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중국 전자제품 제조업체 샤오미가 새로운 로고 공개 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등 연일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있음을 확안했다. 샤오미는 지난달 30일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하는 행사에서 새롭게 리뉴얼 된 로고를 공개했다. 샤오미의 ‘미’(米)를 영어로 쓴 ‘mi’는 그대로 둔 채 기존의 각진 사각형 테두리를 둥근 사각형으로 바꿨다. 바뀐 거라고는 각진 사각형 테두리를 둥근 사각형으로 바꾼 것뿐이다.
[2] 샤오미는 로고 변경을 2017년부터 추진했고, 200만 위안(약 3억 4천만 원)에 달하는 제작비로 일본 유명 그래픽 디자이너 '하라 켄야'(Hara Kenya)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냈다.
변경된 로고가 공개되자 중국 누리꾼들과 샤오미 팬들은 같은 색상, 같은 서체에 둘러싸고 있는 테두리 형태만 다듬은 것에 작업비를 너무 비싸게 투입했다며 거세게 비판을 퍼붓기 시작했다.
[3] 기존 로고와 거의 달라진 점이 없는 유사한 로고에 “경찰을 불러라!” “나는 2만 위안에 할 수 있다!” “나는 2천 위안에도 할 수 있다!”는 댓글을 올리며 분노 담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딱 한 가지 손댄 거밖엔 조금도 차이가 없는 로고에 의아해하지 않을 이는 없을 것이다. 저 정도의 변화라면 많아 봐야 한국 돈으로 5만 원만 줘도 될 것으로 판단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하나만 알고 더 많은 것을 놓치는 생각임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4] 과거 TV 광고 중 이런 멘트가 나오는 걸 본 적이 있다. 침대가 나오는데, 거기 얇은 잠옷을 입은 S라인의 미녀가 잠을 쿨쿨 자고 있는 장면이 나왔다. 얼마 후 이런 멘트가 자막에 적혀 있었다. “미녀는 잠꾸러기!” 무슨 의미일까? 미녀가 잠꾸러기일 정도로 침대가 편안하다는 광고였다. 그때 “미녀는 잠꾸러기!”라는 멘트 하나 만들어준 사람이 침대 회사로부터 3억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5] 알고 보면 별것 아닌 것 같으나, 그걸 만들어내는 이는 몇 달, 아니 몇 년에 걸쳐 고민하고 숙고해서 작품을 하나 만들어내는 것이다. 건축장에서 중노동 하는 이나 거리에서 풀빵 만들어 파는 이들이 몇 년을 땀 흘리고 수고해야 3억을 벌겠는가? 그들에 비하면 달랑 멘트 하나 만들어내는 데 3억을 받으니 너무 불공평하다 생각지 않는가? 하지만 그게 바로 일용직과 고급 인력의 차이임을 알아야 한다.
[6] 별난 것 없고 대수롭잖은 작은 것 같아 보여도 파괴력이나 파급효과 면에선 일용직 노동자들이 수년을 일한 것과 족히 비교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수익을 창출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 적지 않다. 1666년, 사과나무 밑에서 ‘만유인력의 법칙’을 깨닫게 된 아이작 뉴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연히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반짝 떠올린 건데, 인류를 위해 값으로 따질 수 없는 획기적인 법칙을 발견한 셈이다.
[7] 하지만 그것은 결코 우연히 떠올린 깨우침이 아님에 유의해야 한다. 뉴턴은 어릴 때부터 주어진 문제가 풀릴 때까지 꾸준히 생각하면서 사고력이 깊어졌는데, 그 내공이 발휘된 결과 위대한 법칙을 떠올리게 된 것임을 놓쳐선 안 된다. 그렇다. 세상에 우연히 일어나는 일은 결코 없다. “No cross, no crown”이란 말이다.
위에서 얘기한 샤오미의 얘기로 다시 돌아가 보자. 누가 봐도 달라진 건 달랑 하나밖에 없다. 그걸 착안한 제작자는 일본의 유명 그래픽 디자이너 '하라 켄야'이다.
[8]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고 했다. 유명세가 헛된 건 아니란 것이다. 이름값을 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나름 계산한 의도가 있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내 생각이 맞든 맞지 않든, 샤오미의 변경된 로고는 이미 3억 4천만 원의 가치를 넘어서지 않았나 싶다. 이유는? 새 로고 제작의 터무니없어 보이는 가격이 매스컴에 연일 화제가 되다 보니, 샤오미 광고가 얼마나 많이 되었을지 한번 상상해보라. 하라 켄야가 이걸 노린 건 아닌지 모르겠다.
[9] 돈이 되거나 유명세를 타거나 성공하는 건 그냥 되는 건 아니다. 남들이 생각지도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와 '역발상'이 있어야 통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소유한 천하보다 소중한 ‘복음이란 콘텐츠’가 있다. 그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어필되기 위해선 우선 그것을 전하는 메신저인 우리 자신이 남달리 돋보이는 인격의 소유자가 되어야 한다. 아울러 기존의 콘텐츠와는 색다른 역발상의 차별화되고 신선한 콘텐츠로 승부를 걸어야 함에 신경 좀 쓰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