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형제교회 권준 목사
(Photo : 기독일보) 시애틀 형제교회 권준 목사

벌써 8월의 마지막 주일입니다. 시애틀에는 비가 오기 시작하고 색이 변한 잎들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2 주 동안 나갔다 왔더니 좋은 여름 날씨는 다 지나가 버린 것 같습니다. 더움이 지나간 자리에 시원함이 찾아오듯이 우리의 영혼에도 시원함이 함께 하는 날들이 되기를 기도하며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합니다.

2 주 동안의 여행은 긴 버스 여행과 하루 만 보 이상 걷는 여행길이었습니다. 종교 개혁자들의 행적을 쫓는 여행이다 보니 그들이 섬겼던 교회를 방문하고, 그들의 동상, 무덤들을 방문하는 일정이 그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 사진들을 보니 어디가 어디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래도 500년 전 믿음의 선조들이 보여준 불굴의 믿음의 역사를 듣고 보고 오니 다시 내가 지금의 교회를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가를 다짐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번 주부터 "Heart & Soul"이라는 주제로 말씀을 전하게 됩니다. 우리 교회의 사명 선언문을 다시 생각하면서 이 시대에 어떻게 재해석하며 그 길을 가야 하는가를 재확인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비전은 같지만, 그 시대와 상황 그리고 공동체의 구성원에 따라 우리의 비전을 구현하는 방법은 바뀌어 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우리의 비전에 대한 재확인의 절차를 거쳐 앞으로의 갈 길에 대한 확실한 방향을 정하는 시간이 되기를 원합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실현되는 예수 공동체"의 비전은 2000년 1월부터 형제와 제가 공유하는 비전입니다. 하나님의 나라 즉 천국은 죽어서만 가는 나라가 아닙니다.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한 사람은 누구나 죽음의 문을 거친 후 갈 수 있는 곳입니다. 그렇다고 지금 이 땅에서 지옥을 살 필요는 없습니다. 이 땅에서도 하나님이 다스리시고 통치하시는 나라를 이루며 살 수 있습니다. 그것이 그리스도인이 지향하여야 하는 삶의 방식입니다. 이곳에서 충분히 천국 백성으로서의 삶을 살고 준비하며 살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비전을 품고, 형제와 제가 이 땅에서 진정한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며 살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 교회가 건강한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다고 믿습니다. 자신의 것을 이기적으로 주장하지 않고 화합하며 잘 지내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는 공동체입니다. 어르신들이 대접받으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더 자신의 것을 나누고 퍼 주면서 다음 세대가 믿음의 길을 건강하게 따라가기를 원하는 교회입니다. 그리고 더 어린 세대를 위해 많은 희생을 치르며 키우고 있는 공동체입니다. 저는 이 문화가 결코 쉽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많은 교회들을 다녀 보면서 느끼고 있습니다. 이기적인 마음이 들어오는 순간 그 공동체는 내가 지금까지 무엇을 하였는가만을 주장하며, 내가 이 공동체를 위해 무엇을 기여할 것인가에는 전혀 관심이 없게 됩니다.

교회의 타락은 욕심과 이기심이 발현될 때 생깁니다. 희생과 이타적 사랑이 그 교회 안에 있을 때 교회는 하나님 나라가 실현되어 가는 것을 맛보게 됩니다. 저는 형제와 함께 이 사랑과 희생이 넘치는 공동체를 이루어 가고 싶습니다. 500 년 전의 종교 개혁자들이 이만큼 희생하고 이만큼 사랑했으면 되었다 하고 그 하던 일을 멈추었다면 오늘 우리의 교회는 없습니다. 그들이 죽음을 이기는 희생을 하였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가 하나님을 직접 부르며 대면하는 기회가 있게 된 것입니다. 주님이 부르시는 그날까지 이 비전을 향해 한결같은 마음으로 함께 달려가기 원합니다. 그 끝에 서신 하나님의 품에 안기는 그날까지 있는 힘을 다해 사랑하고 섬기고 희생하는 형제 되기를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