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군이 생포한 북한군 포로가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전투 중 포로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직접 증언했다. 북한군 포로의 세계 첫 언론 인터뷰로, 그는 북한 보위부가 "우크라이나군 드론 조종사는 전부 대한민국 군인"이라는 허위 정보를 유포하며 북한군의 적개심을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리○○(26)씨는 지난달 9일 포로가 된 이후 우크라이나 포로수용소에서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북한 보위부 요원들이 우크라이나에 파병된 북한군을 감시·통제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군 무인기 조종사가 모두 대한민국 군인'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리씨는 "나는 처음에 그 말을 믿었다"며, "우리가 한국군과 싸운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북한군 내부에서는 이러한 정보가 사실로 받아들여졌으며, 이에 따라 더욱 결사적인 전투 태세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리씨는 평양 출신으로, 북한군에서 10년간 복무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10일 '훈련받으러 유학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러시아로 왔다"며 "전투에 참가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훈련을 받은 후 쿠르스크에 배치되었고, 12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전투에 투입됐다.
그러나 전투는 예상보다 훨씬 치열했다. 리씨는 "1월 5일부터 전투에 참가했는데, 우리 부대가 포격과 드론 공격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며 "러시아군이 우리를 제대로 지원해 주지 않아 무모한 희생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전투 중 매복에 걸렸고, 드론의 공격을 받아 오른팔과 턱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상을 입은 채 전장에서 탈출하려 했지만, 결국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됐다. "팔도 못 쓰고, 무장도 없는 상태였다. 만약 수류탄이 있었다면 자폭했을지도 모르겠다"며, 북한군 내부에서는 "포로는 변절자와 같다"는 사상이 깊게 뿌리박혀 있다고 전했다.
포로 생활을 하며 미래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그는 "부모님이 보고 싶다"며 "북한으로 돌아가면 고난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난민 신청을 해서 대한민국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는 이에 대해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 여부는 한국 정부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리씨는 북한군이 러시아군과 협력하는 방식에 대해 "사병들은 러시아군과 직접 대화하지 않고, 윗선에서 명령을 받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한, 파병된 부대는 북한 특수작전군 예하 폭풍군단 소속이지만, 본인은 "정찰총국 소속"이라고 밝혔다.
북한군의 전투 방식에 대해 그는 "훈련에서는 드론에 대해 배우지 못했다"며, "우리는 '빠른 놈이 살아남는다'는 식의 훈련을 했다"고 했다. 결국 실전에서 드론의 존재를 인식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리씨는 "처음으로 사람이 죽는 모습을 봤다"며, "내 옆에서 총에 맞거나, 수류탄이 터져서 죽는 것을 보고 생각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중대 동기들은 모두 희생됐고, 나 혼자 남았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나는 아직 젊다. 부모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내 꿈을 이루고 싶다"고 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정부는 생포한 북한군 포로의 인도적 처우를 보장하고 있으며, 향후 이들의 처리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