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18일 러시아 대표단과의 회담을 마친 뒤 "길고 어려운 과정이지만 중요한 여정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디리야궁에서 미·러 고위급 회담을 진행한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회담의 목적은 일주일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전화 회담을 이어가고, 소통의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2~3년 내 또 다른 갈등이 발생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종전을 원한다"며 "그러한 과정을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뿐이며, 오늘이 바로 그 과정의 첫걸음이었다"고 강조했다.
◈미·러, 종전 위한 4개 사안 합의
이날 미·러는 약 5시간 동안 회담을 진행하며 구체적인 종전 방안을 논의하기보다는 협상 틀을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 이를 위해 양국은 ▲외교 공관 운영 정상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고위급 대표단 임명 ▲전후 지정학적 이익 및 경제·투자 협력 토대 마련 ▲종전 협의 지속 등 네 개의 사안에 합의했다.
이번 회담은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간 통화에 따른 후속 조치로 마련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양국 고위급 인사들이 직접 만나 협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측에서는 루비오 장관을 비롯해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가 참석했고, 러시아 측에서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담당 보좌관이 나섰다.
◈미국 "일시 휴전 아닌 영구적 종전 목표"
미국은 이번 협상이 단순한 휴전이 아닌 전쟁을 완전히 종식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왈츠 보좌관은 "일시적인 휴전이 아니라 영구적인 종전이 필요하다"며 "영토 문제와 안보 보장 등 핵심 쟁점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 문제에 대해 미국이 양보할 가능성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논의가 필요하며, 해결해야 할 어려운 문제"라고 답하면서도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제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대러 제재 해제 가능성도 언급
루비오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과 미·러 관계 정상화의 일환으로 대러 제재 해제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제재는 전쟁의 결과물이다"며 "전쟁을 끝내기 위해 모든 당사자가 양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제재 해제 여부를 미리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며, 유럽연합(EU) 등도 별도로 제재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에 협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푸틴 정상회담 가능성 제기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푸틴 대통령과 직접 만날 가능성이 제기됐다. 회담 참석자들은 미·러 정상회담 논의가 진행됐음을 시사했다.
왈츠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 직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즉시 대화했다"며 "셔틀 외교는 역사적으로 효과적인 방식이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우샤코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간 회담이 조만간 성사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으며, 왈츠 보좌관 역시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두 정상은 조만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담은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진행됐고, 미국과 보조를 맞춰온 유럽 국가들의 참여도 없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측은 "양측을 중재하기 위해선 양측과 먼저 대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