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0일 남미 칠레 수도 산띠아고에서 있었던 17차 이베로-아메리카나(Iberoamericana)의 폐막식 자리가 돌출 발언으로 쑥대밭처럼 돼버렸다.

스페인어와 포르투게스어를 사용하는 유럽과 중남미국가 정상들의 연례 막바지 모임에 시정잡배들 사이에서나 사용 함직한 막말이 연설속에서 터져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후안 까를로스 스페인 국왕이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대통령에게 “입좀 닥쳐라”라는 폭언을 퍼붓고 폐막식 자리를 뜨고만 것이다. 스페인 총리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가 연설하던 도중, 곁에 앉아 있던 국왕은 끊임없이 중얼거리며 비난하는 우고 차베스를 향하여 “뽀르께 노 떼 까야스” (Porque no te callas, Why don’t you shut up?) 일갈 했다.

우리식 표현대로 해석하자면, ‘아가리 좀 닥치시지 !’ 감정을 상하게 할 정도의 막말이다.

졸지에 일격을 당한 우고 차베스가 어디 말이 모자라 듣고만 있을 사람인가. “미스터 킹, 난 입을 닥치지 않겠다. 국왕은 마치 이성을 잃고 돌진하는 투우장의 황소같다”고 비아냥대며 일전도 불사할 항전 태세를 갖고 있다.

중남미 좌파의 대부격인 피델 까스뜨로 쿠바 평의회 의장, 인디오 출신 볼리비아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 심지어 니카라구아 다니엘 오르떼가 대통령은 자신의 연설 시간의 일부를 차베스에게 떼주면서까지 설전에 기름을 붓고 응원하고 있는 형국이다.

1954년 베네수엘라 서부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난 우고 차베스는 풍운아다. 1992년 대통령 경호실 공수부대 중령으로 쿠테타를 주도했지만 불발에 그쳐 감옥에 수감된다.

98년 가난한 대중의 선풍적인 인기몰이에 힘을 얻어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정치, 경제, 교육, 사회복지 등 어느것 하나 성한곳 없이 곪아 터지기 직전의 베네수엘라를 정립하기 위해 개혁의 기치를 세운다.

세계 4위의 석유 생산국가인 베네수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위 20%의 기득권층이 부와 권력을 손아귀에 쥐고 단꿀 빨듯이 향유하고 있을뿐, 80%의 베네솔라노들은 혜택과는 전혀 상관이 없이 대를 물리는 가난에 허덕이고 있음을 보고 통탄한다.

국영석유회사(petroleos de Venezuela) 를 재편해 자원국유화를 부르짖으며 개혁의 칼날을 들이댄다.

우고 차베스의 좌파성향의 급격한 개혁에 놀란 기존의 상위 기득권층과 군벌 세력은 국영 TV외에 5개의 상업방송을 장악하고, 미국의 암묵적인 지원에 힘입어 2002년 4월 11일 우고 차베스를 강제 하야시키고 경제인 연합회장 뻬드로 까르모나를 신임대통령으로 추대한다.

수천명의 차베스 지지자들은 대통령궁을 에워싸고 시위를 벌였고, 말단 사병과 하사관, 차베스의 3개 경호특공대가 궁을 탈환하자 까르모나는 27시간 권좌에 앉았다 도망쳤고, 2일 천하는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이번 싼띠아고 폐막식에서 벌어졌던 후안 까를로스와 우고 차베스간의 해프닝 발단은 2002년 바로 그 쿠테타에 스페인 국왕과 전 총리 아스날이 깊숙히 간여했다며 집요한 추궁을 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것이다.

“가는 말이 험악해야 오는 말이 온순하다”는 조폭세계에서나 오고 갈듯한 “뽀르께 노 떼 까야스(shut up)”는 추수감사절 연휴에 오갈데 없이 한심하게 시간을 보내는 불체자 라티노 도시빈민 사이에서도 단연 최고의 인기어로 사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스페인에서는 ‘입 닥쳐’ 폭언이 휴대전화 벨소리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고, 4개의 단어로 이뤄진 국왕의 발언은 커피잔, 티셔츠, Youtube 웹사이트 등에서 다양하게 사용되면서 거대한 상업적인 흥행을 이루고 있다.

남은 달력 한장. 불과 40여일 남은 호젓한 시간은 다정한 말, 겸손한 말, 고마움을 전하는 말, 기분좋은 말로 서로 격려하며 마무리하고 싶다.

(도시빈민선교 & 재활용품기증문의: 703-256-0023 / 622-2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