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할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지난 수요일, 가족 SNS 방에 아들의 문자가 떴습니다. 임신한 며느리의 양수가 줄어 급히 병원에 왔고 유도 분만을 할 것이며 오늘이나 내일 중에 아이를 낳을 것 같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어느 병원, 몇 호실이냐?" 물으니 아들은 "지금은 말고 아이 낳으면 오세요. 소식 업데이트 할게요"라는 짧은 문자를 올렸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마음이 급해져 주변에 기도부탁을 했습니다. 밖에 나갔다 들어온 아내는 미처 아들 문자를 못 본 것 같아 이야기를 해 주니, 얼굴에 급히 화색이 돌더니 미역국을 끓이기 시작했습니다. "병원에 가보자"는 아내에게 저는 "아직, 오지 말라는데..."라고 하자, 아내는 그래도 병원 밥보다는 미역국이 최고라며 금방 미역국 한 솥을 끓여 놓았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첫 문자 이후 연락이 없고 엄마 문자에도 답장이 없자. 저는 "바쁜 것 같으니 조용히 대기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 사이 아내와 저는 아들과 딸을 낳을 때 추억을 되새기며 이야기 꽃을 피우다가 결론은 "그랬던 아들이 자기 첫아들을 보는구나!"하며 큰 웃음과 기쁨을 나누었습니다.
새 생명의 탄생은 정말 한 집안에 큰 경사입니다. 그런데 할아버지로서 갖는 기쁨의 느낌은 아버지로서 갖는 느낌과는 좀 달랐습니다. 과거 아내가 첫아들을 임신했을 때 첫 감정은 "두려움"이었습니다. 내가 아이를 잘 키워낼 수 있을까? 내 아이가 험한 세상을 잘 살아낼 수 있을까? 내가 책임 있는 아빠와 가장이 될 수 있을까? 등 미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두려움은 기우였고 실제는 우리 부부와 온 가족에게 큰 기쁨이 되었습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확대된 가족으로서 교회가 활기를 되찾고 큰 기쁨과 생동감을 가지려면 영적인 생명을 낳아야 합니다. 아들과 며느리가 자기 자식을 낳았는데 할아버지인 제 마음이 이렇게 기쁘다면, 교회가 영적 자녀를 낳았을 때 하나님은 얼마나 기쁘실까? 상상하게 됩니다. 인생의 가장 큰 기쁨과 잔치는 역시, 나를 닮은 새생명이 탄생될 때 임을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