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생일을 기억해 주면 고마움을 느낍니다. 부모님은 제가 어릴 때 생일상을 잘 챙겨 주지 못하셨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시절이기도 했지만 친구들이 받은 생일상과 선물을 자랑하면 늘 위축되고 주눅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럼, 왜 저의 부모님은 아들의 생일을 잘 챙겨 주지 못하셨나?
제 생일이 크리스마스(25일)와 송구영신(31일) 사이에 끼여 있었고 그다음 신년예배준비로 목회자인 아버지는 늘 시간에 쫓기셨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아들 생일까지 챙길 여유는 없으셨던 것 같습니다. 사실, 아버지는 한정된 시간에 우선순위를 갖고 교회 일을 먼저 챙길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이것은 제가 철든 어른이 되고 목사로서 아버지와 똑같은 입장이 되어서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때는 저 스스로도 제 생일날이 번거로울 때가 있습니다. 가족은 제 생일을 챙긴다고 하루를 빼라고 하지만 가장 분주할 때라 그냥 넘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적도 여러 번 있습니다.
또한, 나는 그냥 태어난 것뿐이고 정작 축하와 칭송을 받아야 할 분은 나를 낳아 주시고 힘들게 키워주신 부모님인데 뭔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런 생각은 교회의 생일을 맞이하면서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교회 탄생은 우주적인 차원에서 창립자가 예수 그리스도십니다(마태 16:18, 행 2). 그 이후에 세워지는 교회들은 성경적으로 "창립"보다는 "설립"이란 용어가 맞다는 주장이 있는데 타당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시애틀지구촌교회 설립 22주년을 맞는 우리 성도님들은 이 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스스로 자축하기에 앞서 우리 교회를 낳으시고 지금까지 키워주시고 존재케 하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게 첫째고, 그리스도의 핏값으로 사신 교회를 지금보다 더 잘 보존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교회의 존재목적과 사명을 잘 이룰 것을 재다짐, 재헌신하는 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이것이 하나님의 뜻이고 교회 된 우리가 서로 축하할 이유라 믿습니다.
[김성수 칼럼] 교회설립 22주년을 맞는 우리의 자세
© 2024 Christianitydaily.com All rights reserved. Do not reproduce without permis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