대 방안을 전달하고, 한화그룹이 미국의 해군력 강화와 방산 역량 확대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음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은 미국 해군 함정 유지보수(MRO) 사업을 세 차례 수주한 바 있으며, 이는 한화가 미국 측에 신뢰를 얻고 있는 근거가 된다. 또한 한화시스템과 함께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는 현재 '한화필리십야드'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이며, 한화오션과 함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공동 건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협력 체계를 확대해가고 있다.
이번 재계 총수들의 방미 행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 연이어 회동을 가진 이후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시작으로, 15일 구광모 LG 회장, 21일 김동관 부회장, 22일 최태원 SK 회장, 24일 이재용 회장 등과 차례로 만나 대미 통상 전략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했다.
정부와 재계는 이번 방미 활동을 통해 상호관세라는 통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한편, 미국 내 전략 산업과의 협력을 확대해 한국 기업들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계획이다. 특히 반도체, 조선, 방산 등 주요 분야를 중심으로 실질적인 투자와 기술 파트너십을 앞세워, 미국 측과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려는 전략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